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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울 Mar 14. 2024

내게 나는 늘 부족한 아이였다

내게 나는 늘 부족한 아이였다.



나는 어릴 적부터 예민한 아이였다. 왜 스스로를 그렇게 생각할까 되짚어보니, '넌 예민해'라는 말을 줄곧 가족들로부터, 조금 크고 나서부터는 친구들에게도 가끔 들었던 것 같다. 예민하다는 말의 뉘앙스는 꽤 부정적이었고 그래서 나의 이런 성격은 고쳐야 한다고 생각했다.


사람들의 말에 쉽게 상처를 받았고, 여자 아이들과의 미묘한 갈등이 내게는 더욱 크게 다가왔던 것 같다. 그래서 일상의 2/3를 친구들과 함께 보내야 했던 학교 생활이 조금 버거웠다. 특히 새로운 반에 올라가 새로운 친구들과 관계를 맺어야 할 때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더 이상 예민하다는 말을 듣고 싶지 않았고, 자기 검열은 점점 더 심해졌다. 친구들과 수다를 한참 떨고 집에 돌아오는 길이면 항상 내가 했던 말들을 곱씹었다. '친구들이 내 말에 상처받았을까?'를 고민했고 그 고민은 '친구들이 나를 미워할까?'로 이어졌다. 사람들에게 미움받는 것에 대해 나는 늘 두려움이 있었다.


또 나는 공부를 잘해 선생님에게, 부모님에게 예쁨을 받고 싶었다. 동시에 친구들 사이에서도 인기 많은 학생이고 싶었다. 하지만 실제로 나는 그저 평범한 학생 1일뿐이었다. 내가 되고 싶었던 '이상향 속의 나'는 너무 완벽해서, 실제의 나와 갭이 너무 컸다. 그래서 스스로를 늘 부족한 사람이라고 여겼다.




부단히 나를 바꾸었지만, 진짜 나는 바뀌지 않았다.



중학교 2학년이었던 어느 날, 우리 담임 선생님이 복도를 지나가다가 친구들과 함께 있는 나에게 이런 말을 남겼다. "A야, 너는 왜 이렇게 웃음이 없니?" 그냥 흘려들을 수 있는 말이었는데, 나는 그 말에 꽤 충격을 받았다. 마치 나에게는 "웃음이 많은 아이가 되어야지."라는 말로 들렸다. 그래서 그 이후부터 거울을 보고 웃음 짓는 연습을 했다. 


고등학생이 된 나는 제법 웃음이 헤픈 아이가 됐다. 그래서 새로운 친구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었지만, 그럼에도 예민한 성정을 쉽게 바뀌지 않았다. 나는 여전히 사람들의 말에 민감했고 그것이 스트레스가 됐다. 어쩌다 한 번씩 친구들과 다투는 일이 있었는데, 여느 여학생들의 흔한 말다툼이었음에도 나는 그것이 나의 성격 탓이라고 생각했다.


대학생이 되었지만, 나는 여전히 타인의 말에 쉽게 상처받는 아이였다. 겉모습은 제법 사회성이 있는 모습을 갖추었지만 사람들과 있는 내 모습이 자꾸 '가짜' 같았다. 나라는 큰 퍼즐에 맞지 않는 조각들을 억지로 품고 있는 듯했다. 부단히 노력해서 나를 바꾸었는데 왜 나는 아직도 인간관계에 이렇게 서툴까, 고민했다.



왜 이 친구는 반짝반짝 빛나 보일까?



그러다 대학생 때 한 친구를 만났다.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매력적인 친구였다. '나와 같은 평범한 아이였는데 왜 그 친구는 유독 반짝반짝 빛나보일까?' 궁금하고 샘이 났다. 그때는 몰랐지만, 한참이 지나 그 이유를 깨닫게 됐다. 언변이 좋은 친구이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자신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데 거리낌이 없었다. 나의 부족한 부분을 감추고 바꾸려고 했던 나와는 달리 자신의 단점을 솔직하게 꺼내고 인정할 줄 알았다. 본인의 단점을 별스럽지 않게 이야기하니 내가 보기에도 그게 흠으로 보이지 않았다. 자신의 장점 또한 잘 알고 있는 친구여서 그런지 오히려 그 모습이 당당하고 멋져 보였다.


또 한 가지, 사소한 칭찬으로 상대를 부담스럽지 않게 치켜세워줄 줄 아는 아이였다. 예를 들면, 도표 정리를 잘했다 혹은 오늘 옷이 예쁘다 등등처럼. 그 칭찬이 상대에게 잘 보이기 위한 칭찬으로 보이지 않아 좋았다. 그냥 솔직하게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는 스탠스라서 과하지 않게 느껴졌던 것 같다.


하지만 그 당시의 나는 그 아이의 진짜 매력이 무엇인지 알지 못했다. 그래서 어설프게 그 아이의 말투나 유머코드를 따라 하다가 흑역사만 잔뜩 생성하고 그만두곤 했다. 나는 그렇게 타인의 장점을 부러워하고 나에게 맞지 않는 옷을 흉내 내며 20대 초중반을 보냈다. 정작 나의 진짜 장점은 보지 못한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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