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인즈 코헛의 자기심리학
내현적 나르시시즘은 왜 생기는 걸까? 삼신할머니가 점찍은 아이는 내현적 나르시시스트로 태어나는 걸까? 양육과 발달의 관계는 아직까지 미스터리인 부분이 많아 단언하기는 어렵지만 어린 시절 양육에 문제가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 여기서는 의사이자 정신분석학자인 하인즈 코헛의 자기심리학 이론을 간략하게 살펴본다.
코헛은 아이가 태어나고 첫 두 해가 유아의 심리구조 형성에 결정적이라고 보았다. 유아에게는 아직 자기 자신이라는 개념이 형성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자신과 타인의 경계가 없다. 따라서 유아에게 보호자는 자기 자신의 연장선으로서 여겨진다. 유아는 스스로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이때 유아의 욕구를 대신 채워주는 보호자가 존재한다. 울면 우유를 주고, 기저귀를 갈아주고, 안아주고 달래준다. 이처럼 보호자는 유아의 욕구를 대신 알아차려주고 해소해 준다. 유아는 자신의 일부인 보호자가 안전하고 강하다고 여기며, 이상적인 것의 기준을 만들게 된다. 또한 유아는 인정과 지지를 필요로 하며 자신의 성취를 내세운다. 보호자가 이러한 욕구를 충족시켜 주고 아이의 과시에 공감해 준다면 유아는 자기 자신에게 안심하며 긍정적 자아상을 형성한다. 불안을 이기는 힘이 여기에서 나온다. 또한 유아는 보호자를 흉내 내며 소속감을 경험한다. 이를 통해 자신감과 안정감을 얻는다.
그러나 보호자가 유아의 모든 표현을 알아채고 공감해 주기란 불가능하다. 이때 유아는 미세한 좌절을 경험한다. 보호자가 자신에 대해 공감해 줄 것이라는 믿음이 전제된 관계에서, 이렇듯 경미한 좌절을 거치며 유아는 보호자의 현실적 한계를 받아들이게 된다. 이상적인 것의 허들이 낮아짐과 동시에, 자신을 과대적으로 표출하고자 하는 욕구를 점차 누그러뜨리게 된다. 보호자에 대해 미세하게 실망하는 과정을 반복하다 보면, 유아는 보호자가 해주던 공감적 역할을 스스로 수행하게 된다. 이것이 건강한 자기애의 형성에 대한 코헛의 설명이다.
하지만 보호자를 이상화하고 싶은 욕구, 자신이 인정받고자 하는 욕구, 소속되어 있다는 욕구, 세 가지가 모두 충족되지 않은 경우 문제가 발생한다. 자신이 인정받고자 하는 욕구가 제대로 수용되지 않은 경우, 유아는 과대적인 자기 자신에 대한 비현실적인 환상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한다. 이에 따라 환상 속의 과대한 자신과 현실의 자기를 늘 비교하며 낮은 자존감에 시달리게 된다. 보호자에 대해 제대로 이상화가 이루어지지 않았을 때, 유아는 이상적인 것의 기준을 제대로 잡지 못한다. 따라서 이상적인 것에 대한 환상에 지속적으로 사로잡힌다. 어린 시절 이상적인 것으로부터 얻을 수 있었던 안정감을 얻지 못해 외부로부터 안정감을 찾는다. 따라서 나르시시스트들의 경우 무언가에 중독될 개연성이 높다.
즉 유아에게 지속적인 공감이 제공되지 않은 가혹한 양육 환경이 나르시시스트를 형성할 가능성이 높다. 태어나고 첫 두 해의 기억을 가지고 있지 않아 구체적으로 진술하기는 어렵지만, 내가 유년기에 주로 느낀 것은 관심에 대한 갈망이었다. 필자는 연년생이고 어린 시절 부모님이 맞벌이를 하셨었다. “왜 모두 나한테 무관심하지.”에 대해 분노하던 것이 내가 가진 첫 분노의 기억이다. 또한 한 살 어린 동생에게 관심이 갈 때마다 화가 났었고, 부모님은 이에 대해 전혀 이해하지 못했었다. 또한 나는 여러 사람이 그렇듯 어린 시절 영재소리를 들으며 자랐는데, 중학 시절 나의 ’영재‘ 노릇이 좌절되었을 때 역시 아무런 감정적 지지를 받지 못했고 되려 책망뿐이었다. 그 좌절은 이상적인 자신이 산산이 부서진 것이었어서 감정적으로 받아들이기 힘들었던 기억이 난다. 내가 유년기에 품었던 과도한 자기 자신에 대한 인정 욕구가 어른이 된 지금까지도 수용된 적이 없기 때문에 현재까지도 내현적 나르시시스트로 살아가고 있는 것이 아닐까 짐작해 본다.
참고
홍이화. 하인즈코헛의 자기심리학 이야기 1. 한국심리치료연구소, 2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