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는 단지 4개월 만을 계획해서 떠나왔던 이 모험이 6개월, 그리고 1년으로 점점 나의 일상이 되어가고 있었고 이 일상을 지속하고 싶었다. 그래서 워홀비자가 끝날즈음에는 한국에서 2달간의 휴가를 보낸 뒤 다시 아일랜드로 돌아가려는 계획을 가지고 돌아왔다. 하지만 그런 나의 계획은 코로나로 인한 항공편취소로 인해 무산되고야 말았다. 한국에 돌아온 지 3개월이 지나자 이렇게 아무것도 못하며 허송세월 보낼 수없었던 나는 그해 아일랜드로 돌아가지 않겠다는 결정을 내려야 했다. 리타와는 제대로 된 작별인사도 나누지 못한 채, 왓츠앱으로 내가 아일랜드로 돌아가지 못하는 현실적인 상황들에 대해서 구구절절 장문으로 편지를 써가며 문자를 보냈다. 그렇게 잠시동안의 이별을 위해 썰던 말은 기약 없는 안녕이 되어버렸다.
-2020.02.09
한국으로 돌아온 지 벌써 3년이 지났고 20대 초반이었던 나는 지금 3년 후에 서른 살을 맞이한다.
아일랜드에서 돌아온 뒤 대학교를 옮겼고, 학과도 바꿨고 여전히 불안한 미래를 품은 채 살아가고 있다.
그곳에서 만난 몇몇과는 연락이 끊겼고, 누군가는 간간히 어떤 사람들과는 여전히 좋은 친구가 되어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영어실력은 한국에서 더 좋아졌고, 그때는 만나기 힘들었던 외국인 친구들도 편입한 대학교에서 많이 사귈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