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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다비 Dec 30. 2021

1.8] 캐나다 편의점은 편의점이 아니다?

(Feat. 테이블 없는 휴게소 같은 편의점)

캐나다에서 내가 처음으로 한 일은 편의점에서 계산원이었다. 새벽 5시 30부터 밤 10시까지 운영하는 편의점에서 오전/오후 스케줄로 나뉘어 하루에 8시간 주 40시간을 일했다. 주된 업무는 계산이지만 그 외에도 엄청나게 다양한 일들이 일과에 맞춰져서 있었다. 


오전에 출근하면 가게 문을 열고 가게 안에 모든 기기들을 켜면서 시작했다. 새로 온 신문을 신문 가판대에 넣고, 로또 당첨 결과를 프린트해서 로또 판매대에 게시했다. 내가 일을 했던 편의점은 회사로 향하는 정유회사 직원들이 주된 고객이었다. 이들은 아침 7시면 출근을 하는데 그 시간에 맞춰 커피와 머핀, 그리고 각종 먹을거리들을 준비하는 게 오전 근무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었다. 특히 커피가 떨어지지 않도록 계속해서 새로운 커피를 내려놓아야 했다. 


계산대 안과 밖에 모습


마치 쉬는 시간에 아이들이 우르르 한 번에 몰려오는 학교 매점처럼, 출퇴근 시간대에 우르르 손님들이 몰려와서 가게 안의 물건들을 쓸어 담아갔다. 가장 잘 팔리는 물건은 간편하게 식사를 대신할 음식들과 커피, 음료 그리고 담배였다. 몸이 고된 일을 하는 만큼 피곤은 쉽게 지워지지 않는지, 손님들이 제일 많이 사가는 것은 고 카페인 음료인 레드불과 커피였다. 


8시가 지나고 나면 언제 몰렸왔는지 모를 정도로 가게 안은 조용해진다. 이때가 되면 피자를 만드는데 쓰이는 치즈를 갈고, 어질러진 커피 판매대와 진흙으로 가득한 바닥을 청소하곤 했다.


10시쯤 오는 관광버스 손님들을 기다렸다. 얼마나 먼 길을 가는 사람들인지 30-40여 명의 사람들이 단체로 내려서 곧장 화장실로 달려갔다. 화장실에서 나온 이들은 가게를 둘러보며, 이것저것 요깃거리를 집어 들고 와서 계산을 하곤 했다. 같이 일했던 오빠가 말하길 버스는 B.C(브리티쉬 콜롬비아) 주를 향해서 가는 장거리 노선이라고 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B.C주보다 세금을 적게 내고 물건을 살 수 있는 우리 편의점에서 담배를 한 보루씩 사서 가곤 했다. 마치 면세점에서 담배를 사듯이 말이다. 


그렇게 관광버스가 지나가고 나면 다시 점심시간이 시작된다. 출근했던 사람들은 출출해진 배를 채우기 위해 먹을거리를 사러 온다. 그때는 주로 과자와 피자 등 조리된 따듯한 음식들이 잘 팔렸다. 12시가 지나면 화장실 청소를 하고, 많이 팔린 담배들을 채워 넣으면서 오전 일과에 마무리를 했다. 그리고 교대할 오후 근무팀이 오면 계산대 마감과 정산을 하고 다시 계산대를 오후 근무로 새로 시작했다.



매장 전체 모습을 입구와 제일 안쪽에서 찍은 사진


오후의 일과는 오전과는 반대다. 오전에는 주로 아침과 점심시간에 맞춰서 팔리는 음식들을 조리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었다면, 오후는 가게에 빈 상품 진열대에 물건을 채우고, 유통기한 지난 상품들을 빼고, 청소하고, 마감, 정리하는 것이 주된 일이었다. 


오후에도 사람들이 매장 끝에서 끝까지 줄을 길게 늘어서는 시간이 있었다. 오후 5시, 퇴근 시간이다. 짙은 흙먼지 냄새와 함께 들어온 사람들은 티브이 보면서 먹을 과자와 담배 그리고 삶의 작은 희망을 주는 로또를 사서 집 혹은 숙소로 향했다. 이 바쁜 시간이 지나면 내일 장사를 위해서 준비를 한다. 앞서 말한 오후 일과의 주된 일들을 하는 것이다.





캐나다 편의점이 왜 편의점 같지 않냐고? 


매장이 얼마나 넓은지 보여주는 워크인 냉장고와 화장실

1. 일단 내가 일했던 편의점의 크기는 한국의 편의점에 4-5배 정도의 크기였다. 일단 편의점 내에 화장실이 남자/여자로 나눠져 있었고 각각 4개의 변기가 칸으로 나눠져 있었다. 남자, 여자 화장실 제일 안쪽에 제일 큰 변기는 장애인용으로 휠체어가 들어갈 수 있을 정도의 크기였다. 


주유 호스가 8개 있는 주유시설

2. 거의 모든 캐나다에 편의점들은 주유시설을 같이 가지고 있다. 내가 있었던 편의점에는 주유 라인이 8개가 있었다. 그중에서 2개는 경유였고 나머지 6개는 휘발유를 넣을 수 있었다. 


음식 준비하는 조리대와 피자, 핫도그 등 전시해 놓는 공간


3. 편의점 내에서 음식들(피자/핫도그/치킨 윙/잉글리시 머핀 등등)과 음료를 제조해서 팔았다. 편의점 뒤편에는 요리사를 따로 고용해서 요리를 할 수 있는 작업대와 싱크대 그리고 냉장고가 놓여 있었다. 요리사는 오전에 출근해서 샌드위치, 피자, 잉글리시 머핀 등을 주로 만드는 일을 했다. 


편의점 같지 않은 편의점에서 나는 앞서 말한 일들을 하면서 이런저런 일들이 있었다. 다음 편에서는 다사다난했던 일들에 대해서 얘기해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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