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편 – 새로운 시작의 문 앞에서
계절의 순환, 흘러간 시간
바람이 서늘하게 감싸오고, 뜨거웠던 햇볕도 바람 뒤에 숨어들었습니다.
옮기는 발걸음이 한결 가벼워지는 걸 보니,
계절은 여름을 지나 어느새 가을의 문턱 앞에 와 있었습니다.
그 문턱 위에 서 있는 제 마음도
새로운 계절을 받아들일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벽돌 사이를 비집고 올라와 하늘 높이 뻗던 연약한 풀잎들도
시간이 흐르며 짙푸른 빛으로 변해 가을을 맞이했습니다.
그 끈질긴 생명력은 뿌리 깊이 스며들어,
겨울의 이별을 준비하듯 묵묵히 다음 계절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아들의 군생활 또한 그렇게 흘러갔습니다.
봄과 여름, 가을과 겨울을 건너며
그의 시간 또한 차곡차곡 쌓여
하나의 성숙으로 다가오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전역의 순간
그리고 마침내 전역의 날.
불안과 걱정으로 가득했던 시간들은 끝을 향했고,
아들의 마음에는 스스로 견뎌낸 강인함이 남아 있었습니다.
그 흔적은 몸 곳곳에 새겨져,
그를 한 사람의 어른으로 세워 주었습니다.
끝과 시작
그렇지만 끝은 언제나 또 다른 시작을 불러옵니다.
하나의 걱정을 내려놓았다고 해서 모든 것이 사라지는 게 아니지요.
그 자리에 또 다른 근심이 찾아와
서서히 뿌리를 내리고 새로운 싹을 틔우고 있었습니다.
부모의 시선
그럼에도 삶 속에서 하나씩 이뤄내며
새로운 출발 앞에 서 있는 아들의 모습 속에는
걱정만이 아닌, 희망과 기대감이 함께 섞여 있었습니다.
저는 알았습니다.
부모의 마음은 언제나 근심과 사랑이 동시에 자라지만,
그 모든 순간은 결국 아이의 성장을 비추는 거울이라는 것을.
새로운 문 앞에서
아들은 새로운 시작 앞에서,
또 다른 삶을 살아가기 위해 자신의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찾고
마땅히 해야 할 것을 이루고자
이제 방이 아닌 세상으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그 뒷모습을 바라보는 제 마음은
기쁨보다는 안도와 위안으로 가득했습니다.
그저 이 길을, 이대로 잘 걸어가 주기를 바랄 뿐이었습니다.
삶은 언제나 우리를 여러 선택 앞에 세웁니다.
때로는 불안하고, 때로는 두렵지만
그 길 위에서 우리는 조금씩 단단해지고,
결국 자신만의 빛을 찾아가게 되지요.
저는 이제 닫힌 문 앞에 머무르지 않고,
열린 문 너머 아들의 발걸음을 바라보며
조용히 응원하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