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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 Nov 06. 2022

첫 소절

도입부

https://youtu.be/SMVDbkmNjWY​​


음악은 보통 기승전결이 있고, 고점 (peak)를 고음으로 치는 부분이 가장 강렬하게 다가오는 경우가 많다.

감정이 고조되다 가장 높은 지점(high)을 치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그런데, 왜 음악 전문가들은 항상 도입부의 중요성을 말할까?

내가 생각하기엔 전개와 고점으로 가기 전에 첫 소절을 듣고 이탈해버리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인 것 같다.


예전에도 그랬지만 바쁜 현대 사회에서 모두 쫓기듯 살다 보니 참을성이 더 없어졌다.

조금 듣고 아니다 싶으면 바로 다음 곡 아니면 꺼버린다. 작곡가와 작사가 그리고 가수가 생각하는 진행이 있을 것인데 10초, 20초 뒤로 뛰어넘기 일쑤다.


그래서 도입부를 듣고 빠져들게 하려고 처음부터 강하게 소위 힘을 주는 경우까지 있다. 잔잔하게 시작해서 듣는 사람들의 귀를 잡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좋은 가수의 도입부는 곡의 분위기를 잡아준다. 반대의 경우를 보면 분명한데, 처음에 너무 음을 높게 잡으면 뒤로 갈수록 말린다. 첫 단추가 그렇게 중요하다.

그래서 그룹 활동을 하는 분들 중 가장 노래 잘하는 분이 첫 소절을 부르는 경우를 자주 본다.


어느 60대 노부부의 이야기로 감동을 준 임영웅 님이 그렇다.


곱고 희던 그 손으로
넥타이를 매어주던 때


관객들도 감동하고 유명한 작곡가 심사위원은 ‘곱에서 다 나왔다 ‘고 했을 정도다.


하지만 나의 원픽은 (제일 좋아하는 단 한 명을 꼽는다면) 다른 분의 노래다.


박효신.


대한민국 최고의 보컬리스트 사대천왕이라는 수식어보다는 대한민국 최고 가수라는 말이 더 어울리는 가수.


명곡과 첫 소절이 많지만, 나에게 단 한곡을 꼽으라면,


‘안녕, 사랑아’


떠오르는 기억마다
왜 이리 미안한 일 투성인 걸까


박효신 님의 첫 소절을 들으면 환호와 좋다는 마음이 들며 끝까지 들을 수밖에 없다.

누구 말처럼 안 들은 사람은 있어도 한번 들은 사람은 없다고 해야 할까. 계속 반복해서 듣게 된다.


유튜브로 몇 번을 들었는지, 노래방에서 몇 번을 불렀는지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사랑했지만 내 부족함과 서투름 때문에 헤어지고 나서의 미안함과 안타까움.


너를 잊는 일 눈물 참는 일 쉽진 않겠지만


라고 격정적으로 속마음을 표현하지만,


추억이 나를 웃게 하니까
안녕 잘 가라 사랑아, 안녕 고맙다 사랑아


라고 아름답게 추억하며 보내주고 싶은 마음으로 잘 이어져서 끝나기 때문이다.

이래서 남자는 첫사랑을 못 잊는다고 하나.




예전엔 김광석 님의 ‘서른 즈음에’의 첫 소절,


또 하루 멀어져 간다.
내뿜은 담배 연기처럼.


이 부분이 최고의 도입부였는데. 원픽이 바뀌었다.


어쩌면 스무 살의 갓 어른이 되어 좌충우돌 20대를 보내며 서른이라는, 그땐 그렇게 크게 다가왔던 시절을 지나,

‘매일 이별하며 살고 있구나.’라는 사실을 이제는 너무 잘 알아버린 나이가 되어서일지도 모르겠다.


https://youtu.be/X4wBg3Fqkq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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