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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야 Dec 27. 2021

12. 헝가리의 겨울, 필수템

나는 찜질방 마니아다. 워낙 추위를 많이 타기도 하고, 추운데 잠깐만 나갔다 들어와도 손발이 시체처럼 차가워져 내 살이 아닌 것처럼 냉한 기운을 뿜어내는 몸뚱이라 뜨거운 데서 지지는 것을 정말 좋아한다. 내 몸이 원한다고 해야 하나?

나는 헝가리의 겨울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다른 여러 이유가 있지만 특히 라디에이터로, 단지 온풍만으로 견뎌야 했던 그 건조함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 같다.


 지인의 집 중 간혹 바닥의 대리석을 데워주는 형태의 집도 있긴 했지만,  살인적인 난방비에 정작 매일 뜨끈히 바닥 보일러를 켜지는 못 한 걸로 기억한다. 헝가리 대부분의 집들은 우리나라 예전 사무실 벽면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히터와 비슷한 생김새지만 열을 내는 방식이 살짝 다른 라디에이터가 공간마다 설치되어 있다.

 히터는 전기를 이용해 코일 등으로 복사열을 만들어 난방하는 방식이다. 제품 전원을 켜면 코일이 빨갛게 달궈진다. 열을 직접 쬐는 방식이라 예열 시간 없이 최단 시간 따뜻함을 느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적정거리에서 벗어나면 금방 온기를 느끼기 어렵다.

 라디에이타는 기기 안 밀폐된 철제 내부에 오일 등 액체가 들어 있고 이 액체를 가열해 라디에이터 표면 온도를 높여 공기를 순환시킨다.

둘 다 공기를 데운다는 점은 비슷한 것 같다. 그래서 둘 다 집안을 건조하게 만든다. 건조한 공기 탓에 가습기는 필수. 종일 가습기를 틀고, 자기 전엔 젖은 수건 몇 개를 방안에 걸어둔다. 솔방울 몇 개를 주워다가 깨끗이 씻어 물에 담가 두면 가습 효과가 좋다는 얘기를 듣고, 방마다 송방울 담긴 그릇도 놔둬보지만 건조함을 해결하긴 역부족. 아침이면 젖은 수건이 빳빳하게 말라있다.

외출하려 니트를 꺼내거나 물건을 잡으려고 할 때, 아이를 쓰다듬을 때 갑자기 번쩍 하며 파바박 튀는 정전기 때문에 섬유 유연제와 물을 섞어 담아 놓은 분무기는 우리 집 필수품이었다.


또 한 가지 겨울 필수템은 수면잠옷. 추위를 많이 타 한 여름을 빼고는 집에서 늘 수면잠옷을 입었다. 따뜻하고, 폭실폭실 부드러워 체온을 잘 유지시켜주는 수면잠옷과 수면양말은 편안하고 기분 좋은 방콕을 누리게 해 주는, 지금도 애정 하는 아이템이다.


한국에 와서도 코로나로 마음껏 찜질방을 누릴 순 없지만, 온돌 바닥이라 보일러 온도를 올리고 뜨끈한 방바닥에 드러누워 뒹굴뒹굴 지질 수 있으니 얼마나 행복한지.

행복은 특별하고 큰 이벤트 때문에 느끼는 것이 아니라 사소하고 작은 것들에 감사할 때 느끼는 것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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