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다비 Jan 02. 2022

1.9] 나의 월급 도둑

(feat. 드라이브 오프)

캐나다의 시골 마을, Fox Creek에서 지내는 삶이 지루하지 않았냐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예상과는 다르게 짧지고 굶고 강렬했던 별의 별일들이 많았다. 그 별의 별일 중에서 드라이브 오프(DRIVE OFF)에 대해서 이야기해보겠다. 


드라이브 오프란 손님이 주유 펌프에서 기름을 먼저 넣고 돈을 지불하지 않은 채 도망가는 것이다. 내가 일했던 당시에는 주유소가 같이 있는 편의점에서는 후불 주유 서비스가 가능했다. 손님이 기름을 먼저 넣고 가게에서 계산하겠다고 펌프를 열어 달라는 버튼을 주유 기계에서 누르면 캐셔가 계산대에서 그 펌프를 열어 줄 수 있었다. 그럼 손님은 기름을 먼저 넣고 나서 가게에 들어와 물건을 사면서 기름값도 같이 계산하는 그런 결재를 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이를 악용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기름을 넣고 나서 캐셔가 바쁘거나, 한 눈 팔 때를 기다렸다가 돈을 내지 않고 그대로 차 타고 도망가는 것이다. 이런 일이 종종 일어났다. 내 기억으론 아마 한 달에 한두 번 정도 있었다. 이 일을 당하는 캐셔(점원)들은 늘 억울했다. 왜냐하면 회사 규정이 드라이브 오프가 나면, 그 기름값에 대한 손실을 해당 시간에 일했었던 캐셔가 자기 월급에서 뱉어내야 하는 것이었다. 최저임금 받으면서 일하는 캐셔들에게 그런 일이 일어난다는 것은 그냥 하루 일한 일당을 모두 다 털리는 것이다. 내게 이런 일이 2번이나 있었다.  



출처: 구글 이미지



첫 번째 사건은 가게에 들어오지도 않고 그냥 차를 타고 고속도로를 나가서 도망간 사건이었다. 그다음 사건은 가게에 손님이 들어왔었다. 그런데 자기 현금을 차에 두고 왔다고 말하며 내게 명함 같은 신분증을 맡기고 차에 다녀오겠다고 나간 것이다. 그리고 그대로 차를 몰고 도망간 사건 있었다. 하지만 알고 보니 그 신분증의 주인은 지갑을 분실, 도난 신고했고 그 도망간 놈이 훔친 거였다.


이렇게 드라이브 오브는 범인이 마음먹고 작정하고 하는 범행이다. 당하는 캐셔 입장에서는 어쩔 도리가 없다. 밤에 더 많이 일어났지만 낮에도 일어난 적도 있다. 이런 일이 생길 때면 우리 캐셔들은 속이 쓰리지만 경찰에 또 신고를 해야 한다. 가게가 바로 고속도로 옆에 위치하고 있어서 경찰에 신고해도 잡을 확률이 아주 희박하지만, 그래도 회사 규정 상 해야 했다.


다행히도, 2018년쯤에 앨버타주의 법이 바뀌어서 주유 시설에서는 후불 결제가 불가능하게 되었다. 그 후로는 드라이브 오프라는 말은 이제 하나의 추억 속의 단어가 되었다. 나는 그 추억 속의 단어에 속이 쓰린 맛을 경험한 사람이라는 게 아이러니하게도 희귀 템을 얻은 기분이다. 개정된 법안으로 더 이상 주유소에서 일하며 월급을 도둑맞는 캐셔들이 생기지 않아서 참으로 다행이다.


P.S 그때 내 월급을 훔쳐서 도망간 월급 도둑들은 이미 다 하늘의 벌을 받았을 거라고 생각한다 ;) 

이전 08화 1.8] 캐나다 편의점은 편의점이 아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