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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영 Apr 19. 2024

대산시 업사이클센터(2)

『대산 업사이클센터 건립 타당성조사 및 기본계획』 용역 기간은 고작 4개월이다.      

주어진 일정은 많이 빠듯하다. 그것도 사정사정해서 당초보다 1개월을 연장한 것이다. 그렇다고 대충 할 일도 아니다. 인원도 턱없이 부족해 평소 7~8명이 기한 내에 할 일을 겨우 4명이 하게 되었다. 그나마 경제·산업실 연구원은 비교적 간단한 통계 조사 및 분석만 해주기로 되어 있어 실제 참여하는 인원은 영진과 정책실 연구원 1명, 보조원 1명뿐이다. 물론, 팀장은 자신이 도와주겠다고 했지만 큰 기대를 하지 않는 것이 속 편할 것이다. 재활용 가능 자원을 고부가가치의 소비재나 창작품으로 재탄생시키는 업사이클링을 위한 거점 공간 건립이 절대적으로 필요하기 때문에 시의 입장에서도 급한 일이다.        

대산시 업사이클이 건립되면 앞으로 업사이클링 체험과 교육을 기본으로 하면서 자원순환 밸리의 중심축 역할을 할 것이다. 영진은 적합한 후보지를 선정해 건물배치, 건축·토목 공사뿐만 아니라 운영·관리 방안도 생각하고 경제적 타당성 분석도 고민해야 한다.      

자료 조사를 위해서는 다음날부터 3일 동안은 파트별로 정리했고 그 뒤 3일은 참고문헌, 논문·정간물, 보도자료, 웹사이트, 기타 각종·고시 등으로 구분해 업무를 배분해야 했다. 영진은 하루 두세 시간을 사무실에서 쪽잠을 자며 일에 파묻혔다.      

다행히 연구원에서 부족한 인원을 메우기 위해 단기 기간제 직원을 영진의 재량하에 채용하도록 배려해 주었다. 영진은 환경단체 사무국장인 손정미를 우선 생각했다. 손발이 맞는 전문가적 인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뜻이 맞는 사람이면 제일 좋고 두 번째는 무슨 일이든 서로 믿고 주고받을 만한 사람, 세 번째는 그 사람의 능력을 살 수 있는 사람까지다.     

“나랑 같이 일 좀 할래?”          

“좋아. 자기랑 같이하는 건 뭘 해도 좋지.      

 긴 밤도 거하게 보낼 수 있으면 더 좋은 일이지.”          

둘이 저녁 식사를 마치고 카페에 들어와 커피를 마시며 일 얘기를 꺼냈을 때 정미는 그냥 하는 얘기인 줄로만  알고 웃으며 농담으로 받아넘겼다.      

오늘 정미는 크림색 셔츠를 입었다. 옷차림은 나날이 세련되고 과감해져 간다. 서울에서 뜨거운 밤을 보낸 후 대산에서의 세 번째 만남이다. 처음에는 영진이 정미의 사무실을 찾았고 두 번째는 정미가 지나던 길에 영진을 불러내 연구원 근처의 카페에서 만났다. 

두 번 모두 미리 정한 만남은 아니었기에 간단하게 차 한잔하며 서로의 안부만 묻고는 헤어졌다. 주위의 시선보다는 서로의 일이 너무 바빴기 때문이다.          

“나 진지해. 정미가 좀 도와줘야겠어.”          

영진으로부터 업사이클센터 건립 관련 내용을 들은 정미는,          

“꼭 우연이 인연을 만드는 것 같아 좋아. 내일 사무실에 가서 회장님과 의논해 볼게.”          

정미는 진심으로 영진을 위해 새로운 도전도 마다하지 않을 성격이다. 어쩌면 지금  그를 돕는 것이 환경단체 사무국장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는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 기꺼이 그가 원하면 밥도 해주고 청소도 빨래도 해주고 싶다. 거기다 더해 영진의 “밤 생활”도 책임져주는 퍼펙트 한 아내의 역할이라면 더 좋을 것이다. 다음날 정미는 사무실에 출근하자마자 연구원의 사정을 충분히 얘기했다. 정미의 말을 듣고 난 회장은, 

“대산시 자원순환시행계획이 우리 단체 일이기도 하지. 이쪽 분야 저쪽 분야 구분하지만 결국 모두 환경을 위한 길이거든....” 하면서  흔쾌히 정미의 투잡을 허락했다. 다만, 정미는 앞으로 힘든 나날을 보내야 할 것이다. 직업적으로 환경단체 국장으로서의 일과 연구원 보조원으로서의 2인 역할을 해야 하며, 가정적으로는 아내로서, 엄마로서의 기존 역할 외에도 이제는 영진의 애인으로서 역할까지 해내야 하기에 조금은 벅차기도 할 것이다.          

