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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기적 해석가 Aug 19. 2021

현대인의 소외

<택시 드라이버> 해석

 인류가 탄생한 후부터 인간은 공동체를 이루어 살아왔다. 그래서인지 현대인에게 소외는 가장 큰 공포로 다가온다.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영화 <택시 드라이버>는 주인공 트래비스 버클(로버트 드 니로)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트래비스는 베트남 전쟁에 참전했고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로 불면증을 겪는다. 잠을 잘 수 없는 그는 야간 택시 운전 일을 시작한다. 어느 날, 우연히 팔렌타인 선거 사무소에서 일하는 베티를 만나고 함께 시간을 보낸다. 하지만 트래비스의 불쾌한 행동으로 베티는 떠난다. 트래비스는 팔렌타인 후보를 암살할 계획을 세운다. 총을 사서 개조하고, 쏘는 연습을 하지만 암살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방향을 수정한 그는 전에 마주했던 12살 매춘부 아이리스를 범죄로부터 구하기로 한다.


 트래비스가 팔렌타인을 암살할 계획을 세운 것은 사회로부터 인정받고 소외에서 벗어나기 위함이다. 트래비스 버클은 택시 운전을 하며 수많은 승객을 태운다. 승객들은 하나같이 그를 투명인간 취급한다. 택시 운전이 끝나고 뒷좌석을 정리할 때면 정액과 피가 나온다. 운전자가 있든지 말든지 신경 쓰지 않고 이어지는 애정행각과 폭력은 트래비스의 소외를 강화한다. 아이를 데려가는 것을 분명히 보았지만, 20달러를 받으며 무기력하게 못 본 척해야 하는 삶. 그저 조연인 삶에서 벗어나 이목을 집중받는 주연이 되고 싶었다. 트래비스가 베티에게 접근할 때 그는 이런 말을 한다 :

Travis Bickel: I saw in your eyes and I saw the way you carried yourself that you're not a happy person. And I think you need something. And if you want to call it a friend, you can call it a friend.
Betsy: Are you gonna be my friend?
Travis Bickel: Yeah.

 이 대사는 베티와 함께 있기 위한 흔해 빠진 작업 멘트이지만 동시에 자기 자신에게 하는 말이기도 하다. 공동체 안에 있지만 외로움이 보이고, 행복해 보이지 않는다는 것. 왠지 트래비스와 닮아있다. 트래비스는 베티에게서 자신의 모습을 투영한다. 둘은 끌렸고, 베티도 마음을 열었다. 그러나 베티와의 만남은 오래가지 않았다. 표현이 서투르고, 배움이 짧은 그는 다시 혼자가 되었다. 공중전화 옆의 빈 통로처럼 공허했다. 이제 그는 거울 앞에 선 채로 자신의 투영에게 이야기한다. "Are you talk'in to me?" 스스로에게 대화를 시도하지만, 대답은 돌아오지 않는다. 그의 시선은 베티가 일하고 있는 팔렌타인 후보에게서 멈췄고, 소외에서 벗어나기 위해 암살을 계획한다.


 트래비스 주변의 친구들은 모두 음란한 이야기와 돈을 밝히는 택시 운전사뿐이다. 트래비스는 이들과 어울리고 싶지 않다. 도심에 넘쳐나는 인간쓰레기와 이들, 심지어 본인조차도 다를 것이 없기 때문이다. 택시 운전사 집단은 그런 삶을 인정하고 인생의 조연인 채로 살아간다. 그저 돈만 많이 벌면 되기에 승객이 하라는 대로, 무시당하며 산다. 트래비스는 견딜 수 없었다. 항상 공동체에서 먼저 일어나고, 그들과는 다른 테이블에 앉아 스스로와 공동체를 구분짓는다. 그는 소아성애자 포주에게 받은 20$를 바라보며 자신은 인간 쓰레기가 아님을 다짐한다.


 과연 트래비스는 그가 말하는 인간쓰레기들과 다른가? 그의 고뇌는 이 질문에서 출발한다. 20$를 받고 소아성애자 포주의 행동을 묵인해야 할까? 내가 돈을 받으며 몸을 파는 거리의 사람들과 다른 것이 무엇인가? 트래비스도 어느 정도 알고 있었을 것이다. 자신이 인간쓰레기와 크게 다를 바가 없다는 것을. 하지만 그는 부정했다. 자신은 특별한 일을 해낼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아이리스를 구하기 위해 갱단의 소굴에 들어간다. 한 사람에게라도 특별한 사람이 되고자 했던 그는 아이리스를 구했다.


 정치인을 암살하려고 했던 범죄자는 한순간 아이를 갱단으로부터 구해낸 영웅으로 추앙받는다. 주요 신문사에서는 트래비스 버클의 갱단 소탕 업적을 대서특필한다. 이 결말은 그가 원했던 결말이다. 그러나, 트래비스는 여전히 택시 기사 공동체에서 가장 먼저 빠져나오고, 룸 미러로 불안한 시선이 보인다. 또 다시 뉴욕의 밤거리는 조명으로 빛나고 트래비스가 말하는 인간쓰레기들이 쏟아져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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