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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린 Nov 09. 2024

14. 친절한 금례씨

금례는 우리할머니 존함이다. 할머니 연세는 80을 훌쩍넘어 90에 가까운 숫자가 되었다.하지만, 할머니가 가진 공감능력과 그 밖에 사람 챙기는 걸 좋아하는 품성때문인지 마을에 종종 계시는 젊은 분들과도 거리낌없이 잘 지내시곤 한다.아무리 깡시골이라지만 젊은사람들과 나이가 지긋한 분들과 같이 어울리긴 쉽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이곳 저곳에서 할머니를 찾는 분들이 많으시다. 조금은 힘들어도 아직까진 활동량이 좋으셔 일을 부탁하는 분들도 있고 음식 만드는 방법 등 각종것들을 문의하는 것 같다. 그런 소통들이 있어 할머니가 외로이 혼자 지내시진 않는다는 것에 마음이 놓인다.


할머니댁에 오래간만에 간 날이었다. 보통 할머니댁에 가면 나는 할머니와 안방에서 같이 자곤 하는데 시골가면 응당 느즈막히 일어나 여유를 부리고 싶지만 할머니가 이른 새벽부터 움직이시느라 7시 후에 깨는것이 쉽지 않다. 


그러던 어느날 모두가 자고 있는 새벽에, 할머니도 주무시는 그 새벽에, 한통의 전화가 왔다. 나는 일어나진 않았지만 잠에서 깨 이불을 파묻고 있었고, 할머니는 혼잣말로 '지금이 몇시여..? 4시.. 이 시간에 누가 전화를 한대..'하며 전화를 받으셨다. 이내 할머니 목소리에 상대방 질문을 간파할 수 있었다.


바로, 고추장 담그는 법을 물으셨던 것 같다. 할머니는 그 질문을 받자마자, 방금 일어난 사람같지 않게 '쇠주를 좀 넣코, 다글다글 끓이쑈~' 하며 레시피를 열심히도 읊어주셨다. 3분정도 그리 길지도 짧지도(새벽치곤) 않은 시간동안 통화를 하고 끊으시더니, 


'싀벌롬의 여편네.. 지금이 몇신디 고치장 담그는 법을 알려달라고 해싸..' 라고 하시는 것이다. ㅋㅋ

평소 다정한 할머니라 그런지 저런 욕설이 헉!하는 소리와 함께 귀엽고 웃음이 나왔다. 조금 놀라긴 했지만 전라도 토박이신걸 고려하면 막상 정겹게도 들리는 소리였다. 이래나 저래나 레시피는 정확하게 알려주지 않으셨는가.


몇년이 지난 지금까지 내 웃음버튼이다. 할머니는 누구에게 모난말을 잘 하시진 않지만 마을내에도 받아먹기만 좋아하고 한번을 베풀지 않는 사람들을 보고 나에게 비밀스럽게 한마디씩 하곤 한다. 그래도 늘 주변을 챙기시며 마을 돌아가는 일은 다 알고 계신다. 넘의 집 개 일까지..


할머니댁은 한명씩 항상 들렸다 가는 곳이 되었다. 나도 할머니처럼 베푸는 즐거움을 온전히 느끼고 싶다.남에게 베푸는 게 나에게 베푸는 것보다 큰 즐거움이 따른다는 것을 할머니덕에 조금씩 배워가는 것 같다. 금례씨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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