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 속 나를 피하지 않기.
아이 출산을 한 후 거울 앞에 서면
머리는 부스스하고, 얼굴에 기미가
잔뜩 덮여 있는 펑퍼짐한 아줌마 한 명이 서 있다.
그 모습을 보는 것이 참 곤욕스러워서
거울을 피해 다녔다.
핸드폰 앨범에는 아이 사진만 가득하고
내 사진은 없다.
의식적으로 초라해 보이는
현실의 나를 피하고 있었다.
돌 이전의 아기들에게 거울을 보여주면
거울 속에 비치는 자신의 모습에
엄청 즐거워하고 신기해한다.
자신과 눈을 마주치며 한참을 바라보다가
미소도 짓고 소리를 내어 웃기도 한다.
처음에는 거울 속 모습이 자신이라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다가
점점 자신의 모습이라는 것을 알아간다.
사춘기 학생들 역시 자신의 모습을 거울로 비춰보고 이런 표정 저런 표정 짓다가, 머리를 만져본다.
틴트를 바른 다음 핸드폰으로 셀카를 찍는다.
자신의 모습이 마음에 들 때까지 찍는다.
나를 인식하는 과정이다.
나를 알아가는 과정이다.
현재 자신을 잃어버린 엄마들.
자신이 누구인지 모르겠다면 현실의 모습을
피하지 않고, 바라보아야 한다.
용기를 내서 자주 거울을 봐야 한다.
누구든 자주 보면 친해진다.
나와 친해져야 한다.
처음에는 거울을 보는데 곤욕이다.
하지만 점차 익숙해질 것이다.
친한 사람에게는 아무래도 더 챙겨주게 된다.
그렇게 내 모습을 자주 보다 보면 부스스한 머리가 눈에 거슬리기 시작한다. 머리를 빗겨준다.
그다음 기미가 낀 얼굴이 보인다. 화장을 해 준다.
펑퍼짐한 몸이 자꾸만 싫어진다.
밤에 먹고 싶은 라면을 한 번 참게 된다.
부족한 내 모습을 인정해 주고
바꾸려고 노력하게 된다.
특히나 이름이 잘 불려지지 않는 전업 주부들에게 매일 거울 보기는 꼭 필요한 것 같다.
나를 인식하는 첫 번째 방법이다.
나를 보면서 “나도 지금 여기 있다.”라는
숨어 있던 나를 찾는 방법.
나를 인식할 수 있어야 나를 찾을 수 있다.
그래야 제대로 된 나의 삶을 살 수 있다.
누구의 엄마가 아닌,
내가 주체가 된 나의 삶을 살 수 있다.
엄마들이 거울 공주가 되길 바란다.
아이들에게도 이 방법은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