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로코, 크로아티아 16강 진출
벨기에, 캐나다 탈락
모로코가 기어코 16강에 진출하고 말았다.
그것도 조 1위로.
전 대회 준우승팀 크로아티아와 4강 팀 벨기에가 있는 조에서.
첫 경기 크로아티아와 0-0으로 비길 때만 해도,
‘이 집 수비 잘하네.
운이 좋았네.‘
정도 생각이었는데,
2차전 피파랭킹 2위, 직전 대회 4강 벨기에를 무릎 꿇게 만들 때 ‘
‘어라. 이거 장난이 아니네.’
싶었다.
더군다나 2-0 무실점 완승.
3차전에서도 캐나다에게도 이기며, 들쭉날쭉 기복 있는 팀이 아님을, 자신들이 실력자임을 보여주었다
(2-1 승)
사실 우리가 E조에서 일본이, 독일과 스페인을 역전승으로 연거푸 꺾고 16강에 올라간 것에 충격을 받아,
이 축구 강국이라고 부르기엔 어색한 피파랭킹 22위 팀을 주목하지 않긴 했다.
하지만, 독일이 전 대회 16강에도 나가지 못하고, 스페인은 16강에서 탈락한 데 반해,
벨기에는 4강 팀, 크로아티아는 준우승팀이라는 점을 비교해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더군다나, 일본이 다소 약체로 평가받는 코스타리카에 2-0으로 일격을 당한 것과 비교해보면, 2승 1무인 이 모로코가 얼마나 탄탄한 팀인지 알 수 있다.
(조별리그 3경기 4 득점 1 실점)
이번 대회 돌풍의 주역이라 할 수 있는,
아르헨티나를 꺾은 사우디는 예선 탈락했다.
독일과 스페인을 꺾은 일본은 16강에서 F조 2위 크로아티아를 만나고,
벨기에를 꺾은 모로코는 16강에서 E조 2위 스페인을 만난다.
개인적으로 일본은 2018 월드컵 MVP이자 그 해 발롱도르까지 차지한 모드리치가 버티고 있는 크로아티아의 내공을 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한다.
한때 전 세계 1등 미드필더라 불린 모드리치는 경기를 지배할 줄 알고 변수와 역전승에 능한 일본을 누르리라 본다.
대신, 이 탄탄한 모로코가 휘청이며 정신 못 차리는 열정의 무적함대 스페인을 꺾을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8강에서 포르투갈을 상대할 가능성이 높은데,
스페인보다 한수 아래인 이 팀마저 누르고 4강에 진출하는 기적을 만들지 궁금하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4강에는 프랑스 (혹은 잉글랜드)가 올라갈 것이기 때문에 이 돌풍의 팀도 그 이상은 어렵다고 본다. 월드컵 우승은 단 1팀, 결승 진출은 지구상 수백 개 나라 중 단 2팀만 허락하기 때문에, 그 숱한 우승 경험국과 강팀을 계속해서 이기고 올라가야 해서 쉽지 않다.
전 대회 4강 팀 벨기에는 결국 충격적으로 예선 탈락했다.
아자르로 대표되는 황금세대가 이제 노쇠화되어 버렸다는 비판을 수용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주축 선수들의 부상도 있어서 쉽지 않았는데 결국 이변의 희생양이 되어버렸다.
예선 탈락 후 비판을 많이 받고, 내부적으로도 분란이 일어나는 것 같아 더 안타깝다. 하지만 그것은 당연한 수순. 잘 되면 서로 좋게 좋게 웃고, 안 되면 침울한 상태에서 니 탓 내 탓하게 되어 있다.
다만, 그런 과정에서 타당한 비판은 잘 수용하고 내분을 잘 봉합하고 다음을 잘 준비하도록 다시 합심하는 것이 중요할 뿐이다. 벨기에는 강팀이라 잘 해낼 거라 생각한다.
전 대회 준우승팀 크로아티아와의 3차전은 여러모로 관심이 많이 모아진 경기였다.
