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편-가로등 아래, 아이가 흐른다
아빠를 실망시켰다는 마음의 그림자가,
아이를 다시 빛이 있는 세상으로 이끌었습니다.
어둠 아래, 작은 빛 하나
어두운 밤, 희미하게 깜빡이는 가로등불 바라보면 마음속에 작은 불안이 스며듭니다.
불빛은 언제 꺼질지 모를 듯 위태롭고, 세상은 어둠에 잠긴 채 조용하지요.
하지만 도시의 그림자를 밀어내듯 가로등마다 길게 뻗은 빛줄기들은 마치 마음을 토닥이듯
조용히 위안을 건넵니다.
그렇게 나는 소란한 시간을 가로질러, 조금은 나아질 내일을 조심스럽게 품어봅니다.
다시 시작된 시간
아들의 군 복무는 예상보다 빨리 끝이 났습니다.
군에서 지급된 군수첩을 통해 위험 요소가 많다고 판단한 부대는,
아들을 집으로 돌려보내기로 결정하게 되어서 오게 되었다고,
가지고 있던 돈도 없이 돌아온 아이는
친구에게 차비를 빌려, 겨우 버스를 타고 왔습니다.
현관 앞에 선 아이는 그 어느 때보다 말이 없었습니다.
다시 시작된 대학 생활.
학교는 집에서 차로 두 시간이 넘는 대전이었고,
아이의 출발은 무작정이었습니다.
나는 걱정스러웠습니다.
혼자 잘 지낼 수 있을까.
사람들과 부딪히진 않을까.
조심스럽게 도울 방법을 찾고 있었지요.
하지만 내 판단은 틀렸습니다.
도착하자마자 아이는 지낼 집을 구했고,
장애가 있는 선배의 집으로 들어갔습니다.
이후엔 장애인 돌봄 자격증까지 취득해
선배를 돌보며 학업을 병행했지요.
나는 처음으로 ‘안도’라는 감정을 배웠습니다.
희미하던 가로등 불빛이
달빛처럼 마음을 감싸는 듯했어요.
거센 바람에도 꺼지지 않는 불빛처럼,
아이는 제법 단단하게 자기 삶을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날개를 펴는 존재
창밖을 보니,
아까 바닥에서 파닥거리던 나방 한 마리가
기적처럼 다시 날아올라
불빛을 향해 힘차게 날고 있었습니다.
그 날갯짓은,
위기 속에서도 스스로를 일으켜 세우는
아들의 모습 같았습니다.
부서질 듯 아슬한 순간을 견디며
다시 삶을 이어가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나는 고맙고 미안하고,
그리고 조금은 안심이 되었습니다.
다시 살아가는 삶
다음 날, 아이에게 다시 전화를 걸었습니다.
아이의 목소리는 조심스러웠습니다.
“그 선배가 서울에서 꽤 부자래.
그래서 나랑 친구가 서울 오면 가만두지 않겠다고 했대.”
그리고는 말했습니다.
“엄마… 나 이제 서울 못 갈 것 같아.”
“왜? 무서워서?”
“…응… 좀 그래.”
나는 잠시 숨을 고른 뒤,
단단하고 다정하게 말했습니다.
“그럼 엄마가 같이 가줄게.
우리 당장 서울 가자.
내 귀한 아들 얼굴 때린 사람,
엄마가 대신 혼내줄게.”
참 순하고 여린 아이였습니다.
작은 위협에도 마음이 움츠러들고,
다시 그 자리에 선다는 것이
가장 큰 두려움이었는지도 모릅니다.
마음의 가로등
나는 문득 바랐습니다.
세상이, 그 아이에게만큼은
밤거리를 밝히는 가로등 불빛처럼
작고도 따뜻한 위로가 되어주기를.
불빛이 어둠을 완전히 밀어내진 못해도
그 아래선 누군가는 다시 걷고,
누군가는 눈물을 닦습니다.
아이도, 나도,
그저 혼자가 아니라
서로의 어둠을 덜어주는
하나의 불빛이었으면 좋겠습니다.
가로등 하나하나가 모여
따뜻한 길이 되어주는 세상.
그 속에서 아이도,
자기만의 불빛을 지켜가며
살아가기를 간절히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