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라는 것도 별 거 아니네.
나도 엄마가 된 것이 처음이라서
아이를 출산하고 키우는 동안
엄청난 불안에 휩싸였다.
아무도 엄마가 되는 법을 가르쳐 준 적이 없었다.
아이에게 어떤 음식을 먹여야 하는지,
어떤 교육을 시켜야 하는지,
어떻게 훈육해야 하는지.
아는 것이 하나도 없는 바보 엄마였다.
불안한 마음에 미친 듯이
육아 서적을 읽고 따라 하고,
인터넷 검색을 하여서 아이에게
최고로 좋다는 물건들을 사다 주고,
엄마들에게 교육 정보를 바탕으로
다른 아이들 다 보내는
유명 학원에 대기도 걸어 보고,
그 학원에서 교육을 받으면 아이가
그 분야에 천재가 될 거란 기대를 품고 보냈다.
아이를 남 부럽지 않게 번듯하게 잘 키우는 것이
나의 인생 최대의 큰 미션인 것처럼 지내왔다.
그렇게 남들이 좋다는 건 다
우리 아이에게 해 주었다.
결과는 글쎄….
유명한 학원에 보내서 성적이 올랐다는
그 아이는 우리 아이가 아니었다.
유명한 영양제를 먹어서 키가 컸다는
그 아이는 우리 아이가 아니었다.
돈을 아이에게 투자하였지만,
우리 아이에게는 크게 아웃풋이 나오질 않았다.
이러한 결과에 우리 아이가 다른 아이보다
부족한 것이 아닌가 하는 비교와 원망.
심지어는 아이를 부끄러워하는
못난 엄마가 되어있었다.
나의 불안함이 아이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자존감을 깎아 먹고 있었다.
불안함은 무엇인가를 모르는 데서 온다.
나는 나 자신도 모르고,
아이에 대해서조차 모른 상태에서
다른 사람들이 만들어 놓은 틀에
아이를 끼워 맞추고 있었다.
그렇게 열심히만 하고 못난 엄마였던 내가,
나를 알아가는 연습을 하고,
인식하고 알아갈수록
있는 그대로의 나 자신을 인정하고
이해하게 되었다.
나를 인식하게 되니까
아이가 마치 나의 인생을 살아가고,
내가 아이의 인생을 사는 것 같은
나와 같은 사람이 아니고,
다른 사람이라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나의 장단점을 구분할 수 있게 되니,
아이의 장단점 역시 구분할 수 있게 되었다.
나 자신 그대로를 인정하고 수용하게 되니,
내 아이의 모습 그대로를 인정하고
수용하게 되었다.
다른 사람이 만들어 놓은 틀에
내가 들어갈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니,
아이에게도 그 틀에 억지로 끼워 맞추지
않게 되었다.
그 틀에서 벗어나게 되니까
다른 아이와 내 아이의 비교를 멈출 수 있게 되었다.
나의 삶을 살아가는데, 중요 가치를 알게 되면서
나만의 주관이 생기게 되고 방향성이 생겼다.
그러자 아이의 인생에서도 뭐가 중요하고
중요하지 않을지 알게 되었다.
비록 아이가 조금 느리더라도 혹은
다른 아이와 많이 달라 특별하더라도
내 아이는 아이가 생각하는
중요한 삶의 가치가 생길 것이고,
그것을 따르면 인생의 방향이 잡히리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내가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서 해야 하는 일은,
나의 인생을 열심히 살아가면서 아이에게
좋은 본보기가 되어주고,
아이가 앞으로 찾아낼 인생의 방향성을
지지해 주고 응원하는 것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나는 내 인생에 더 집중하기로 했고,
아이들에게는 기본적인 지원만 하게 되었다.
내가 느끼는 불안함과는 달리,
아이들이 생각보다 뒤처지지도 않고,
자신들이 해야 할 일들을 오히려 척척
더 잘하게 되었다.
내가 나를 알아내자,
아이의 인생이 내 몫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나는 그저 아이를 보호하고
인생을 사는 꿀 팁 같은 노하우를
전수해 주면 되는 것임을 알았다.
난 육아서와 엄마들의 정보가 필요 없게 되었다.
그것들이 내 아이만의 삶의 방향을
가르쳐 주지는 않을 것이니까.
내가 나를 알아내자
엄마의 역할이 조금은 더 쉬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