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원의 행복(2)
인스턴트 커피와 현대 한국 커피의 문화(6)
자판기 커피 문화가 정착될 수 있었던 이유 두 번째, '커피를 접하는 환경 조성' 이다.
어떠한 문화가 정착되기 위해서는 여러 요소가 필요하지만 그 중에서도 핵심이 되는 요소는 '해당 문화가 지속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것이다. 자판기 커피는 그러한 요소가 잘 충족되어 있었는데, 국내 자판기 커피는 2000년대 후반 프랜차이즈 카페의 시대가 오기전까지만하여도 인구가 많은 공공장소부터 시작하여 인구가 적은 시골의 문구점 등 어느곳에서나 흔하게 볼 수 있을 정도였다.
조금 과장하자면 당시 한국 커피 시장은 온통 자판기 커피로 물들어 있다고 말할 수 있을정도로 우리의 삶에 스며들어 있었던것이다.
자판기 커피 문화가 정착될 수 있었던 이유 세번째 기능적인 측면의 장점이다.
이전까지만하여도 커피는 사람의 손으로 직접 만드는 방법뿐이었다. 그러다 버튼만 누르면 자동으로 커피를 만들어주는 커피 자판기가 등장함으로써 소비자들은 보다 편하게 커피를 먹을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현재로써는 별것 아닌것처럼 보이지만 자동으로 커피를 만들어주는 기계의 등장은
당시 충분히 센세이션한 문화로 받아들여질만한 요소였다.
자판기 커피 문화가 정착될 수 있었던 이유 네번째 단순한 커피 메뉴덕분이다.
한국 커피 시장의 메뉴는 1999년 국내에 도입된 스타벅스를 필두로 국내 프랜차이즈 카페의 보급화 되기 이전까지만하여도 그리 다양하지 않았다. 주로 커피 시장에서 소비되는 커피는 맥심과 같은 인스턴트 커피 혹은 레쓰비,맥스웰하우스 같은 캔커피가 전부였다.
그렇다보니 같은 업계내에서 경쟁할 상대는 적어 서로의 매출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으며,
그마저도 캔커피와 자판기 커피라는 각각 소비되는 상황이 상이하여 매출에 큰 영향을 주는 일은 없어,
이처럼 업계의 단순한 커피 메뉴 또한 그 이유가 될 수 있다.
자판기 커피 문화가 정착될 수 있었던 이유 다섯번째 남는 동전을 처분하기 좋은 요소였다.
현재는 신용카드와 스마트폰으로 결재하기에 현금을 사용하는 일이 드물지만 자판기 커피가 문화가 활성화 되어 있던 당대의 사회에서는 현금 소비가 주를 이루고 있었다.
그 중에서도 선호받은 현금은 지폐였는데, 동전의 경우 거래를 하고 남은 요소로
주머니속 처치 곤란한 존재였다.
자판기 커피는 그런 곤란함을 처치해줄 한가지 방법이었다. 기계에 200~300원을 넣으면,
커피도 마실 수 있고 동전도 처리할 수 있었으니 이 같은 이유 또한
자판기 커피 활성화에 한몫했다고 말할 수 있다.
● 사라지는 자판기 커피
현재 자판기 커피 문화의 현황은 어떠할까?
안타깝지만 그리 좋은 전망을 보이고 있지는 못하다.
2003년 전국의 커피 자판기 수는 12만 4115개에서 2015년 기준 5만개로 절반 이상이 줄었으며, 현재는 그보다 더 수치가 줄어들었을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한마디로 자판기 커피 문화의 쇠퇴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것이다.
이처럼 자판기 커피의 개수가 줄어든 가장 큰 요인은 바로 전문 카페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전문 카페의 등장 이전까지만하더라도 국내 커피 시장은 자판기 커피와 캔커피로 이루어져 있었는데 그렇기에 소비자의 선택지와 입맛은 좁은 범위에 한정되어 있을 수 밖에 없었다.
그런데 1999년 스타벅스가 등장한 이후부터 국내 프랜차이즈 카페의 연이은 등장으로, 소비자들의 커피 선택지가 다양해졌으며 입맛 또한 전문카페의 원두커피에 맞게끔 변화하게되었다.
또한 새로운 공간을 창출했다는 사실도 큰 원인으로 작용했다. (추후 전문 카페 파트에서 자세하게 설명할것이기에 간단히 설명하겠다) 전문 카페의 등장으로인해 국내 카페라는 공간은 단순히 커피를 마시는 공간이 아닌, 그 이상의 가치를 갖고 있는 공간적 의미를 갖게 되었기 때문이다.
● 자판기 커피 문화가 남긴 문화
비록 현재 자판기 커피 문화의 전망은 그리 밝지 못하지만 우리 모두가 암묵적으로 약속한 쉴 수 있는 시간인
식사 후 티타임 문화를 탄생시킨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으며
이는 한국 커피 문화에 있어 주목해볼만한 요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