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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모리 Sep 07. 2023

외로움과 친해지기

현대 사회에서는 혼자 밥을 먹고 1인 가구가 늘어나고 하면서 ‘외로움’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코로나, 사회적/경제적 소외 등 혼자 사는 것 이외에도 외로움을 느끼게 하는 요소들이 더 많이 생겨나고 있다. 누구도 내 마음을 몰라줄 때나 나를 지지하고 응원해주는 사람이 없을 때 느끼는 소외감도 외로움이다. 다른 사람과 연결되어 있지 않다는 고립감도 외로움을 불러온다. 주변 사람에게 배제되고 어딘가에 소속되어 있지 않으면 위태로움을 느끼며 모두가 나를 외면하고 주위에 아무도 없다고 느낄 때도 외로움을 느낀다. 네트워크 과잉 시대에 온라인으로 빽빽하게 연결된 사회에서 외로움은 아이러니할 수도 있다. 외로움은 무언가 비어 있는 허전한 느낌이기도 하다. 결핍이 있거나, 자신이 기대하는 삶의 조건과 실제 생활과의 괴리가 있을 때 우리는 외롭다. 외로움은 타인과의 비교에서도 온다. 다른 사람에 비해 부족하다고 느끼거나, 무엇을 빼앗긴 듯한 박탈감이 몰려올 때 우리는 쓸쓸하다. 


외로움은 정신건강에 좋지 않다. 외로움이 깊어지면 불안과 무기력에 빠지고 부정적 신호에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더 우울해지는 악순환에 빠진다. 이는 급기야 우울증을 불러오고 극단적인 선택을 할 가능성을 높인다. 신체적으로도 면역력 저하와 함께 각종 질병에 걸릴 확률이 올라간다. 외로움을 심하게 느끼면 담배 15개비를 피는 것과 같은 부정적 영향을 끼친다는 조사 결과가 있을 정도이다. 뿐만 아니라 기억력과 인지 기능 저하로 창의력, 의사결정 능력을 떨어뜨리고 치매 발병 위험을 키운다. 이처럼 많은 문제를 야기하는 외로움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외로운 이유와 원인이 다양한 만큼 외로움을 떨치는 방법도 다를 수 밖에 없다. 


최근들어 외로움을 사회문제로 인식하는 경우가 잦아졌다. 기술의 발전과 사람들의 생활 양식의 변화로 타인에게 무관심해져 가는 사회가 문제가 되어가고 있다. 특히 타인과의 교류가 거의 없고 사회와 단절된 채 지내는 ‘은둔형 외톨이’는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일본에서 먼저 유행한 ‘히키코모리’ 현상이 우리나라 또한 번지고 있는 것이다. 19~39세 청년 403명 중 237명(59%)은 은둔과 고립을 중단하고 세상 밖으로 나왔다가 다시 은둔과 고립 상태로 돌아간 적이 있다고 답했다. 그들에게 방은 안전한 공간인 동시에 떠나고 싶은 공간이다. 그들은 세상에 적응하기 위해 취업도, 창업도 시도해 봤지만 냉혹한 현실을 마주하고는 다시 포기하고 만다. 


은둔과 고립이 반복되는 이유는 다양한데, 학업 스트레스, 직장 스트레스, 정신질환, 자존감 하락 등이 그 원인이다. 대한민국의 경우 위기청소년 특별지원 등 여러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지만 그 실효성은 의문인 상태이다. 일본은 1980년대에 이지메, 등교 거부 현상, 거품 경제로 인한 청년실업과 취업난으로 히키코모리가 급증했고 2011년 기준 일본 내 히키코모리 수가 70만명으로 추산되었다. 외로움을 정부 정책으로 해결한 시초는 영국으로, 2018년 1월 문화·미디어·스포츠부를 외로움 담당 부처로 지정하고, 해당 부처의 정무차관이 외로움 담당 장관을 맡도록 했다. 당시 영국 인구 6600만여명 가운데 900만명(약 14%) 이상이 항상 또는 자주 외로움을 느낀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약 20만명의 노인은 한달 이상 친구·친척과 대화를 나누지 않았다. 영국 정부는 국민들이 외로움과 사회적 고립에 대처하는 방법을 제시하겠다고 선언했다. 2018년 10월 외로움 대비 범정부 전략 ‘연결된 사회’를 발표하며, 광범위한 실태 파악과 외로움 극복 네트워크 구축 등에 나섰다. 영국 정부는 그해 사업 예산으로 2천만 파운드(약 328억원)의 기금을 조성했다. 또한 영국 정부는 의료기관의 접수 담당자를 대상으로 고독사 위험에 처한 이들을 식별할 수 있는 교육을 실시하는가 하면, 차를 타고 가는 동안 대화를 나눌 수 있도록 돕는 ‘행복 택시’ 프로젝트를 벌이기도 했다. 위성을 이용한 ‘케어 뷰’(Care View) 앱은 지역사회에서 고립된 이들을 찾아 나서는 수단으로 활용되었다. 항상 닫혀 있는 커튼 등 이웃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징후가 발견되면 전문 자원봉사자들과 연결되도록 했다. 일본 또한 영국을 벤치마킹하여 2021년 내각관방에 고독·고립대책담당실을 설치했다. 히키코모리를 대상으로 150여개의 지원 제도를 두고 있으며 2021년 6월에는 영국과 일본의 외로움 담당 장관들이 온라인 회담을 진행하기도 했다. 프랑스에서는 세대 간(고령자-청년) 동거 프로젝트를 실시하고 있는데, 외로움 퇴치가 주된 목적이라고 한다. 우리 정부는 2021년 연말부터 정부 차원의 고독사 실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2021년 기준 고독사로 숨진 이들은 3378명인데, 최근 5년간 증가 추세였다. 2022년 기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사회관계망 지표를 보면, ‘도움이 필요할 때 의지할 사람이 있다’고 한 국민이 영국과 일본은 각각 93%, 89%인데 견줘 우리는 80%에 그친다. 정부가 ‘제1차 고독사 예방 기본계획’을 발표한 배경이다. 세종시 소속 공무원들의 잇단 극단 선택 이후, 세종시는 ‘외로움 전담관’을 두기로 했다. 직원들의 정신건강을 일상적으로 살피겠다는 취지다. 세종시에서는 전문 심리상담가 2명이 최근에 근무를 시작했다.


