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저의 말똥구리들

by 캐리소




엄마의 유산 공저 작업이 거의 막바지에 이르렀다.

디자이너 샘이 글을 파일에 얹었다.

그 글들을 읽으며 나는 그들이 자신과 싸우면서 칼 같은 정신으로 문장을 벼려왔다는 흔적을 발견한다.

시간마다 자신의 땀과 눈물로 쓴 문장이 발자국으로 찍혀 있었다.

발자국 끝에 놓인 글이 시간을 궁굴려서 그들 앞에 있다.





지난 며칠 동안 대기 중을 떠돌 뿐, 땅으로 내려오려 하지 않는 순수하고 타협하지 않는 정신들을 만났다. 덕스러운 풍채와 신념을 지켰으나 스스로는 그것을 의식하지 못하고 거꾸로 남들에서 그런 미덕을 알아보는 사람들도 만났다. 그들을 사랑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 그러나 그 사랑스러움은 말하자면 그들과는 완전히 별개여서 그들이 없다 해도 잃어버릴 일은 없을 것이다. 그들과 가까이 있을 때에는 눈에 보이진 않았으나, 그 사랑스러움이 우리를 시중들고 있는 것만 같았다. 이 미덕은 다른 이들을 인정하는 만큼만 우리의 것이 된다. 자신이 갖고 있는 만큼만 보이기 때문이다.
[소로의 일기]



소로의 이 글은 나와 그의 마음이 일치하는 기쁨으로 데려간다. 나도 공저를 하며 그런 사람들을 만났기 때문이다.

늘 같은 자리에 앉아 자신의 존재를 만드는 공저의 말똥구리들.


각자 자신의 정신을 해체한 후, 속의 영양분을 흡수해서 그것을 자신의 삶으로 들이고 함께 나누는 사람들.

그들은 순수하고 타협하지 않는 정신의 곳간을 채우고 있다. 자신과 상대를 비추는 통찰의 빛을 지녔으나 그것을 스스로는 의식하지 못하고 오히려 남에게 포용력이나 명민함, 지혜의 미덕을 알아본다.


그들의 사랑스러움은 그들과 별개라는 소로의 말을 전부 다 알 수는 없지만, 결코 변하지 않으리라는 것은 맞는 말이다. 비록 직접 얼굴을 보고 눈을 들여다보며 이야기를 나누지는 못해도 그 사랑스러움이 화면을 뚫고 나와 내 입꼬리를 들어 올리는 일이 다.


나는 이들의 잠재력과 미덕을 지금보다 더 많이 알아보기를 바란다. 내가 인정하고, 갖고 있는 것만큼 보인다는 그의 이야기가 힘이 실린다.


이 작가들의 글은 잠자고 있던 내 정신에 찬물바가지를 붓는다. 진짜 찬물바가지를 뒤집어쓴다면 얼마나 화가 날까?

그러나 오히려 가슴에 계속 진동이 울린다. 그래선지 읽을수록 마음께가 근질근질해진다.

찬물바가지가 아니라 감동바가지를 부어주시는 분들이다.



6월 6일 출간계약을 위해 그들과 만났다.

사람과 사람의 만남이었지만 정신의 주인들과 내 정신이 조우하는 시간이었다.

이제 책이 출간되면 이 책은 또 어떤 사람의 정신에 파문을 던질 것인가.


아낌없이 나누어준 그들의 진심과 간절함의 마음이 실같은 한가닥일지라도 독자에게 가닿아 독자의 정신을 흔들고 마음을 묶어 놓을 거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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