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져나와 오리야
스트릿 출신의 미모견 오리는 점차 명랑견이 되어가며 완벽한 환골탈태를 시도했다. 그러나 타고난 기질때문인지, 아님 스트릿 출신이라는 사무친 스펙을 저도 어찌해볼 수 없었는지, 이따금 허공을 가만히 응시하며 슬픈눈을 하곤 했다.
오리가 몹시 우울하고 불안한 표정으로 종일 가만히 웅크리고 있을때면, 그런날은 내가 무슨짓을 해도 기분이 나아질줄 몰랐다. 장난감도 간식도 산책도 백약이 무효했다. 무슨놈의 강아지가 하염없이 창밖을 내다보며 정지된 시간을 보내는 일이 잦았다. "이자식...너 지금 이럴 나이 아냐. 아련하지 마~!".
한번 버려졌던 상처가 때때로 오리의 가슴을 후벼파는 모양이었다. 그럴때마다 슬픔이 녀석의 작은 육신을 지배했다. 그런 모습을 보고 있자면 가슴이 졸아 붙는듯 아파왔다.
녀석은 어쩌면, 남편과 나 우리 둘에게조차 혐의를 거두기 힘든건지도 모르겠다. 우린 모든걸 쥐어짜내어 절 보듬고 있는데. 우리가 이렇게도 저한테 끔찍을 떨고 있는데.
또 다시 버려질지도 모른다는, 인간을 전적으로 믿어서도 방심해서도 안된다는 불안을 거두기 힘들었을 것이다. 옛주인도 갓태어난 오리를 꿈결처럼 예뻐했을 것이므로. 항상 사랑한다고 말해주었을 것이므로. 그러다 어느날 갑자기 버려졌을 것이므로.
어린 오리가 혼자몸으로 감당하기엔 너무 잔혹한 현실이었을 것이다. 이해하기 어려웠을 것이고, 납득하기조차 끔찍했을 것이다. 내쳐졌던 그 길을 홀로 헤메고 돌아다니며, 몇번이고 식은땀에 흥건해지고, 목을 죄어오는 공포에 몸을 가누기조차 힘들었을 터였다. 이게 꿈이었으면...생각했을것이다.
자식...혼자서 얼마나 뼈아팠을꼬. 얼마나 무서웠을꼬.
오리의 깊디 깊은 불안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오리를 거둘 자격이 없다는 생각마저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