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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 Mar 21. 2023

생일엔 갈치구이 인생 맛집


https://brunch.co.kr/@6dad664f134d4c4/244

https://brunch.co.kr/@6dad664f134d4c4/245


여수 여행에 관한 글을 남기고, 좋은 반응을 얻었는데요.


몇몇 분들이 여수에 간장게장도 유명하지만, 또 유명한 해산물이 있는데 왜 소개해주지 않느냐는 성화를 받기도 했습니다.


바로 통통하게 살이 오른 갈치구이와 갈치조림이죠.


여수 지역에서는 많이 먹는 생선 중 갈치가 손에 꼽힙니다. 그래서 갈치구이와 갈치조림을 맛있게 파는 집이 많죠.


진남관 밑 이순신 광장 (딸기 모찌 등 파는 곳)

에서 구항 쪽 음식점들이 모여있는 곳에 가보면 오래된 음식점들이 많습니다.


원래 여수는 공단이 중심이 아니라,

단연 해산물과 항구가 중심이었어서 이 곳 구항 쪽에 음식점, 옷가게, 술집, 숙박업소 등이 많이 모여 있었다고 합니다.


(구항 - 종포 인근 오래된 항구

신항 - 오동도, 엑스포 역 쪽 새로운 항구)


다른 지역들이 잘 개발되어, 이 구항 지역과 옛 중심 상권 구 도심인 교동이 많이 쇠락했는데, 엑스포와 여수 밤바다 여행으로 많이 살아났다고 하네요.


사실 갈치구이는 원래 ,


재료가 맛있으면 음식이 맛있다’


라는 진리를 가장 잘 보여주는 음식이라, 여수의 어느 정도 이름 있는 식당만 가도 웬만하면 맛있습니다.


물고기 중 인육을 가장 잘 먹는다는 속설도 있고, 그래서 더 맛있다는 무시무시한 이야기까지 깃들어 있는 갈치구이.


여수에서 가시면, 어쩌면 조금 간단하게 먹는 식사로 권해 드립니다.


갈치구이, 갈치조림 모두 1인분에 1.5 만원입니다.

예전엔 1-1.2 만원 선이었는데, 많이 올랐어요 ^^;


기분 좋게 떠나는 여행지니, 킹 받을 수 있는 물가 이야기는 하지 않겠습니다.


(강남에 소주, 맥주 한 병에 벌써 7천 원을 받는 집들이 많더군요. 6천 원 걱정하고 있었는데, 현실은 늘 상상보다 앞섭니다.)



낭만해물삼합 돌문어


전남 여수시 중앙로 72-27

0507-1433-1069


https://naver.me/FKK7tixU




여기서 그냥 끝내기엔 아쉽죠?


여수의 명물 음식이 된 해물삼합 이야기도 여기서 썰을 풀겠습니다.


원래 낭만이니, 해물삼합은 여수와 관련해서 많이 회자되는 음악도, 음식도 아니었다고 합니다.


갈치구이나 갓김치와 같이 오래전부터 회자되어 온 음식과 비교되죠.


하지만 엑스포와 여수 밤바다 노래 이후, 낭만 포차에서 해물과 고기를 같이 구워 먹는 해물삼합이 종포 포차 거리에서 크게 유행했고, 지금은 여수 여행의 대표적인 음식이 되었다고 합니다.


어떻게 이렇게 기막힌 조합을 찾아내었을까요?


삼겹살에 김치 올려 먹으며 맛을 내는 것처럼,

고기와 새우, 문어 등 해산물 그리고 콩나물 등 야채까지 같이 구워서 먹으니 맛있을 수 밖에요.


그래서 여수 여행을 하는 사람들이 거하게 먹을 때, 한정식이나 일식보다 이 해물삼합, 사합, 오합을 찾는 것 같습니다. 목포 홍어 삼합에는 아직 비견될 음식은 아니지만, 꽤나 유명한 음식이 된 것은 사실인 것 같습니다.


해물삼합

소 - 4만 원

중 - 5.5만 원

대 - 7만 원





아직 안 끝났냐구요?


사실 위에서 제가 앞서 소개해드린 가게가, 제 갈치구이 인생 최고 맛집이라고 말씀드리지 않았다는 사실 눈치채셨나요?


맞습니다.

저에게 갈치구이 최고 맛집은, 이 가게가 아닙니다.


여수에서 맛있게 먹긴 했지요.

하지만, 먹으면서도 뭔가 허전하고 부족했습니다.

한마디로 아쉬웠던 거죠.


여수 밤바다를 산책하며 이유가 떠올랐습니다.


어머니가 구워주신 갈치구이였죠.

바로 집밥.


아들내미 잘 먹이겠다고, 없는 돈에도,

아끼고 모았다가 제 생일에 질 좋은 갈치가 생산 가게에 들어오면 큰 맘 먹고 사 오셨죠.


그리고 온 집 안에 생선 굽는 냄새 풍기면서도,

즐거운 마음으로 생선을 구워주시던 어머니.


그 어떤 갈치구이 맛집이라도,

그보다 더 맛있을 수 없었던 이유였습니다.



가난한 어린 시절 저는 생일 파티라는 걸 모르고 살았어요.


집안 사정 때문에 케잌을 사서, 촛불을 켜놓고 생일 축하 노래를 부르는 것도 일종의 사치였죠.


선물 같은 것도 당연히 기대하지 않았습니다.

그 탓인지 지금도 생일이든, 어떤 날이든 무슨 선물을 기대하지 않게 되었지요.


먹고 살만한 지금도 가난의 기억은 그렇게 남아 있습니다.


케잌을 먹고, 선물을 주고 받는 것도, 잘 사는 친구 집에 초대를 받아 가서 알게 되었죠. 그래서 주는 보람은 조금 압니다. ^^;


어린 시절엔 그런 걸로 낙담하던 때도 있었던 것 같은데, 꼭 어머니는 미역국과 갈치구이는 해주셨습니다.


“아들, 생일 축하해.

이것 밖에 못해주지만, 건강하게 잘 커줘서 고마워.“


라는 말씀과 함께요.


그렇게 차려주신 간소한 생일 밥상은,

세상 그 어떤 맛집의 생일 잔칫상보다 맛있었죠.


제가 자녀를 두신 작가님의 글에서,

자녀가 엄마 음식이 제일 맛있다고 하는 말에 깊이 공감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부모님께 더 잘해드려야 하는데,

(여친에겐 다정했으면서도) 부모님께는 무뚝뚝한 나이 든 아들이다 보니, 그러지 못해 죄송스럽습니다. 살아계실 때 더 잘 해드려야죠.


이제는 나이가 들어서 노인이 되셨는데, 부모님이 건강하게 오래오래 사셔서, 생일이면 이렇게 웃으며 맛있는 갈치구이를 먹었으면 좋겠네요.


젊었을 때 고생하시고 집안 일, 밖의 일 하시며 몸에 밴 부지런함은 내려 놓으시고 이제 조금은 게으르게, 편하게 사셨으면 합니다.





마지막은, 그래도,


명색이 낭만 여수 여행인데요.

여수 밤바다를 걸을 때, 이 노래가 빠지면 아쉽겠죠?


잘 감상하시면서 좋은 봄 여행 되셨으면 합니다.


https://brunch.co.kr/@6dad664f134d4c4/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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