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 유신디
초등학생 때 10년 안에 이루고 싶은 것을 적은 적이 있다. 그중 하나가 1년 동안 외국에서 살아보기였다. 11개월이면 1년으로 쳐줄 수 있지 않을까? 만 25세 기념으로 몇 년 만에 다시 10년 안에 이루고 싶은 일을 적어보았다. 이번에는 얼마나 원하는 걸 이룰 수 있을까.
한국으로 돌아와 3년간 이래저래 시간을 보냈다. 학교를 졸업하고 돈을 모으고 책을 쓰기로 마음먹고 다시 출국을 준비했다. 어느날 친구에게 말했다.
“나 한국을 떠날 거야”
“너라면 그럴 것 같았어, 놀랍지 않아”
“왜 그렇게 생각해?”
“넌 외국에 나가 있을 때 행복해 보이더라”
23년 6월, 다시 더블린에 돌아왔다. 지난 더블린 생활을 제대로 마무리하고 싶다는 포장지 안에 도피라는 알맹이를 고이 싸들고 왔다. 솔직히 외국에 나가서 행복한 것인지 한국에 있어서 행복하지 않은 것인지 아직 잘 모르겠다. 이번에는 알게 되었으면 좋겠다. 뭐가 이렇게 나를 밖으로 이끄는지.
나는 여전히 모든 게 새롭고 설레고 떨리고 두렵다. 그럼에도 내 앞으로의 날들이 기대된다. 다음에는 또 어떤 일을 경험하게 될까. 그 경험들로 나는 또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 그게 무엇이 되었든 나에게 좋은 경험이 될 것은 분명하다. 더블린에서의 지난 경험들이 그러했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