그 다음날은 가을을 알리는 비가 새벽부터 추적추적 내리고 있었다. 어쩌면 이 비가 그치고 나면 시원한 바람이 불기 시작하며 세상은 이내 노랗고 붉게 단풍으로 물들어 갈 것이다. 그날 오후 정미는 한시적 연구원으로 대산시 연구원에 첫 출근을 했다. 

당분간 오전은 환경단체의 일을 하고, 오후 2시부터 7시까지는 연구원의 일을 해야한다. 약간 들뜬 표정으로 정미가 사무실에 들어왔을 때 마주 앉아 있는 영진에게 힐끗 시선을 주었지만 입을 열지는 않았다. 팀장에게 인사를 하러 들어간 정미가 두 무릎을 모으고 차분히 앞쪽에 앉아 오 팀장의 시선을 받고 있었다.          

“환경단체 일을 하고 계시니깐 이쪽 일은 어렵지는 않겠어요.”          

먼저 차를 한 모금 마신 팀장은 간단한 인사를 한 후, 정미에게도 차를 권하며 말했다. 그러면서도 몸이 간지러운지 오른쪽 다리를 자꾸 긁어댄다.           

“팀원들과 평소에 친밀감을 유지하고 좋은 관계를 만들기 위해 노력도 해주시고. 일이 힘들어도 분위기가 좋아야 좋은 성과를 낼 수 있거든요.”          

“네... 잘 알겠습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인사를 마치고 나온 정미를 행정직원이 시설 안내와 직원 소개까지 안내했다. 정미는 롱스커트에 깔끔한 카디건으로 연출해 첫 출근 복장을 고민한 듯 보였다. 몇몇 사람들의 시선이 그런 정미에게 쏠렸다. 영진은 빙그레 웃으며 정미를 보았다. 정말 오랜만에 정미를 안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미의 월급은 연구원의 보수 규정에 따라 줘야겠지만 그래도 부차적으로 챙길 수 있는 부분은 직접 챙겨야겠다며 영진은 생각했다.     

사무실 안쪽에는 두 개의 문이 있다. 한쪽은 회의실이고 한쪽은 탕비실이다. 저녁 식사 시간이 되어 사무실 분위기가 어수선해지는 틈을 타 영진은 정미를 눈짓으로 회의실로 불러냈다. 정미는 조심스럽게 안으로 들어왔다. 짧은 시간을 이용해 영진이 정미를 다급하게 안았다. 처음으로 같은 공간에서 같이 근무한다는 사실만으로 이미 달구어진 정미의 두근거리는 심장 소리가 회의실을 울린다. 덩달아 영진의 몸도 슬슬 풀려가고 있었다. 어느새 비가 그치고 개인 하늘에는 흰 구름이 뭉게뭉게 떠 있었다.     

정미에게는 오늘 하루가 그 어느 때보다도 짧고도 길게 느껴졌을 것이다.          

“여기서 일하면 가끔 따로 만날 수는 있지?”     

“아. 그럼, 당연하지.”     

“내가 무슨 큰 욕심이 있는 것도 아니고 자기까지 따로 못 만난다면 아예 다 때려치 울 거야.”     

애교스러운 협박을 한 정미가 붉어진 얼굴로 영진을 보았다. 그녀의 시선을 받은 영진이 피식 웃었다.     

“다른 여자 없어. 나......”     

영진이 그렇게 말했을 때 회의실 문이 열리더니 여성 보조직원이 회의 서류를 한가득 책상에 올려놓고 둘의 얼굴을 한번 쳐다보고는 일한 시늉을 하려는지 손등으로 이마의 땀을 닦으며 나갔다. 영진은 쭈뼛거리며 가만히 서 있는 정미의 얼굴을 보며,     

“오늘은 첫 출근을 했으니 저녁이나 먹고 갈까?”          

“난 밥보다는.... 오늘은 자기랑 안고 싶어.”          

“밥부터 먹은 다음에.....”          

그러나 둘에게도 지켜야 할 원칙이 있다. 첫 출근인 만큼 귀가 시간이 너무 늦어지면 정미에게는 가정적으로 부담이 커진다. 둘은 매콤한 낙지볶음으로 간단하게 저녁식사를 마친 후, 차를 타고 대산의 야경이 아름다운 소위 “카 러브호텔”의 명소를 찾았다. 이미 차 안에서 즐기려는 커플들이 줄줄이 명당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흔히, 가을은 『남자의 계절』이니, 『독서의 계절』이니 하며 여러 말들을 하지만 춥지도 덥지도 않을 요맘때가 바로『카섹스의 계절』이라고 할 수 있다.      

