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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꼼빠뇽금영 Oct 17. 2023

"이거 피클, 맞아요?"
"네.. 그럼요!"

( 저장용 음식 6 )

나의 주변 사람들은 내가 뭐든 잘 만들고, 이것저것 다 만들어 봤을 거라고 생각해 준다. 참 감사할 일이다. 하지만 난, 아직 만들어보지 못한 것이 많다. 그중 하나가 '김치'인데, 내가 김치를 안 해 봤다 하면 다들 헉~하고 놀래시며 믿질 않는다. ㅎㅎ~ 그러나 사실이다. 물론 어머님과 엄마를 도와해 본 적은 많다. 때론 김장철에지인의 집에 가서 돕는 일도 많이는 해 보았지만, 내가 직접 재료를 준비해 우리의 김치를 단독으로 한적은 한 번도 없었다. 이 부분은 나도 신기하긴 하다. 어렵고 복잡하다는 색다른 요리는 그렇게 많이 하면서 어찌 김치를 할 생각은 안 할까 싶은데, 아마도 어릴 적부터 엄마를 도와 너무 많이 해 보았던 것이 복잡하고 힘든 것으로 각인되어 시도조차 안 하려던 게 아닐까 싶다.  


하지만, 김치대신 김치처럼 하는 게 있다.

식감이 떨어지지 않을 야채로 고민하고, 만들어보고, 먹어보면서, 자주 접하는 피클이지만, 흔히 먹어 볼 수 없는 그저 그렇지 않은 피클레시피를 만들었었다. 이게 김치와는 다르게 갖가지 음식과 아주 잘 어울린다. 피자나 파스타는 말할 것도 없고 한국에서 즐겨 먹는 치킨과 부침개 그리고 만두랑 라면에까지 궁합이 끝내준다. (나는 개인적으로 빵이나 샐러드에 함께 할 때도 좋다.)


특별한 기념일들이 있는 달이 되면 손님들을 많이 초대할 수 있으니 특별한 소스로 맛을 낸 피클도 만들어 놓는다. 요게 요게~, 아주 인기를 끈다. 이름하야 '두반장피클' 

두반장오이피클

이건, 기름진 음식이라면 무조건 콜이다. 칼칼한 맛과 아삭함이 음식을 먹어 느끼했던 입을 중간중간 정화시켜 주는데 탁월한 역할을 한다. 그래서 피클을 많이 만들어 놓아도 어느새 피클통이 바닥을 드러낸다. "맛있다 맛있다" 하는 지인들을 빈손으로 보낼 수 없어 돌아갈 때 손에 들려 드려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런가! 난 그 순간이 너무 행복하다. 힘들게 만든 음식을 혼자 먹으면 사실 무슨 재미이겠나! 같이 나눠 먹으며 즐겨야 만든 보람도 생기고, 기분도 좋은 게 아닐까 해서 난, 열심히 만들고 열심히 퍼 준다. 아마 우리네 부모님들도 그 행복 때문에 철마다 때마다 힘듦을 잊고 그렇게 주방에서 시간을 보내셨던 게 분명하다. 음식이라는 게 그렇다. 만들 때는 손도 많이 가고 힘도 너무 들지만 누군가가 맛있게 먹어주는 모습을 보면 그렇게 흐뭇할 수가 없다. 그래서 바닥을 드러내는 줄도 모르고, 내 먹을 건 남긴 건지 계산도 안 하고 막 퍼 주게 된다. 

이건, 막 퍼 주는 사연과 달리 웃픈 기억이지만 그랬던 적도 있다. 예전에 브런치가게를 했던 적이 있는데, 그때도 메뉴를 시키면 사이드로 피클을 제공했었다. 그런데 너무들 피클리필을 하시는 바람에 맛있게 드셔 주시는 건 감사했다만 만드는 게 감당도 안되고 배보다 배꼽이 커지는 상황이 되어 도중에  없앤 적이 있었다. 그래서 말인데 유명음식점에 본요리와 달리 피클이 상대적으로 맛이 없다면 야채 값과 만드는 과정이 너무 벅차 일부러 피클을 맛없게 하는 게 아닐까 하는 합리적 의심을 해 본 적도 있었다. 


이제 찬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맘이 급해진다. 추위로 판매되는 야채종류도 적어질 때가 되었다. 그러니 서둘러 겨우내 먹을 피클을 만들어 놓아야겠는데, 야채 값이 너무 올라 장 볼일이 살짝 걱정이 된다. 이번 피클은 얼마큼 만들어야 할까? 


물가경제의 어려움으로 나눔을 걱정해야 하는 때가 되다니 슬프다. 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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