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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영 Apr 19. 2024

연아와의 밤을....

한 여름날 서울의 밤 시가지는 불꽃 송이들이 흐드러지게 만발한 정원과도 같다. 영진과 연아는 인사동에서 한정식으로 저녁을 먹고 쌈지길도 들려보고 청계천을 걸었다. 쌈지길은 특정한 시간에 정지된 공간이 아니라, 조선 초기부터 현재까지 600여 년의 역사가 차곡차곡 쌓여 다양한 방식으로 살아 숨 쉬는 공간이다.      

영진은 오늘 밤 연아를 만나 같이 밥을 먹고 차를 마시고 정겨운 길을 걸으면서 인생이란 여행길에서 친절한 사람을 만나면 여행의 즐거움도 배가 되지만 가슴이 저절로 따뜻해짐을 느낄 수 있었다.      

연아는 오늘 하늘하늘한 시폰 소재의 원피스를 입고 있다. 하얀 다리가 눈부셨다. 특히 발목에 매달린 루비가 밤하늘의 별처럼 아름답게 반짝인다.      

갑자기 여름 날씨만큼이나 영진의 가슴에서 무더위 열기가 올라왔다.           

“어제 친구분이랑 잘 보내셨어요?”          

연아가 영진을 보며 물었다.          

“아~~~ 예. 모처럼 만나 한잔하며 즐겁게 보냈어요.”          

괜히 영진은 연아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사람은 하나의 거짓말을 들키지 않기 위해 수많은 거짓말을 만들어내야 한다. 영진은 큰 거짓말이나 실수로 하는 거짓말이라도 하게 되면 누구에게라도 얼굴이 절로 빨갛게 익어버린다.          

“뭘 하며 즐겁게 보내셨을까?”          

연아가 마치 어젯밤 일을 나는 알고 있다는 것처럼 배시시 웃으며 물었다.          

“아~~~ 예, 그냥저냥 술 마시고 얘기하고.... 그랬죠.”          

이렇게 대답하면서도 영진은 자신이 너무 이기적인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영진 씨는 거짓말을 못 하나 봐요.”          

“왜요?”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르는 게 금방 표가 나는데요.”          

“아이고~~~ 참내. 내가 이거 완전히 넘어간 것 같은데요.”          

영진이 갑자기 허리를 굽히면서 신발 끈을 조여 매었다. 아니 묶는척하는 시늉을 해야만 했다. 홍당무가 된 얼굴을 가라앉힐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참 좋은 사람 같아요.”          

연아가 그러면서도 일부러 눈을 흘겼다. 연아의 몸에서 풍기는 향수 냄새가 초록 초록한 느낌의 꽃향기가 되어 고급스럽고 세련되게 여름밤의 바람과 같이 날린다. 며칠 전 처음 열차 안에서 만났을 때는 재스민 향기가 났었다. 밝게 웃으며 얼굴을 옆으로 돌리는 연아의 모습이 통통거리며 경쾌해 보였다.         

“이건 무슨 향수일까?”          

문득 향수의 이름이 궁금해졌다. 아마도 섹시미와 퇴폐미를 표하는 톰포드일까? 하는 생각을 하다가 연아가 이미 자신의 마음을 꿰뚫어 보는 것만 같아 다시금 무안해진다. 우리의 인연이 이렇게 끝난다고 해도 오늘의 체취는 영원히 가슴에 남아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둘이 만나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며 시간을 보냈다. 그녀의 현재의 삶은 물론, 유학시절 만나 깊이 사귀었던 남자의 이야기까지 연아는 다 얘기했고 영진도 오랜 친구 사이처럼 지난날을 회상하면서 그동안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했던 가슴속에 쌓아둔 비밀스러운 내용까지 처음으로 털어놓았다.          

“생각하면 너무 삶이 슬픈 것 같아요. 기억은 뇌가 알아서 지워준다는데 그렇지가 않은 것 같아요”          

영진이 경윤과 이별을 얘기했을 때 쿨 하고 좋았던 이별이 부럽기도 하고 좋을 것 같은데.... 울고불고 헤어지는 것보다 더 슬프다며 말을 했다. 아마도 연아는 자신의 이별이 아름답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이별은 이별일 뿐이지 이별이 특별할 이유는 없다. 어쨌든 이별은 아픈 것이니깐.     

영진과 연아는 새로운 사랑을 위한 호기심 어린 사춘기로 돌아가고 있었다. 오늘밤 서로의 분위기에 취해서 일 것이다.      

곪디 곪아 있는 상처에 눌어붙어 앉은 딱지가 완전히 떨어질 때까지는 더 아파야 하고 더 그리워해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둘은 그렇게 밤을 새울듯한 좋은 기분으로 서로의 아픔과 기쁨을 나누고 있었다.          

연아의 집에 도착한 것은 자정 무렵이었다.      

