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희는부모님을모시고아예 근무 중인 W대지역으로이사할 생각을 했다.여전히 주말이면 서울에올라가야 하는 일이 만만치 않았다. 아예 서울 갈 일이 없으면 시간활용도더용이해질 수 있기 때문이기도 했다.
돌이켜보면, 준희 인생에 대전환점의 계기는 바로 하동 하회마을에서 600년 된 느티나무를 만난 거였다. 준희가 그동안 그토록 찾고 싶어 했던 삶의 의미와, 자신의 존재에 대한 모든 의구심을 풀어내는 열쇠가 바로 그 순간에 있었고 그로부터 풀리기 시작했음을 나중에야 깨닫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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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강의가끝나면차를몰아나무가울창한 곳을다녀오곤했다. 그러다강의가없는날이나주말이되면 더 멀리있는깊은산속을뒤지고다녔다.
목적은단하나.
하동느티나무밑에서느꼈던신비한몸의감각을다시느껴보기위해서였다.
그러면서그이유가무엇이었는지, 어떤의미가있는지를알고싶었다.
준희가 그동안 놓지 못했던 '자신, 존재'에 관한 물음은 하동 느티나무를 만난 이후로 완전히 바뀌었다. '나 자신에 대해 아는 게 아무것도 없다'는 의문 보다, 그때 느티나무 아래서 온몸으로 전해져 왔던 경이로운 몸의 감각에 대해 더 알고 싶다는 욕망이 강하게 몰려왔다.
그렇다면왜어떤곳에서는머리나배가아파왔고어떤곳에서는그런따스함이느껴 오는지가의문이었다. 무엇때문에그런차이가났을까? 준희는그두가지감각을느끼게하는곳을반복적으로방문했다. 몸에서일어나는느낌을상세히설명해보고싶었기 때문이다.
그러다가점점 차이점이 있다는 것을알게되었다. 따스함이없는곳에서는아무런느낌이없었거나, 아니면 머리가아프거나배가아프거나위장 혹은 심장이 아프거나등등의느낌이왔다. 반면에따스함이느껴지는곳에서는어떤데는다리쪽으로그온기가올라오고어디는심장등몸의중심부위로어디는등쪽척추부위를타고올라오고어디는아랫배쪽대장과생식기로그따스함이느껴졌다.
당시에여자가운전하고다니는일은 그렇게 흔한일이아니었고더구나남자들도차가없는사람이많았던시기였다. 오늘날처럼차가없는집이없을정도가아니었다. 늘준희는이런모든것에서도부모님의뛰어나신예지력에감탄하곤한다.
준희는손으로작업하는모든일들이몹시서툴렀기때문에자동차를사주겠다는엄마에게운전은기사를두자고했었다. 그때엄마는남을부릴려면네가 더 잘알아야한다고하시며운전을배우라고하셨다.
엄마말씀도일리가있는것같다는생각에서울에서운전면허시험을응시했으나번번이떨어졌다. 실기가도저히안 돼서탈락, 탈락또탈락. 그만포기해야겠다고생각하는데,눈치챈엄마가그럼다른지역그러니까근무하는대학이있는지역에서다시해보라는것이다. 그래서,드디어 네 번째 응시에서 합격! 통지서를받았다.
손으로하는모든일에서툴렀던준희에게 더구나 기계를 다루는 일이라니...,
그합격의기쁨은정말최고였다. 생각해 보면,연세많은옛날분인엄마의그런혜안덕분에이렇게아무런방해 없이가고싶은곳을다닐수있으니어디라도차를가지고가볼수있다는자유를만끽할때마다엄마에대한고마움이늘솟구쳤다.
세상에 가장 소중한 것은 인연복이다. 부모자식의 가족관계가 되었건 친구나 지인 혹은 제자가 되었던지 간에 일단 만남 자체는 항상 소중하며, 관계를 마무리 지을 일이 있다면 절대로 상대의 마음을 상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 해야 한다. 그래야 마음의 짐을 벗고 다음이 자유롭게 된다.
-수맥의 실체를 알게 되다-
준희가산야방방곡곡을헤매고다니는일이하동다녀와서거의일 년이 넘어가는 때였다.열심히통증과따스함 등 나름의 데이터? 를축적해나가며일일이일기에메모하며지내는데, 하루는우연히수맥에관한글을접하면서수맥이어떤것이며인간에게어떻게해로우며어떤통증을유발하는가를알게되었다. 그러면서준희는자연스럽게그동안여러군데서느꼈던통증의종류와부위에연결시켜 보며무릎을치지않을수없었다.
준희가느꼈던몸여기저기통증은수맥이있던곳이었다는사실을알게된것이다. 그렇다면수맥도종류가있다는말이다. 머리에통증을일으키는수맥, 가슴에통증그리고대장소장과생식기가있는아랫배등이있는부위에통증을일으키는 곳등수맥에도 인체에 미치는 부위가 다르니 그 특징에 따라서 분류해 정리할 수 있었다.
그때부터준희는몸에통증이조금이라도느껴지는곳은바로피해서다른 데로갔다.
그렇다면왜따스함이느껴지는가를이제설명해야했다.
'왜일까?'
여전히준희는쉬지않고시간여유만생기면전국의산과들을헤매며다녔다.
거의 1년여 더 헤맨듯하다.
그러다가 지리산강원도등산이높을수록 그 전해오는 온기가 더강하다는걸알았다. 그런데산에올라가서가아니라그렇게높은산아래둘레가더강하다는사실도알아냈다. 그런데,왜???
지금도 그 강한 기억이 또렷하다.
서울에서 워크숍 등 볼일이 있을 때마다 머무르는 평창동 집에서 밤에 잠을 자려고 누웠는데 갑자기 머리 위로 강한 에너지가 강하게 들어오는 것을 느꼈다. 한겨울이었는데 그 기운이 너무 강하게 머리 위 한가운데로 뚫을 듯이 강하게 다가와 도저히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