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인증 임산부

솔직히 불안하다.

by 사화

아직 공식적인 임신 인증을 받지 않았다.

착상통을 느낀 후 11일이 지났다. 하지만 11일 동안의 난 정말 여러 증상을 느꼈다. 이걸 임산부들 사이에서는 '증상놀이'라고 불린다. 생리 예정일 3,4일 전부터 측정이 가능하다고 해서 병원에서 이 날 오시라고 한 게 내일모레다. 남편은 그날 출근하니 내일 가자면서 부추겼다.


워낙 평소에 내 몸을 잘 살피는 편이고 착상통부터 격하게 느낀 터라 내가 느낀 증상들은 강렬했다.

-자궁에 약한 통증

-쏟아지는 잠

-후각, 미각 상승

-자세 바꿀 때 자궁 한쪽이 살짝 아픔

-트림, 방귀 잦아짐

-배가 사르르 아픔

-음식에 대한 갈망

-음식 선호 바뀜(고기 O->고기 x, 국수, 빵->밥)

-입덧: 특정 냄새 역하고 메슥거림

-자궁이 땡땡하게 부어있음

-계속된 피로감

-기초체온이 올라감


병원에 가보니 얼리 임테기는 예정일 3,4일 정도만 나오는 거라 아직 너무 이르다고 했다. 그게 내일이다.

여태 남편과 나는 임신 아니면 상상임신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증상놀이라고 하기엔 자궁이 부어있다.

솔직히 불안하고 임신이었으면 좋겠고 어서 빨리 주변에

"저 임신했어요!" 하고 밝히고 싶다.

졸음이 미치도록 쏟아지는 이틀 중 하루, 그날은 마침 생일이라 할머니께서 생일 축하 메시지를 보냈다.

잠결에 할머니께

'조만간 기쁜 소식 들려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웃음)'

하고 카톡을 보내버렸다.

넌지시 말했는데 엄마가 너 임신했냐고 깜짝 놀라면서 전화를 해 약간 당황스러웠다.

잠결에 '임신얘기라고 눈치 못 채겠지..'하고 안일하게 생각해 버렸다.

'역시 할머니 연세는 무시 못한다니까......' 하고 엄마한테 상황을 설명했다. 요새 입덧도 한다고 말하니 조만간 결혼식이니 살 좀 빼라고 말했다.

내심 엄마한테 서운했다. 그만큼 최근 내 인생은 오로지 '임신'하나에 모든 주의를 기울이고 있었다.

그렇게 착상통을 느낀 지 12일째 기다리고 있다.

이전 달 월경이 끝나자마자 첫 관계로 착상이 된 것 같아 기다림의 시간이 길다. 피검사를 어서 서둘러 받고 싶다.


증상놀이

임산부들이 임신이 확정되기 전에 임신일까? 하고 생각하는 시기를 증상놀이라고 부른다.


물어볼 사람이 없어 스레드에 여러 증상을 물어보니 '증상놀이 하지 말고 병원이나 가봐.' 하는 댓글을 보고 병원에 다녀왔었다. 다녀오는 길에 생각해 보니 증상놀이라는 말은 너무 잔인한 말 같다.

'왜 같은 여자들끼리 이리도 잔인하지.. 임신을 쉽게 하는 것 같아 질투가 난 건가?'하고 생각해 본다.

임신 첫 시도만에 증상을 보이니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생각이 들어 말을 조심해야겠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고민'을 '놀이'로 치부하다니.. 난임부부들도 많을 텐데... 정말 잔인하다..

아무리 생각해도 놀이..라뇨 ㅠㅠㅠ....


한편으로는 이런 조심함 때문에 임신얘기를 함부로 못하고 다니는 것 같다. 우리나라 사회에서 임신 증상얘기를 다양하게 할 수 없지 않나? 어느새 임신 자체가 민폐가 돼버린 우리나라사회가 새삼 씁쓸해졌다.


'내 부푼 자궁을 어떻게 될까? 자궁근종일까? 아님 임신일까? 아니면 상상임신?'


자려다가,

검색을 계속하다가,

임테기 검사를 저녁에 하면 더 정확할 수 있다는 말에

눈이 뒤집혀 얼리 임테기도 아닌 그냥 임테기를 밤에 무작정 시도하고 단호한 무임신 임테기 결과를 보며.. 내심 불안해진다..

사실 임신이어도 이 임테기로 결과가 절대 안 나올 시기이긴 하다. 처참하고 혼란스러운 새벽을 혼자 지새운다.

시간만이 결과를 알려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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