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버릴 수 없는, 단 하나를 위하여

by 빛숨 김광화

아프지 않기를 바란다면

우리는 낮아져야 한다

바닥으로, 바닥으로


머리 꼭대기 자존심일랑 버리고

발바닥 자존감으로 한없이 낮아져야 한다


그 바닥에서 다시 차오를 동안만이라도

중력선을 벗어난 삐딱 자세로

목소리는 다 죽어가면서도

안 아픈 척

거짓말을 말자


어깨 펴고

눈 감고

고개 들어

가만히

몸이 내는 소리를 들어보자


그래도 들리지 않는다면

맨바닥에 엎드려 보자

귀를 바닥에 대고

발이 내는 신음을 들어보자.


명예 따위는 거저 줘도

개나 소도 안 가지리


돈다발로 이불 만들어

무덤에서 덮을 참인가?


시간이 없는가?

아무리 바빠도

아플 시간은 있다네

뼈 아픈 시간은 참으로 길고도 길지


죽음 문턱을 넘어본 사람은 안다네

몸과 마음 바닥이란

얼마나 아픈가?

얼마나 어두운가?

얼마나 춥던가?

얼마나 낯설던가?

얼마나 두렵던가?


아픔의 끝을 알 수 없는 시간은

왜 그리 길기만 할까?


그러니

눈물이 솟구치고

황소 울음, 쉬이 멈추지 않는다네


우리는 버릴 수 없는

단 하나를 위하여

나머지 모든 걸 버릴 수 있어야 한다

기꺼이


불편한 곳이 더 굳어지기 전에

아픔이 더 번지기 전에

기꺼이.


*중력선 : 지구 중심을 향하는 수직선


#아픔의의미 #낮아짐의미학 #삶의본질 #고통과성장 #내면의소리

#버릴수없는단하나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