6. 울고 싶을 때는 울어, 내 눈물은 내 거야

기분 알아채기 & 응원하기

by 김양희



환자분들이 치료실에 걸어서 들어오는 것을 보면, 초기 입원 당시보다 걷는 것이 훨씬 좋아져서 너무 놀랄 때가 있다. 그래서 초반에 비해 많이 좋아지셨다고 말씀드린 적이 있다.


"뭐가 좋아졌어요? 병 전에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걷는 것이 아무렇지도 않은 일이었는데, 걷는 걸로 칭찬받아야 해요? 병 전이랑 같아져야 잘 걷는 거죠. 더 좋아졌다는 말은 오히려 기분이 안 좋아요. 아직 좋아졌다는 생각이 들지 않아서 잘한다는 말이 싫어요."


물론 좋아졌다는 말씀에 힘이 나고 정말 좋아졌냐고 확인하고 기뻐하시는 분들도 있다. 그러나 이런 상황처럼 더 좋아진 몸 상태가 병 전이랑 같지 않아서 속상한 마음이 더 클 것 같다.


"저는 울고 싶을 때 울어야 스트레스가 풀려요. 그런데 주변에서는 울면 보기 싫다. 더 좋아질 텐데 왜 우냐. 울지 말고 힘내라.고 말하거든요. 그게 너무나 스트레스예요. 울고 나서 기분이 전환이 되고 다시 힘내서 치료를 받을 수가 있거든요. 울지 말라는 말은 위로가 되지 않는 것 같아요."


텔레비전에 힘든 일을 겪은 분이 나와서 이러한 저러한 일을 이야기하다가 한 말이 생각이 난다. 너무나 힘든 시기에, 주변에서 '힘내, 괜찮아.'라고 말하는데 더 기분이 나빴다고 한다. 어떻게 힘내야 해? 뭐가 괜찮다는 거지? 라는 생각이 들면서 그때는 어떠한 위로도 본인에게는 위로가 아니었다고 했다. 힘내라고 해서 힘낼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고 하였다.


"평생을 착하게 살아왔는데 왜 이런 몹쓸 병이 왔는지 모르겠어요. 너무 억울해요."


정말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병은 찾아온다. 사회적으로 지위가 높아도 돈이 많아도. 종교에 몸 담고 일하는 분들도 보아 왔다. 그러나 이미 일어난 일은 지나간 일이다. 현재를 살고 있는 지금의 나의 기분을 알아채고 앞으로의 계획을 세워서 나아가야 하지 않을까?






환자를 완전하게 이해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다. 이해하려고, 아니 알아보려고 노력하는 것뿐이다. 공감하고 싶다. 지식적인 부분에서 또 그간의 경험으로 그들의 상태에 대해서 알고, 더 많이 알아보려고 노력하고 있는 것뿐이다. 어쭙잖게 위로의 말을 했을 때 상처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환자들에게 운동적인 부분에서 더 좋아진 것 같다는 말은 상황을 보아 가면서 말씀드리곤 한다.


그러나 언어적인 측면에서 좋아지는 부분은 자세하게 설명한다. 처음 입원했을 때의 상태를 기억하지 못하여서 점차적으로 좋아지는 부분을 스스로 잘 알아차리지 못하기도 한다. 그래서 처음 상태를 말로 설명하기도 하고 녹음하여 들려주기도 한다. 그리고 중간중간 자신의 말 상태가 좋아졌다는 것을 인지할수록 재활의 효과가 좋다고 나는 생각한다. 더 나은 나를 알아차리고 스스로를 칭찬하는 분들이 더 좋은 결과를 갖고 퇴원하는 경우를 10여 년간 보아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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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종종 지친다.


주변의 사람들과 비교하면서 지친다. 누가 더 넓은 집을 샀다더라, 어떤 아이가 공부를 잘한다더라... SNS를 더 사용할수록 비교할 만한 일들이 참 많아진다.

울고 싶을 때가 있어도 잘 울지 못한다. 누가 힘들 때 울지 말라고 힘내라고 했을까. 들어온 말이기도 하지만, 내가 주변에 종종 힘내라고 하지 않았던가. 하지만 가끔은 울고 나면 건강해진다. 울고 난 후 훌훌 털어버리고 다시 시작할 수 있다. 나는 울 권리가 있다. 그러고 나서 어제의 나보다 더 나은 나를 격려해주자. 토닥토닥.


지칠 때는 잠시 자리에 주저앉자. 그리고 오늘의 나를 칭찬하고 위로해주었으면 좋겠다.






고통을 표현함으로써 고통을 수용하는 것이 종종 치유의 첫 단계이다.



- David M. Luterman(2019). 의사소통 장애 상담. 학지사. 중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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