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4.

시간의 힘

by 지우

불안함은 현시대에 누구나 겪어본, 겪고 있는 심리적 상태이다. 누구는 불안해서 한시도 쉬지 못하기도 한다. 누구는 불안하면 딸꾹질을 하거나 손을 떤다. 누구는 불안해서 술을 마시고 담배를 태운다. 누구는 불안으로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처방받은 약을 복용하며 삶을 영위한다.


불안은 실제 하는가. 겪는 누군가에겐 실재한다. 그러나 분명하게 사라진다. 눈 깜짝할 새에 사라지기도 하고 꽤 오랜 시간이 걸리기도 한다. 그러나 그렇게 허상 같은 불안임을 앎에도 불안이 실재하는 순간만큼은 굉장히 독자적이고 고립된다. 아무도 그 불안을 잠재워주지 못한다. 자신만이 자신의, 자신이 불러일으킨 혹은 부르지 않은 무의식적 영역의

심리를 잠재울 수 있다.


불안은 극심한 공포심으로 죽음을 상상하게 만들기도 한다. 심한 불안장애를 겪는 사람은 패닉에 빠지기 마련이다. 많은 연예인들이 겪고 있는 공황장애 역시 불안장애의 일종이다. 패닉상태는 다른 의미로 어떤 것에도 영향을 받지 않는다. 영화 인사이드아웃 2에서 불안이의 아노미상태와 같다. 그 어떠한 것도 허상이다.


불안이 실재하면서 허상이지만 그 영향은 무섭도록 막대하다. 우리는 이 거대한 불안에 대해 대처할 방법이 있을까.


나는 그것을 시간으로 삼았다. 불안함은 습관이라고 생각했었다. 어떠한 트리거포인트가 존재하고 그 순간 바로 즉발 하는 총알처럼 발생하는 불안. 그 불안의 트리거포인트를 찾아내고 그것을 완충할 시간을 벌고 그것을 메울 어떤 것을 꾸준히 행한다.


시간은 분명 거대한 힘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 힘은 분명 무언가를 변화시킬만하다. 그래서 나는 불안을 이겨내기 위해 시간을 믿기로 했다.


시간을 믿기로 한 이상 나를 믿는 것은 기본이었다. 내가 나를 믿지 못하면 시간은 무의미하게 흘러간다.


나를 믿고 내가 지금부터 하는 일련의 행위, 그리고 과정은 단순한 결과로만 도달하는 게 아니다.


그것은 시간이라는 톱니바퀴와 맞물려 끊임없이 쌓여간다. 그 겹이 천 한 장의 두께일지라도 백장 천장 쌓이다 보면 불안이 파놓은 위험한 구덩이를 메울 수 있다.


그래서 달린다. 달리기를 한지 어언 사 년 차가 됐다.

책을 심심할 때마다 읽는 습관을 들였다. 핸드폰을 보다가도 멍하니 있다가도 책을 든다.

소비를 줄였다. 배달음식은 외부손님이 집에 올 때에만 먹곤 한다. 혹은 특별한 날에만. 옷도 마찬가지다.


이런 사소하고 작은 변화들이 결과론 적으로 본다면 뭐가 달라진 지 사실 잘 모르겠기도 하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나는 이제 불안하지 않고

우울해하지도 않는다.


다시 생각해 보니 결과론적으로 옳은 일을 했다.

나를 믿었고.

시간의 힘을 믿었다.


그로써 나는 과거보다 더 튼튼한 사람이 되었다.

신체적으로든 정신적으로든.


약을 먹지 않은지도 꽤 오래되었다.

우울하게 구석에 박혀 멍하니 시간을 보낸 지도 오래되었다.


시간은 나에게 습관을 선사했다.

그래서 난 시간을 신뢰한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시간은 분명 나만이 가진 도구가 아니라

모든 사람이 가진 소중한 도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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