호텔로 돌아가겠다는 영진을 연아는 자고 가라며 한사코 붙잡았다.      

자신의 집에서 한 끼 밥이라도 먹여 보내고 싶다는 호의인 줄 알기에 영진은 고마워하며 받아들였다. 사실 호텔로 가겠다는 한 것은 딱 봐도 영진의 본심은 아니었다.        

“연아씨는 참 멋진 여자예요. 화술도 좋고 분위기 리드도 뛰어나.”          

“아유~~~ 왜 그러세요? 부끄럽게.”          

막상 둘이 마주 보고 있으니 부끄러워하면서도 반면에 빠른 진도를 나가고 있다. 내숭만은 아닐 것이다. 영진은 반짝거리며 촉촉한 물기를 머금고 있는 그녀의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가볍게 덮었다가 떼었다. 그러자 연아의 달콤한 혀가 그의 입술을 두드리며 입안을 이리저리 휘젓고 다닌다. 혀와 혀가 엉키니 침이 가득 쌓여 목구멍을 타고 넘어가 버린다. 달짝지근한 맛이다.      

서로의 몸을 밀착시키자 기다렸다는 듯이 영진의 하체가 팽팽하게 부풀고 힘이 들어갔다. 여름이라서 아주 얇은 연아의 치마 속이 따뜻하고 부드러운 감촉을 더 깊고 진하게 느낄 수 있다. 그녀가 몸을 비틀자 오히려 그게 더한 자극으로 다가온다.     

그녀가 몸을 돌려 등을 보였다. 등 뒤에 지퍼가 있었다. 지퍼를 내리자 세련되고 무르익은 연아의 몸이 찬란하다. 다시 연아의 몸을 돌려 풍만한 젖가슴을 입에 물고 혀를 돌리자 껍질이 스스로 벗겨지는 물컹한 복숭아가 연상되었다. 한입 베어 물면 달디 단 과즙이 와르륵 한꺼번에 쏟아지는 그런 복숭아처럼 달았다. 그러고 보니 복숭아는 여름이 제철이다.          

누구나 사랑하는 사람을 얻기 위해서 많이 노력할 것이다. 단지 운 좋은 사람은 단 한 번만의 고백으로 상대의 마음을 얻을 수도 있었겠고 더러는 수십, 수백 번을 고백해 사랑을 쟁취한 사람도 있을 것이다. 영화 “첫 키스만 50번째(50 First Dates)”는 사랑하는 한 사람을 위해 포기를 모르는 남자의 이야기다.      

수족관 동물 조련사인 헨리는 우연히 한 식당에서 해맑은 금발의 미녀 루시에게 첫눈에 반해 함께 첫날밤을 보냈지만, 다음날, 루시는 자신에게 말을 거는 헨리를 마치 처음 보는 듯이 이상한 사람으로 취급한다. 사실 그녀는 자동차 사고 이후 단기 기억상실증에 걸려 자고 일어나면 전날의 기억을 잊고 항상 사고 당일만을 기억하기 때문이다.     

하루가 지나면 자신을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루시를 헨리는 날마다 새롭게 다가갔고 늘 첫 만남인 것처럼 그녀의 마음을 얻기 위해 노력했다.     

서로에게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연기와 진정한 사랑을 깨닫게 되는 로맨틱 코미디로 많은 사랑을 받았던 영화이다.     

영화의 대사 중 루시의 “첫 키스만큼 좋은 건 없어요”라는 대사가 있는데 누군가와 나누는 첫 키스는 언제나 설레고 가슴 벅찬 일이리라. 그리고 첫 키스는 서로 사랑하는 이들이 본격적으로 교감을 나누는 것이며 둘의 관계가 더 친근해져 “너와 나”에서 “우리”로 발전되는 것만큼은 분명한 사실이다.           

아침에 눈을 뜬 영진을 바라보는 연아의 입가에 밴 미소가 멈추지 않는다.      

연아가 새벽부터 일어나 식탁 가득 차려준 진수성찬을 맛있게 잘 먹었다. 욕실로 들어가 가볍게 샤워만 하고 나온 영진을 흐뭇한 표정으로 바라보더니 앞으로 다가와 두 팔로 허리를 감아 안는다. 

둘은 서로를 마주 보며 다시 한번 달콤한 키스를 했다. 연아는 한 손을 뻗어 자신의 화장대 서랍에서 꺼낸 콘돔을 영진의 물건에 씌워주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속삭였다.       

“영진 씨 홀랑 벗어요. 나, 지금 몸이 다시 뜨거워졌어.”          

얼른 넣고 싶은 기대감으로 숨을 헐떡이고 있는 행복한 얼굴의 연아를 보며 영진은 그녀의 짧은 원피스 자락을 치켜올리고 팬티를 한 번에 쭈욱 끌어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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