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imumi 여이진 유신디
Oct 13. 2023
현실에서 도망치듯 더블린에 왔지만, 여기서도 또 다른 현실을 마주하게 되었고 내 생각보다 더 힘들고 지치는 날도 많았다. 또한 한국으로 돌아가는 날이 다가올수록 정든 사람과 또 이별할 준비를 해야 했고, 대학교 4학년이 되는 내 삶의 방향도 결정해야 했다. 겨우 23살이었던 나에게는 꽤나 가혹했다.
떠나서 우울한 마음 반과 한국으로 돌아가서 행복한 마음 반을 가지고 돌아오기 직전에 혼자 여행을 떠났다. 아무도 나를 모르고 신경 쓰지 않는 곳에서 2박 3일 간 혼자 지내다 보니 생각이 많아졌다. 7개월이 조금 넘는 짧지 않은 시간 동안의 나를 돌아봤다. 단순히 영어 실력이 늘고, 새로운 친구들이 생겼다는 것 외에 스스로 성장했음을 느꼈다.
한국에서 아르바이트를 했을 때보다 더 극한 사회생활을 맛봤다.
부모님의 도움 없이 혼자 결정할 일이 많아 책임감이 생겼다.
내가 아프고 힘들어도 혼자 극복하는 방법을 터득했다.
지금의 이별이 또 다른 만남으로 이어진다는 걸 알고 좀 더 의연하게 이별을 맞이할 수 있었다.
내가 더 챙겨야 할 부분과 그렇지 않고 놓아줄 수 있는 부분을 구분하게 되었다.
나 자신을 가장 아끼고 보호할 수 있게 되었다.
꼭 더블린 생활이 아니어도 언젠간 겪을 일이었다. 하지만 조금 더 빨리 깨닫게 되자, 그 이후의 삶이 참 편해졌다. 정말 '나'를 위한 삶을 살고 있다는 게 가장 행복하다. 아일랜드에 다녀온 지 벌써 4년이 지나가고 있지만, 나는 여전히 그때의 깨달음으로 지금의 나를 다독이고 있다.
8시간 느리게 살았고,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