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들의 세계에 들어간 것 같아

어느 날 우욱! 한 다음 검사하면 임신입니다! 일 줄 알았어?

by 사화

남편이랑 같이 메밀소바를 해 먹는데, 평생 그렇게 좋아하고 빨리 먹던 메밀소바를 천천히 따뜻한 미역국을 마셔가며 삼키는 내 모습이 새롭게 느껴졌다.


요새는 밥을 먹을 때 천천히 먹게 된다.

항상 남편보다 밥을 빨리 먹던 나였는데 요즈음엔 항상 다 먹고 남편이 기다려준다.


여자들끼리 밥을 먹을 땐 대화를 하면서 오래 먹는 식사가 대부분이었다. 여자 가족들이 대부분인 가정에서 자란 나는 밥을 먹다가 잠깐 멈추고 대화를 하는 식사를 배우고 익혔어야 했다.

그에 비해 직장에서 배운 남자들과의 식사는 딴판이지만 편했었다. 서로 밥에만 집중하며 대화 없이 밥만 딱 먹는 게 식성에도 맞았다.

하지만 임신한 지금 나는

[두 입 먹고 - 음식이 목 아래로 내려가는 걸 느끼고 - 멈췄다가 - 한두 마디 하고 - 다시 먹고] 순서로 먹고 있다.


임신해서 그런지 식도가 좁아졌다. 임신하면서 제일 먼저 줄어드는 기능이 소화기능, 그다음이 면역기능이라는 인터넷 글이 생각났다.

'아, 이게 소화기능이 줄어든 거구나?'


아! 이제야 보편적인 '여자들의 식사'가 이해되었다.

그리고 따뜻한 물만 찾는 어르신들이 이해가 갔다.

나는 이제 찬 음식을 먹을 땐 중간중간 따뜻한 국이나 물을 마셔야 음식을 원만하게 넘길 수 있다.

뜨신 물을 삼키면 그 순간 목구멍이 넓어진다.

음식에만 집중해서 마구 삼키다 보면 목 아래로 느리게 내려가다 정체되어 막히는 느낌이 들면, 강제로 멈추고 쉬어줘야 한다. 참 아쉬웠다. 나는 원래 정말 잘 먹었는데.

아이를 낳은 후에도 이 식성이 계속되면 어찌하지.


단 게 당기고 밥이 너무 좋아졌다. 고기가 없으면 허전했는데 이젠 없이 만족스럽다. 30년 살면서 이런 적이 없었는데..

호르몬은 참 신기하다.


그 호르몬 때문에 입덧이 발생한다.

입덧은 임신 호르몬인 '사람 융모성 성선자극호르몬'을 분비한다. 이 호르몬이 연수의 구토 중추를 자극해 "우욱!" 하는 헛구역질을 하게 된다.


입덧 때문에 집 밖을 나서기가 두렵다. 나는 그 "우욱!" 하는 순간을 '냄새 어택'이라고 표현했다. 한번 공격당하면 1시간 동안 메슥거린다. 괜찮던 생선가게 냄새도, 실내의 묵은 공기 냄새도 이젠 '냄새 어택' 대상이다.


더불어 요샌 본능만 남아 매일 멍하다가 배고프면 밥 먹고 졸리면 자고 하면서 동물 같은 생활을 한다.

아이를 많이 낳고 싶어 3년 동안 '베이비 메이커'가 되겠다고 하하 호호 웃으며 말했던 지난날이 떠올랐다.

과연 아이를 낳고도 그 말을 할 수 있을까.

뭘 모르던 지난날은 오만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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