좁은 공간 탓에 모텔에서나 호텔에서처럼 마음껏 사랑을 나누기에는 한계가 있지만 우선 연인이 급하게 사랑을 확인하기에는 충분한 공간인 것이다.     

차를 이동 중에 정미는 스스로 팬티를 벗고 영진의 한쪽 손을 촉촉이 젖어있는 자신의 아랫도리로 이끌었다. 덕분에 영진의 손은 이내 분비물로 인해서 진득거린다.     

영진이 차를 주차하자 정미가 목을 감고 입술부터 찾았다. 그리고는 영진의 바지와 팬티를 무릎 밑에까지 내리고는 그의 몸 위로 올라와 앉았다.     

애액의 촉감으로 발기된 기둥이 한꺼번에 쑤욱~~~ 미끄러져 들어가자 정미의 엉덩이가 들썩거리기 시작했다. 영진도 한 손으로 그녀의 엉덩이를 끌어 잡아 올리며 힘껏 압착시키니 곧 숨이 넘어간다. 정미가 스스로 카디건의 단추를 풀어헤치자 영진도 다리에 걸린 자신의 바지와 팬티를 아예 벗어던졌다. 이 순간만큼은 경윤과 사랑할 때처럼 소중하게 정미의 몸을 하나하나 깨웠다.      

젖가슴을 빨아대자 정미는 차 안이라는 것을 잊은 듯 마음 놓고 외침을 내뱉는다.    

이제 차 안은 습기가 차면서 그 속을 들여다볼 수 없는 철옹성이 되었다. 영진도 정미의 쪼임에 자신도 모르게 몸이 둥실 떠가며 쾌락이 몰려온다. 그러나, 정미를 위해서는 더 참아내야 했기에 입술을 깨물었다.           

천자문을 어디까지 쓸까?      

4 언절구 250구, 총합 일천 자이니 1연에서 125원까지 시 한구와 그 해석을 한다면 35번째 천류(川流) 불식(不息) 연징(淵澄)취영(翠影)-냇물은 흘러 쉬지 않고 연못 물이 맑으면 비침을 취할 수 있다.(밝게 볼 수 있다)까지 쓴다면 280자다. 지루도 아니고 조루도 아닌, 딱 적당할 타이밍이 될 것이다.      

처음부터 몸이 달아오른 정미가 영진의 머리카락을 쥐어 잡고 뜯을 태세다. 허리를 비틀면서 밀려오는 쾌감에 몸부림을 친다.     

“ 아 ~~ 안 ~돼 ~~ 아 ~~ ”     

정상으로 치달리기에는 아직은 아쉬운 정미다. 더 달리고 싶어 안간힘을 쓴다.

영진도 부지런히 천자문을 머릿속으로 헤아려본다. 스무 번째,      

공유국양 기감훼상(恭惟鞠養 豈敢毁傷)-길러 주심을 받들어 곰곰이 생각하면, 어찌 감히 헐고 다치게 할 수 있을까?를 외칠 때 정미는 몸 안의 분출물을 쏟아부으며 울었다. 이제 겨우 반을 헤아리고 뒤에 15언, 120자가 더 남아 있었다.      

그리고 영진도 정미의 질속에 뜨거운 것을 부었다. 둘이 거의 동시에 정상에서 만나 황홀경을 보게 된 것이다. 이내 축 쳐진 둘은 한참이나 그렇게 서로를 안고 있었다.          

“말로 표현 못해. 지금까지 느낌 중에 진짜 최고야....”          

아직도 숨을 헐떡이며 정미가 말했다.           

“이런 것을 속궁합이라고 할까? 자기는 좋았어?”          

“그럼 당연히 나도 좋았지.”          

영진이 대답을 하자, 정미가 물티슈를 꺼내 영진의 그곳에 묻어있는 자신의 흔적을 닦아주며 말을 이었다.     

“일을 핑계로 자기 얼굴도 보고 사랑할 수 있고.... 나 오늘 너무 행복해....”          

“그렇지. 내일 일에 지장이 있을 것도 아니고 서로 좋은 일이지.”          

영진이 시동을 걸고 에어컨을 틀며 말했다. 물론, 라이트를 켤 수도 없고 창문을 내릴 수도 없다. 카섹스 불문율의 한 조항이기도 하다.     

차를 돌리는데 여기저기서 주차된 차들이 흔들리고 요동친다.      

바야흐로 대산은 지금 별빛 아래에서의 아리아가 울려 퍼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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