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 흘리는 아이와 패닉에 빠진 엄마

by 마마규

매우 더운 날씨였다. 내 마음속 두 목소리가 싸우고 있었다.

'이렇게 더운데 굳이 나가서 놀까?' '그래도 야외에서 노는 게 아이들한테 좋지 않을까?'

결국 후자의 손을 들어주었다. 더위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이 밖에서 뛰어노는 것이 더 건강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16개월의 쌍둥이를 데리고 그늘이 있는 놀이터를 찾아 나섰다.

평소처럼 1미터 정도 거리에서 아이들을 지켜보고 있었다. 영준이가 신나게 뛰어다니는 모습을 보며 '역시 나오길 잘했구나' 생각하고 있던 바로 그 순간이었다.


갑자기 영준이가 넘어졌다.

그리고 머리에서 피가 줄줄 흘러내리고 있었다. 움푹 패인 상처는 엄지손가락 한 마디 정도 크기 였다. 그런 상처는 태어나서 처음 봤다.

내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 온갖 두려움이 밀려왔다.

'피가 너무 많이 흘러서 문제가 생기면 어쩌지? 머리를 세게 부딪혀서 뇌에 이상이 생기면 어쩌지?'

두 손은 덜덜 떨렸고, 피를 멈추게 할 방법이 없어 아이를 가슴에 품고 앉았다가 섰다가를 반복했다. 정신없이 집에 있던 남편에게 전화를 걸었다.

"당장 나와줘! 공원으로 당장!"

전화를 끊고 일단 유모차에 아기들을 앉혔다. 5분 거리 소아과로 뛰기 시작했다.


중간 지점에서 남편이 뛰어오고 있었다. 아들을 남편에게 맡기고 빨리 소아과로 달려가라고 했다. 나는 유모차를 밀고 달렸다.

소아과는 점심시간이었지만, 친절한 간호사와 의사가 응급처치를 해주었다. 하지만 여기서는 꿰맬 수 없으니 30분 거리의 소아외상전문 병원에 가야 한다고 했다.

"괜찮아요. 찢어졌지만 꿰매기만 하면 큰 문제없을 거예요."

간호사의 위로에도 불구하고 손은 계속 떨렸고 눈물이 났다. 제정신이 아니어서 택시조차 부를 수 없었다. 간호사에게 부탁했고, 지나가던 아저씨가 도움을 주셔서 겨우 택시에 올랐다.


화상외상응급환자를 전문으로 하는 큰 병원에 도착했다. 40분을 기다려야 한다는 접수 직원의 차분한 목소리를 들으며, 나는 비로소 깨달았다.

피 흘리는 아기와 티셔츠에 피가 가득 묻은 엄마를 보고도 별로 신경 쓰지 않는 병원 분위기.

그제서야 알았다.

'이게 그렇게 큰 일이 아니구나. 잘 꿰매면 문제가 아니구나.'

16개월 아이는 머리가 찢어졌어도 울지도 않고 계속 걸어 다녔다. 병원 내부를 신기하게 구경하며 돌아다니고 있었다. 의사도 간호사도 큰일로 보지 않았다.

그렇게 큰 패닉에 빠져 있던 내가 우스웠다.


응급치료실에서 마취를 하고 꿰매는 동안 엄마인 나는 들어갈 수 없었다. 아마도 아기를 꿰매는 모습을 엄마가 보는 것이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무사히 꿰매고 나와서 마취가 끝날 때까지 병원에서 2시간을 더 기다렸다. 집으로 돌아왔을 때는 온몸에 힘이 빠져있었다.


패닉에서 배운 것들

그날 나는 몇 가지를 배웠다.

두려움에 압도당하면 패닉이 온다. 패닉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상황을 더 악화시킬 뿐이다.

정신을 차리고 필요한 행동을 침착하게 하면 된다. 내가 패닉에 빠지면 아이들은 더 큰 공포감을 느낀다는 것도 깨달았다.

응급상황에서는 전화를 끊지 않고 계속 켜놓은 상태로 수시로 소통해야 한다.

119에 전화해서 상황을 설명하고 도움을 받았으면 더 좋았을 것이다.

아이들은 언젠가, 계속해서 다칠 것이다. 그것이 성장의 일부다. 내가 이렇게 연약해서는 안 된다.

그날의 경험은 나에게 중요한 교훈을 남겼다.

다음에 또 이런 일이 생긴다면, 나는 조금 더 침착할 수 있을 것이다. 패닉 대신 사랑으로, 두려움 대신 지혜로 아이를 돌볼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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