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리통이 아냐 임신통이야
엄마한테 자주 들어본 소리다.
"내가 배 아파 낳은 딸인데!"
그래, 나는 그 배아픔을 느끼고 있다.
남편이랑 같이 시어머니댁에 갔다. 그저께 시부모님이랑 우리 부부 둘이서 외식을 했지만 어제가 내 생일이라는 말을 하진 않았었다. 어젯밤에 남편이 말했는지 어머님이 미역국 먹으러 오라고 하셔서 하루 늦은 생일 미역국을 먹으러 근처의 시어머니 댁으로 출발했다.
요새는 잠을 참 잘잔다. 항상 꿈을 2~3일에 한 번씩은 꾸는 편이었는데, 졸음 쓰나미가 오는 시기가 시작된 이후로는 꿈 없이 온전하고 깊은 숙면을 한다. 남편의 코골이로 잠깐씩 깨는 것도 없어지고 수면의 질이 좋아졌는지 통잠을 자는 시간이 9시간에서 7시간으로 줄었다.
어머님 댁에서 정말 맛있는 생일상을 맛있게 먹었다.
평소 같으면 남편보다 빨리 먹는데, 몸이 안 좋아서인지 조금씩 꼭꼭 씹어먹게 된다. 한참을 늦게 먹었지만 후각과 미각이 예민해져 풍부한 향을 느끼며 맛있게 먹었다.
오늘따라 반찬이 맛있는 줄 알았는데, 이전에 먹었던 강된장 향이 오늘따라 풍부해서 깨달았다. 어머님이 깎아주신 오렌지도 최고급 오렌지를 먹는 것처럼 향이 풍부했다.
오늘은 약한 생리통과 함께 뭐만 먹으면 졸음이 쏟아진다.
그리고 자궁이 부풀어서 팽팽해졌다.
생일상을 먹고 근처 시장에 수박을 사러 가기로 했었는데, 밥을 먹고 나니 졸음이 쏟아져서 도무지 시장에 빠른 걸음으로 갈 자신이 없었다. 어머님이 눈치를 채신 것일까? 방 침대에 누워서 쉬라고 하셨다. 잠깐 누워서 졸다가 수박을 사러 시장길로 나섰다.
어머님은 항상 이것저것 사주려고 하신다. 나를 위해 노력해 주시는 모습이 너무 황송하고 감사하다.
시장에서 과일도 사주시고 수박을 사려는데 내가 눈여겨봐 온 과일가게의 수박을 역시 맛난 과일 고르는 눈이 있다면서 사셨다.
작은 선택 하나도 내 선택을 존중해서 구매해 주시는 모습이 참 세심하고 배려를 잘해주신다. 남편이 이런 모습을 닮은 것 같다.
오는 길에 어머님은 옆집 치킨 사장님께 나를 소개했다.
"우리 며느리~ 이쁘지?"
"아이 어머님 인물을 못 따라가네~ 하하하하하"
치킨 아저씨는 하하하 웃으며 농담하셔서 나도 하하하하 웃고 어머님도 하하하하 웃었다.
'참으로 오손도손한 동네다.' 하고 생각했다.
다녀와서 남편이 수박 껍질을 물로 박박 씻어서 수박을 잘라줬다.
수박은 색이 연했지만 달았다. 어머님이 편하게 방에서 먹으라고 장판도 켜주시고 따로 수박을 담아 주셨다.
며느리 편하라고 방에 장판도 켜주시고 수박도 방에 놔주셨다. 그리고는 남편과 나를 두고 방문을 닫고 나가셨다. 이렇게까지 해주시는 시어머님이 어딨 을까.
'참 복 받았다.' 하면서 한 편으로는 임신한 걸 눈치채신 걸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쉬면서 방 창문 밖의 제비와 눈이 마주쳤다. 한참을 날 보다가 날아갔다. 남편한테 말을 하니 반가운 손님이 올 것 같다며 설레했다.
집에 오는 길에 꽃들이 피어있었는데, 유독 꽃향기가 많이 났다. 남편에게 물어보니 나지 않는다고 해서 한 번 더 확신을 하고 꽃향기를 즐겼다.
으레 티비에서 임신시기 때에 특정 냄새가 거슬리면서
"그것 좀 치워주세요!" 하는 식이었지만, 나는 너무 맛있는 음식을 느낄 수 있고 봄의 다양한 꽃향기를 즐길 수 있는 후각이 되었다.
봄의 꽃향기를 이렇게 풍부하게 느꼈던 적이 있었는가? 첫 임신 경험은 다시 오지 않는다. 이 순간을 걱정 않고 즐기기로 했다. 임신은 축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