'외로움'이라는 감정을 잘 다스리기 위해, 또는 '외로움'이라는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 우리는 다양한 노력을 할 수 있다. 일단, 외로움은 누구나 겪는 감정으로서 불안해하지 말고 가벼운 감정으로 받아들이는 태도가 필요하다. 끝까지 함께할 사람은 어차피 자기자신밖에 없으며 독립적이어서 외로운 것이라고 생각할 필요가 있다. 또는 관계를 확충한다. 우리 뇌에는 배고픈 상태에서 음식을 봤을 때 활성화되는 영역이 있는데, 이 부위가 외로움을 느낄 때 사람들이 어울리는 모습을 보면 똑같이 활성화된다고 한다. 허기와 외로움, 식욕과 관계 욕구가 같은 맥락에 있는 셈이다. 배고프면 먹어야 하듯 외로우면 관계를 맺어야 한다. 사람을 만나고 새로운 사람을 사귀고 사람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 이때 주의해야 할 것은 관계에 과도한 기대를 걸지 말아야 한다는 점이다. 남의 눈에 들기 위해 안간힘을 쓰지 않고, 남의 눈 밖에 나는 걸 두려워하지 않을 때 외롭지 않을 수 있다. 관계에 전적으로 의지해서도 안된다. 혼자 서는 게 먼저고, 관계는 다음이다. 혼자 있을 수 있어야 함께할 수 있고, 외롭지 않다. 심취할 수 있는 대상을 찾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글을 쓰거나 독서를 하는 것으로 개인적 고립에서 벗어날 수 있다. 책의 저자와 등장인물을 만나는 것 또한 만남이고 마주하는 것이며 그들의 생각에 닿으며 삶을 들여다보는 것이다. 이밖에도 그림 그리기, 사진 찍기, 등산, 낚시, 악기 다루기, 문화/예술 컨텐츠 감상하기 등 혼자 할 수 있는 일은 많다. 이렇게 취미를 즐기다 보면 자연스레 그런 취미를 가진 사람들을 만나기도 한다. 


외로움을 고독으로 승화시키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독일의 신학자 폴 틸리히는 “외로움은 혼자 있는 고통을 의미하지만, 고독은 혼자 있는 즐거움을 뜻한다.”라고 말했다. 어느 정도 일리 있는 말이다. 고독은 홀로 있어도 편한 상태이고, 외로움은 홀로 있어 느끼는 불편한 감정이다. 이 두 가지 말은 비슷하지만 다르다. 고독하더라도 외롭지 않을 수 있고 주변에 사람이 많더라도 외로움을 느낄 수 있다. 일반적으로 외로움은 그 사람이 친구가 몇 명 있는지, 그 사람이 사회성이 좋은 지와는 관계 없이 주변 지인들과 얼마나 친밀한 관계를 맺고 있느냐에 따라 느끼는 정도가 다르다. 외로움이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생각하면, 비교적 덜 고통스러울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인생을 살아가면서 관심사와 가치관, 사는 지역이 달라지게 되고 직장을 갖게 되면서 어쩔 수 없이 인맥 관리에 할애되는 시간이 줄어들 수 밖에 없다. 


우리는 때때로 고독해야 한다. 사람 사이에서 시달릴 때, 주위 사람들에게 지칠 때 고독은 안식처가 된다. 고독한 시간에 우리는 자신을 들여다 보고 돌아본다. 자신과 대화하고 스스로에게 다정해진다. 뿐만 아니라 고독 없는 정신적 성장은 있을 수 없다. 경쟁심과 시기심, 우월감과 열등감에 파뭍혀 사는 일상은 외롭지 않지만, 정신적으로 피폐하다. 고독할 때 영혼이 깃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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