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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커피 노트 Apr 22. 2024

200원의 행복(1)

인스턴트 커피와 현대 한국 커피의 문화(5)


● 티타임=커피


한국인들은 식사를 마친 뒤 공통적으로 행하는 하나의 문화가 있다. 바로 커피를 마신다는 것이다. 

과일을 먹을 수도 있고 율무차나 다른 여러 음료를 마실 수도 있지만,

대게 우리는 식사 후 커피를 마시며, 티타임을 갖고는 한다.



티타임을 갖는 시간은 중요하지 않다. 길게 몇시간이 될수도 있고 짧게 몇분만 가져도 된다.

그저 티타임을 갖는 그 시간동안만큼은 여유로움을 느낄 수 있으면된다.  

아마 이 글을 읽는 독자들도 그러한 티타임을 알게모르게 즐기고 있을지 모른다. 


도대체 왜 우리는 이 같은 문화를 받아들이게 되었을까?

하필 왜 식사 후 음료는 왜 커피를 한잔해야만할것 같은 생각이드는것일까?


그에대한 대답은 자판기 커피가 정착됨에 따라 나타난것이라 답할 수 있다.

그렇다면 지금부터 자판기 커피가 하나의 문화로 정착된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보도록하겠다.



● 자판기 커피의 탄생


최초의 자판기 커피는 1977년 롯데 산업이 일본 샤프사의 자판기를 400대 구입하며 국내에 등장하게 된다. 현재 자판기 커피는 거들떠도 안보는 그런 기계지만 당시만하여도 자판기의 등장은 가히 혁신적이었다. 

이전까지 손수 커피를 타야했던 방식에서, 이제는 버튼 하나만 누르면 자동으로 완성되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지금 그 당시 자판기 커피는 국내 최고급 식당에서나 볼 수 있는 나름의 고급문화였기에 보급화를 이루지 못하였다. 대중적으로 쉽게 접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지 않았다는것이다.


그러다 1980년대 후반 한 시기를 거치며, 한집단으로부터 식사 후 커피를 마시는 티타임 문화가 생성된다. 

그 시기는 바로 1988년 서울 올림픽을 끝마친 시기로 국내 경제의 호황기가 찾아오며 회사, 대학, 

식당과 길거리 등 자판기 커피가 전국적으로 보급된 탓이었다. 티타임 문화는 기업이 상주하는 빌딩, 대학교, 번화가 등 인구가 밀집해 있는 공간을 중심으로 생성되었는데, 그중에서도 특히 직장인들이 

속한 빌딩은 매일 같이 자판기 내의 커피 원료가 소진되어 재료를 리필할 정도였으며, 직장인들이 출근하는 빌딩 내부에 자판기를 두 대만 설치하면 자녀들 대학 등록금은 걱정없을정도로 해당 지역은 

자판기 커피의 메카였다. 우리가 직장인 하면 떠올리는 출근 후 따뜻한 모닝커피를 마시는 모습과 식사 후 커피를 마시는 이미지 모두 이 시기에 그려진 모습이다. 


그렇게 직장인들을 중심으로 퍼져 나간 티타임 문화는   

이후 새롭게 등장한 자판기 커피의 탄생으로인해 보다 널리 퍼져 나아가게된다

그 자판기는 미니 자판기 커피각광을 받으며 큰 수요를 얻었다.

 

미니자판기 커피에 큰 수요가 있었던 이유는 바로 이전의 자판기에서 볼 수 없던 특징 때문이었다. 미니 자판기 커피 보급화 이전의 자판기는 실외 공간이나 층고가 높은 건물 내에 설치가 가능한 대형 자판기 커피였다. 

도로변,길거리, 사무실 등 설치되어 있는 그 모습을 쉽게 떠올려 볼 수 있을것이다. 

그런데 미니자판기 커피는 공간을 크게 차지하지 않아 규모를 적게 차지하여 식당과 같은 실내 공간으로도

보급될 수 있었던것이다. 그렇게 미니자판기 커피는 식당과 같은 실내 공간에서의 폭발적인 수요를 받았는데,

한국자동판매기 공업 협회에 따르면 미니자판기 커피는 2003년 이후 연간 10만 대 가량 물량 보급이 

이루어졌을 정도였다. 이제 식사 후 커피를 즐기는 티타임 문화는 보다 빠르게 그리고 깊게 

우리의 문화로 들어오게되었다.



● 커피믹스가 아니면 안 돼!


그렇다면 우리는 여기서 한가지 의문을 또 던져 볼 수 있다. 

어떻게 자판기 커피 문화는 우리의 문화로 정착될 수 있었을까?

필자는 그 이유를 총 다섯가지로 나누어보았으며,  

이제부터 그 다섯 가지 이유에 대해 한번 알아보도록 하겠다.  


우선 첫 번째, 커피믹스는 대중들이 자판기 커피에 대한 좋은 인식을 갖도록 도와주었기 때문이다. 한번 생각해 보자 만일 커피믹스가 개발되지 않았다면 대중들은 자판기 커피를 어떻게 받아들였을까? 아마 씁쓸한 커피의 맛을 본 대부분은 자판기 커피에 대해 썩 좋은 인식을 갖지 못했을 것이며, 얼마 가지 않아 자판기 커피는 자연스레 사람들에게서 잊히며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을 것이다.


물론 당시에도 씁쓸한 커피 본연의 맛을 선호하는 대중들도 있었겠지만, 커피 문화가 대중화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초기에는 굳이 별 맛도 없는 원두커피를 마셔야 하는 이유를 느끼지 못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쉽게 생각해서 아메리카노 혹은 에스프레소를 처음 접했을 때의 경험을 떠올려보면 좀 더 이해하기 수월할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아메리카노를 받아들였지?'라는 한 가지 궁금증이 생길 수 있다.

이에 대한 질문의 대답으로는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커피를 맛볼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 보겠다. 문화는 여러 단계를 거치며, 각 단계에 적합한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거나 거부하며 문화는 지속하거나 소멸한다. 커피 문화의 단계를 숫자처럼 나누지는 못하지만 당시 국내의 커피문화 또한 이와 같은 문화의 단계에 대입해 보면 된다. 해당 시기는 커피 문화가 대중화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때로, 아메리카노와 같은 씁쓸한 에스프레소 커피 문화를 받아들이기에는 꽤나 이른 단계였던 것이다.  

그렇다면 현재 '얼죽아(얼어 죽어도 아이스 아메리카노)'로 대변되는 젊은 세대의 커피 문화는 어떻게 바라볼 수 있을까?

이 또한 커피 문화가 발전되고 지속됨에 따라 커피문화의 단계에 나타난 하나의 문화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가 원두커피를 마시게 된 배경과 그에 대한 문화는 추후 다루어질 '전문 카페' 및 '원두커피' 파트에서 자세히 다뤄보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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