워낙 강팀 간의 경기여서 예선전 경기 중 손꼽히는 big game 이기도 했지만, 이 경기로 16강 진출이 가려지기 때문이었다.
벨기에는 첫 경기 캐나다 전에서 승리하고 좋은 시작을 했지만, 2차전에서 모로코에 충격의 패배를 하며 고개를 숙였다.
맨체스터 시티에서 뛰고 있는 월드 클래스 데 브라위너가 항상 여유 있고 밝은 표정을 많이 보였는데, 모로코에게 지고 낙심한 표정을 보며 ‘저런 일도 있네’했다.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질 때가 있는 법이다.
1승 1패의 좋지 않은 분위기의 벨기에와 1승 1무의
크로아티아는 분위기부터가 조금 달랐다. 비기기만 해도 16강에 진출할 수 있는 크로아티아가 당연히 우세한 지점에서 출발했고, 중심이 잡힌 크로아티아는 0-0으로 경기를 마치고 16강에 진출했다.
크로아티아는 예전 98 프랑스 월드컵에서 수케르라는 공격수를 앞세워 4강에 올랐을 때부터 신선하면서 강한 팀으로 각인되었다.
터키에 근무했을 때였는데, 유로 2016이 한창이었다. 당시 본선 조별리그 D조에 스페인, 체코, 터키, 크로아티아가 진출해 있었다.
내가 축구 좋아하는 걸 아는지라 현지 친구들이 같이 맥주 마시며 크로아티아와 터키 간 게임을 보자고 해서 해안가 펍에 가서 TV로 경기를 보았다.
터키 친구들과 있으니 당연히 터키 응원하며 왁자지껄 맥주를 마시며 보고 있는데, 모드리치의 멋진 골이 터졌다. 그 맥주 집에서 나 혼자 탄성을 질렀고, 한 대 맞을 뻔했다.
한국 사람들끼리 한일전 보는데 일본에게 한국이 골 먹었을 때, 다들 침울해하는데 ‘와, 대단하다’하고 소리 지르는 꼴. 그만큼 멋있었다.
축구에 진심인 터키 친구들인데, 분위기를 알아차리고 조용히 화장실 다녀와서 살았다.
그때도 이미 모드리치는 대단했다.
(동부 유럽권에 체코의 네드베드라고 좋아했던 선수가 있었는데, 어느 순간 모드리치가 그 선수를 뛰어넘은 것 같다.)
유로 당시 크로아티아는 2승 1무, 조 1위로 본선 토너먼트 진출했고,
스페인은 크로아티아에게 패해서 2승 1패, 조 2위로 토너먼트에 올라갔다. 터키는 체코에는 이겼지만, 두 강팀에 패배. 1승 2패, 조 3위로 조별 예선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크로아티아가 16강에서 일본을 꺾으면, 8강에서 브라질을 만날 가능성이 높다. 만일 부상을 당한 네이마르가 그때도 못 나오고, 나와도 제대로 못 뛴다면 크로아티아가 4강에 진출할 것으로 예상한다.
4강에선 아르헨티나를 만나게 될 텐데, 거기서 멈출 가능성이 높을 것 같다. 우승에 가장 목말라 있고 각성된 메시의 아르헨티나를 뛰어넘기에는 크로아티아가 조금 부족해 보인다.
피파랭킹 12위, 전 대회 준우승팀이 어디까지 올라갈지 흥미롭게 지켜보겠다.
ps. 벨기에 팀 코치로 나와서 골을 넣지 못해 우는 루카쿠를 안아주던 앙리 형!
나도 울 뻔 했어요. 반가웠어요. 근데 프랑스 사람인데, 형이 거기서 왜 나와.
티에리 앙리 Thierry Henry
과거 프랑스의 최강 공격수
98년 프랑스 월드컵 우승 주역
프리미어리그 아스날을 나의 최애 팀으로 만들어 줌. 수차례 프리미어리그 득점왕을 차지한 바 있다.
피레스, 융베리와 아스날 공격진에서 미친 조합을 구성했음.
(사진 출처 : 메쉬박님의 블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