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 무르익어야 나비가 날아드는 것이다.
열매가 무르익어야 새가 날아드는 것이다.
그러니 나무야, 외로워하되 절망하지 말아라.
아직 봄이 오지 않았을 뿐이다.
봄이 와도 한 번도 외로워 본 적 없는 이들은 굳이 치열하게 꽃을 피워내지 않으며 아프게 열매를 맺지 않는다.
그러니 나무야, 외로워하되 절망하지 말아라.
봄이 오면 지독히 외로웠던 그대는 반드시 꽃을 피워내고 열매를 맺을 것이다.
기어코 한 줌 흙을 품고 돌 틈에서 새싹을 틔워낸 것은 아무것도 포기한 적 없기 때문이다.
봄이 오면 나비가 날아올 것이다.
애벌레는 쑥쑥 커서 번데기가 될 것이며 언젠가 나비가 될 것이다.
몇몇은 새들에게 잡아도 먹힐 것이다.
그들의 아이들도 그대의 품 안에서 자라날 것이다.
그러니 외로운 나무야, 치열하게 외로워하되 결코 절망하지는 말아라.
온 우주가 그대의 품에 안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