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을수 없는 존재의 괴랄
우리는 그렇게 셋이 되었다.
우리 가족이 된 오리는 바람난 주상전하같은 내 남편의 사랑속에서 점차 떼롱떼롱해져갔다. 우리는 밤낮 "오구오구 내새끼"를 연발하며 거의 경쟁적으로 녀석을 물고 빨았다. 바로 엊그제 까지만 해도 끈떨어진 연처럼 갈곳없어 줄줄 울던 그 자식이 정말 이자식이 맞나 싶었다.
사랑을 담뿍 받더니 오리는 귀염 대폭발을 했다. 난데없이 굴러들어온 그 돌맹이는 우리부부의 다시없는 귀염둥이가 되었다. 남편은 퇴근후와 휴일이면, 오리와 둘이서 마루바닥에 드러누워 하염없이 노닥거렸다. 남편은 그걸 최고의 행복으로 여겼다. 차마 두눈을 뜨고 봐주기가 힘들었다. 둘이 꽁냥대는 꼴이라니. 아오~
오리는 사내자식 주제에 내앞에서 어이없는 첩질을 시전했다. 남자들끼리 뭐하는 짓이냐. 웃기는 짬뽕이었다. 둘이 편먹고 합심하더니, 나를 뒷방으로 밀려난 정실부인 취급 했다. 남편과 드라마를 보며 손이라도 좀 잡고 있을라치면 고 얄미운 개첩이 득달같이 달려와 기어코 남편을 독차지하고야 말았다. '동지섣달 기나긴 밤'이 남의 일이 아니었다. 난데없는 외로움에 피눈물이 흘렀다.
뭐냐 . 나는 이대로 계속 버림받은 본처 느낌으로 살아가야 하는건가. 굴러 들어온건 너고, 명색이 내가 박힌돌인데. 널 죽음의 문턱에서 구해준것도 난데... 찰랑찰랑 서러움이 목구멍까지 차올랐다. 물에 빠진놈 건져줬더니 이자식이 보따리를 너무 빈번하게 요구한다. 오리보다는, 그자식을 나 보란듯 대놓고 어여삐 여기는 남편의 소행이 더 눈꼴 시었다. 중궁전 나인의 교태에 홀랑 넘어간 바람난 주상전하 같았다. 둘이 마루에서 노닥거리는 꼴 하고는. 내 저 요망한 것을 끌어내 당장 물고를.......
처음 오리의 성격은 마치 왕창 구겨져버린 쿠킹호일 같았었다. 아마도 무참히 버려졌던 상처와 트라우마 때문이겠지. 그런데 우리에게로 온 뒤로, 조금씩 구김살이 펴져가는 모습을 보며 그게 어찌나 흐믓하던지. 우리는 혼신의 힘을 다해 오리를 보듬었고, 이에 힘입은 저 범상치 않은 미모견은 하루하루 더욱 더 미모를 갱신해 갔다. 아... 개이뻐. 눈부셔~!!!
처음 녀석은 타고난 울상견답게 때꾼한 눈을 하고 있었다. 그 때꾼한 눈으로 종일 슬금슬금 눈치를 보며 소파 밑으로 기어 들어가 내 맘을 아프게 하곤 했었는데. 근데 차츰 기가 살아나더니만, 이자식이 나중에는 미친 지랄견으로 이따금씩 둔갑을 하는거다. 이게 뭐가 조금이라도 제맘에 안들면 눈을 희번득대며 나에게 대들었다. 하아... 이 자식이. 이걸 그냥. 하늘을 찌를 듯 점점 반항기 탱천하는 저 개자식을 이제 어쩐담. 남편은 그마저도 반가워 또 어쩔줄을 모른다. 아주 좋아 죽는구나. 잔뜩 주눅들어서 기어드는것보다야 차라리 그편이 훨씬 낫다나. 내 참. 가혹한 현실 앞에 내 입만 점점 걸어져 간다. 아아~! 이것이 뒷방으로 밀려나 곳간 열쇄를 빼앗겨버린 가련한 정실부인의 운명이란 말인가.
오리는 점점 띠롱띠롱 명랑해져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