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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참을수 없는 존재의 괴랄

by 스티키 노트
(제목: 아빠 나좀 봐봐요)---아크릴물감, 유성펜

참을수 없는 존재의 괴랄


우리는 그렇게 셋이 되었다.

우리 가족이 된 오리는 바람난 주상전하같은 내 남편의 사랑속에서 점차 떼롱떼롱해져갔다. 우리는 밤낮 "오구오구 내새끼"를 연발하며 거의 경쟁적으로 녀석을 물고 빨았다. 바로 엊그제 까지만 해도 끈떨어진 연처럼 갈곳없어 줄줄 울던 자식이 정말 이자식이 맞나 싶었다.


사랑을 담뿍 받더니 오리는 귀염 대폭발을 했다. 난데없이 굴러들어온 그 돌맹이는 우리부부의 다시없는 귀염둥이가 되었다. 남편은 퇴근후와 휴일이면, 오리와 둘이서 마루바닥에 드러누워 하염없이 노닥거렸다. 남편은 그걸 최고의 행복으로 여겼다. 차마 두눈을 뜨고 봐주기가 힘들었다. 둘이 꽁냥대는 꼴이라니. 아오~


오리는 사내자식 주제에 내앞에서 어이없는 첩질을 시전했다. 남자들끼리 뭐하는 짓이냐. 웃기는 짬뽕이었다. 둘이 편먹고 합심하더니, 나를 뒷방으로 밀려난 정실부인 취급 했다. 남편과 드라마를 보며 손이라도 좀 잡고 있을라치면 고 얄미운 개첩이 득달같이 달려와 기어코 남편을 독차지하고야 말았다. '동지섣달 기나긴 밤'이 남의 일이 아니었다. 난데없는 외로움에 피눈물이 흘렀다.


뭐냐 . 나는 이대로 계속 버림받은 본처 느낌으로 살아가야 하는건가. 굴러 들어온건 너고, 명색이 내가 박힌돌인데. 널 죽음의 문턱에서 구해준것도 난데... 찰랑찰랑 서러움이 목구멍까지 차올랐다. 물에 빠진놈 건져줬더니 이자식이 보따리를 너무 빈번하게 요구한다. 오리보다는, 그자식을 나 보란듯 대놓고 어여삐 여기는 남편의 소행이 더 눈꼴 시었다. 중궁전 나인의 교태에 홀랑 넘어간 바람난 주상전하 같았다. 둘이 마루에서 노닥거리는 꼴 하고는. 내 저 요망한 것을 끌어내 당장 물고를.......


처음 오리의 성격은 마치 왕창 구겨져버린 쿠킹호일 같았었다. 아마도 무참히 버려졌던 상처와 트라우마 때문이겠지. 그런데 우리에게로 온 뒤로, 조금씩 구김살이 펴져가는 모습을 보며 그게 어찌나 흐믓하던지. 우리는 혼신의 힘을 다해 오리를 보듬었고, 이에 힘입은 저 범상치 않은 미모견은 하루하루 더욱 더 미모를 갱신해 갔다. 아... 개이뻐. 눈부셔~!!!


처음 녀석은 타고난 울상견답게 때꾼한 눈을 하고 있었다. 그 때꾼한 눈으로 종일 슬금슬금 눈치를 보며 소파 밑으로 기어 들어가 내 맘을 아프게 하곤 했었는데. 근데 차츰 기가 살아나더니만, 이자식이 나중에는 미친 지랄견으로 이따금씩 둔갑을 하는거다. 이게 뭐가 조금이라도 제맘에 안들면 눈을 희번득대며 나에게 대들었다. 하아... 이 자식이. 이걸 그냥. 하늘을 찌를 듯 점점 반항기 탱천하는 저 개자식을 이제 어쩐담. 남편은 그마저도 반가워 또 어쩔줄을 모른다. 아주 좋아 죽는구나. 잔뜩 주눅들어서 기어드는것보다야 차라리 그편이 훨씬 낫다나. 내 참. 가혹한 현실에 내 입만 점점 걸어져 간다. 아아~! 이것이 뒷방으로 밀려나 곳간 열쇄를 빼앗겨버린 가련한 정실부인의 운명이란 말인가.


오리는 점점 띠롱띠롱 명랑해져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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