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을 닫은 건, 나였습니다

– 마지막 편 –아이와 함께한 시간 속에서 얻는 삶의 의미

by 윤서

떨어지는 건 잎뿐이라 말하지만,

사실은 마음속 망설임이 먼저였을지 모릅니다.

바람은 계절을 바꾸며 잎을 데려가지만,

내 마음은 그보다 더 오래 머물러 서성이곤 했습니다.


내려놓는 일,

그건 단순히 손을 놓는 게 아니라

자꾸만 되새기고 붙잡고 싶던 기억과 감정을

천천히 바람에 실어 보내는 일이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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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xabay


한 아이가 태어나

세상의 이름을 새기고,

흐르는 시간 속에 스며들며 살아갑니다.

결국은 모두 같은 자리로 돌아오겠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길고도 긴 시간처럼

다가왔다가 흔적만 남기고

바람처럼 사라져 버리곤 하지요.


오늘은 아이의 생일이었습니다.

늘 생일조차 챙기지 않던 아이가

“엄마, 내일 제 생일이에요. 미역국 끓어주세요.”

라며 수줍게 말하던 모습.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엄마, 미역국 끓었어요?” 묻던 그 표정.


좋아하는 음식들과 미역국을 한 상 차려주자

식탁 앞에서 환히 웃던 아이의 얼굴.

그 순간 깨달았습니다.

행복은 결코 거창한 것이 아니구나.

그저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웃으며

따뜻한 밥을 나누는 그 자리에 있구나.

그 미소 앞에서 가슴이 찡하게 울림으로 다가왔습니다.


오늘이라는 시간이 주어진다면

그 속에서 한 아이의 삶은

어떤 모습이어야 ‘잘 살았다’ 할 수 있을까요.

어쩌면 그 답은 모르겠지만,

그 모습이 무엇이든

결국은 살아가고, 살아내는 시간일 것입니다.


세상을 향해 나아갈지,

아니면 또다시 멈출지는

오늘의 시간 앞에서는 알 수 없지만,

살다 보면 어느 날 문득

그 답을 찾게 될지도 모릅니다.

혹은 또다시 후회의 시간 앞에서

무릎 꿇고 어깨를 내려놓으며

포기하려는 마음을 애써 붙잡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모르니까, 그것이 인생이겠지요.


엄마라는 이름은 아이의 시간을 지배하려 하고,

이룰 수 있다는 헛된 고집으로 흐르는 시간 앞에 조급했습니다.

다가오는 시간 앞에 두려워 다그치고 재촉했지만,

지나간 시간 속에 남은 상처는 온전히 아이의 몫으로 새겨졌습니다.

그 모습 앞에서 나 또한 같이 무너짐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이제는, 온전히 아이의 시간은 아이에게 주고

나는 그저 지켜보려 합니다.


멈추어 있든,

시간 속에 바삐 살아가든,

시간은 흘러가고

그 끝에 어떤 모습으로 남을지는 알 수 없으니까요.

다만 바람이라면,

그 속에서 웃음 한 점의 여유쯤은

품을 수 있는 시간이길 바라봅니다.


그리고 나는,

떨어지는 낙엽들을 거름 삼아 나의 자리를 지키며

언제든 아이가 기댈 수 있는 나무처럼

작은 그늘이 되어주려 합니다.

노란빛으로 위로가 되고,

그렇게 각자의 시간을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살아가려 합니다.

나에게도 작은 웃음 하나쯤의 여유를 주면서.


이 글로 《문을 닫은 건, 나였습니다》 이야기를 마무리합니다.

그동안 함께 읽어주시고,

조용히 마음을 나누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저에게는 글을 쓰는 순간들이 선물 같은 시간이었습니다.


때로는 눈물이었고, 때로는 미소였으며,

무너짐과 회복을 오가는 제 삶의 고백이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이 글을 끝까지 읽어주신 당신이 있었기에

저는 멈추지 않고 여기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조용히 마음을 나누어 주시고,

함께 걸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당신의 하루에도

따뜻한 바람과 웃음이 머물기를,

이 마음 다해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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