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를

by 지우

나는 나를 사랑하지 못한다. 아니 나는 나를 분명 사랑한다. 그럼에도 나는 나를 미워한다. 그리고 나는 나를 학대한다. 그러면서 나는 나를 치료한다. 그리고 나는 나를 성장시킨다. 한편으로는 나는 나를 추락시킨다. 그리고 나는 나를 찾는다. 그리곤 나는 나의 손을 잡는다. 언제까지 이 순환은 끝나지 않을 것 같다. 내 생이 정말 끊이지 않는 이상 나는 나를 사랑하고 사랑하지 않고 미워하고 학대하고 치료하고 성장시키고 떨어뜨리고 찾고 손을 잡는 모든 과정을 끊임없이 반복할 것이다. 지겹다. 나를 사랑하지 못하는 내가 지겹다. 나를 미워하는 내가 지겹다. 나를 학대하는 나 역시 지겹고 그러면서 또 손을 잡아야만 하는 내가 지겹다.


나는 나를 사랑하는 것만 같다.라고 내가 아닌 누군가에게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 소름이 돋는다. 정말 내가 나를 사랑하는 것 같나? 정말 아닌데. 그럼에도 억지가 가득한 심리 혹은 나는 우월하다는 태도를 바깥에 비추기도 한다. 추악하게도. 나는 나를 사랑한다. 가끔 바깥을 향해 이런 이야기를 할 때면 항상 술에 취해있다. 술에나 취해야 내가 나를 사랑해 주는 마음이 생기는 걸까. 아니면 정말 본심은 내가 나를 사랑하기에 진심 어린 마음이 입 밖으로 나온 것일까. 모르지.


나는 나를 사랑해야만 한다고 한다. 그래야 잘 살고 그것이 삶의 초석이랜다. 나도 나를 사랑하고 싶다. 정말로. 내가 하는 일에 내가 제일 먼저 칭찬하고 토닥여주고 안아주고 싶은데 그게 되질 않는다. 나는 나에게 너무나도 나쁜 존재다. 내가 나를 사랑할 수 없는데 누구에게 나를 사랑해 달라고 기대할 수 있겠나. 많은 책을 읽어도 유명한 사람들의 말을 들어도 그 시작점은 분명 자신을 사랑하라 이다. 성경에서도 나온다. '너 자신을 사랑하라.' 말은 쉽지 나에겐 일 년 안에 대기업을 만드는 것과도 같은 일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런 나를 사랑해 주고 아껴주는 배우자와 딸이 있다는 것. 이대로 살았다면 내가 살았을 수 있을까 싶다. 배우자는 이런 나를 감싸주고 안아준다. 딸아이 역시 잘해주는 것 없는 아빠를 안아주고 놀자고 한다. 결혼을 하는 이유는 여기서 있지 않을까. 결혼이라는 것이 너무나 많은 것들을 포기해야 하고 수많은 경우의 수와 선택을 하지 못하고 누리지 못하는 것들을 잃어 보이지만 나에게만큼은 잃을 것보다 얻은 것이 많다. 내가 나를 사랑해 줄 수 없으니 나를 지속적으로 사랑해 줄 수 있는 존재가 있다는 것.


사랑은 바랄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어떻게 받을 수 있는지는 결정할 수 있는 것 같다. 내가 나를 사랑할 수는 없지만 내가 배우자와 딸에게 주는 사랑만큼은 진실되다고 단언할 수 있다. 무조건적인 사랑을 바라기보다는 내가 어떤 행동을 했기에 여전히 자신을 사랑하지 못하는 사람임에도 누군가가 사랑해 줄 수 있는 것 아닐까. 여태껏 살아오면서 내가 나를 사랑하지 못할 것을 알기에 결혼을 선택한 것일지도 모른다. 분명 나는 배우자에게 청혼할 때 유일하게 항상 내 옆에 있기를 바라는 사람이라고 얘기했다.


내 옆에 있기를 바라는 이유는 아마 내가 받은 풍부한 사랑의 밀도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녀가 가진 사랑의 무게는 나와는 결이 달랐다. 나는 내가 보는 이상적 정신적 가치를 추구했기에 내가 원하는 방식대로만 사랑하고 사랑하지 못했다. 그러나 그녀는 그런 것이 아닌 사랑 자체의 본질을 느끼게 해 주었다. 내가 나를 사랑하지 못한다는 것을 아는 것과 사랑 그 자체의 본질을 가진 것의 결부는 당연한 것이었지도 모른다. 분명한 그녀는 나의 인연이었기에 그리고 내가 그것을 알았기에 결혼하고 딸아이까지 기르고 있는 것이겠지.


나는 나를 분명히 고통스러워한다. 나와 혼자 있는 순간을 사랑하면서도 또 견디기 어려워한다. 내가 나를 어쩔 줄 모르는 이 느낌이 참으로 안타깝다. 그래서 혼자 있는 순간을 견디기 힘들 땐 술을 찾는다. 내가 나에 대해 혐오감을 느끼면 술을 찾는다. 내가 나를 잘 다루지 못하면 또 술을 찾는다. 아마 나를 둘러싼 수많은 부정적인 것들 그리고 나에게 스트레스를 주는 것들은 대게 나의 문제일 것이다. 내가 잘못해서 나의 문제라고 받아들인다기보다는 내가 나를 제대로 보지 못하기에 누군가의 모습에서 억하심정을 갖는 듯하다. 인생을 참으로 고통스럽다.


그럼에도 술을 이제는 그만 마셔야 되겠다고 종종 생각한다. 잘 참아내긴 하지만 술을 먹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했다. 이제는 그래도 고통스러운 정도가 전과는 다르게 나아지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이제는 내가 나를 맞이하고 받아들이는 것에 더 연습하고 노출되어야 되지 않나 싶어 술도 줄여보려 한다. 혼자 있을 때 책을 보고 달리는 것도 다 나와 마주하고 나의 고통에 역치를 늘리고 싶어서 이지 않을까. 어쨌든 나는 나를 어떻게든 마주하려 한다. 내가 어디로 도착하든 어디에서 마감을 하든 분명 나는 나와 있어야 하니까.


나는 나를 이해하지 못하지만 이해하려 한다. 나는 나를 고통스러워 하지만 그것도 겪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다 보면 나는 나를 이해할 때도 오겠지. 그러다 보면 내가 나를 고통스러워하지만 또 그 고통이 고통처럼 느껴지지 않는 날도 오겠지.


이전 16화인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