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을 닫은 건, 나였습니다

14편 –닫힌 문 앞에서, 다시 시작을 배우다

by 윤서

강의 노래


강 끝에서 물은 멈추지 않습니다.

흘러온 길이 끝난 듯 보여도, 그곳에서 물은 다시 시작을 배웁니다.

돌에 부딪히면 잠시 흩어졌다가도 맑음으로 풀어지고,

굽이쳐 돌아가도 흐름은 거슬림 없이 이어집니다.


닿을 수 없을 것만 같던 하늘도,

한 걸음 위에 내려앉아 물결 위로 반짝이곤 하지요.

그 모습은 마치 우리에게 말하는 듯합니다.

삶 역시 버려야 할 것을 내려놓고,

붙잡아야 할 것을 더 맑게 품어야 한다고.


햇빛이 스치면 어제의 그림자조차 반짝임이 되어

발목에 가볍게 감기듯,

시간이 지나면 슬픔도 흔적도 결국은 새로운 빛이 됩니다.

가만히 귀 기울이면, 돌도 바람도, 멀어진 이름들마저

모두 하나의 물길이 되어 돌아옵니다.


그래서 이제는 압니다.

머뭇거림 또한 흐름의 일부라는 것을.

멈춤은 끝이 아니라, 다시 시작이 숨 쉬는 여울목이라는 것을.


오늘도 나는 한 걸음만 더, 물결 쪽으로 다가가려 합니다.

닿을 듯 멀게만 보이던 하늘 또한

손바닥의 작은 웅덩이에서 푸르게 떨고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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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xabay


돌아온 발걸음


아들은 군 생활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잠깐의 시간이었지만, 몸에는 여전히 지난날의 습성이 습관처럼 배어 있었고,

세상으로 나아가는 발걸음을 내딛는 일은

어쩐지 망설여지는 듯 보였습니다.


강물이 극한의 상황 속에서도 흐름을 멈추지 않듯,

아들의 마음 또한 잔잔히 일렁이고 있었습니다.

그 물결이 넓은 강물과 만나는 순간,

자연스럽게 광활한 품에 안기듯

그의 발걸음도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첫 시작의 목소리


배움 카드를 챙기고, 다닐 학원을 알아보는 손길과 눈빛 속에는

더 이상 주저앉지 않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었습니다.

묻은 때를 벗겨내듯 망설임 속에 머물던 몸을 일으켜 세우며

아들은 조심스레 말을 꺼냈습니다.


“엄마, 저 학원 면접 가야 하는데… 데려다줄 수 있어요?”

조금은 자신 없는 목소리였지만,

그 속에는 ‘이번만큼은 반드시 해내겠다’는 다짐이 묻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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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의 깨달음


망설임 속에서 다시 시작하려는 아들을 보며 알았습니다.

부딪힘이 언제나 깨짐만을 남기지 않는다는 것을요.


돌에 닿아 흩어지던 물이 잠시 흐트러져도

결국 더 맑아져 돌아오듯,

세상 속 수많은 부딪힘 또한

포기하지 않으려는 의지가 있다면

다시 길을 열어 줄 수 있다는 것을요.


굽이마다 잃은 줄 알았던 시간도

사실은 잠시의 여백이 되어

숨 고르기의 휴식을 주었음을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하늘은 언제나,

흐름 위에서 우리를 바라보고 있음을 알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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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으로 나아가는 길


이제 아들은 방 안이 아닌, 세상으로 첫발을 내디뎠습니다.

조심스럽고, 여전히 조금 두려워 보이지만, 분명 새로운 길을 열어가려는 의지가 그의 안에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학원 앞에서 "다녀올게요"라는 인사 뒤, 문 너머로 사라지는 그 뒷모습을 보고 생각했습니다.


삶의 문도 때가 되면 다시 열리고, 주춤거림과 멈춤도 결국 또 다른 시작을 품고 있다는 것을요. 아픔은 시간 속에서 희미해지고, 행복도 잠시 길을 돌아갈 수 있지만

결국 멈추지 않는 삶의 흐름이 우리 각자의 길을 만들어 줍니다. 오늘 주어진 시간에, 온전히 발을 딛고 살아간다면


결과는 살아가는 이에게 반드시 닿을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이 글을 읽는 당신에게도 묻고 싶습니다. 지금 당신의 삶에서 닫힌 문은 어디인가요? 그 앞에서 한 걸음 내딛을 용기를, 우리 함께 준비해 보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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