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풍진 세상을 만났으니
이 풍진(風塵) 세상을 만났으니 너의 희망이 무엇이냐
부귀와 영화를 누렸으면 희망이 족할까
푸른 하늘 밝은 달 아래 곰곰이 생각하니
세상만사가 춘몽 중에 또다시 꿈 같도다
이 풍진 세상을 만났으니 너의 희망이 무엇이냐
부귀와 영화를 누렸으면 희망이 족할까
담소화락(談笑和樂)에 엄벙덤벙 주색잡기(酒色雜技)에 침몰하랴
세상만사를 잊었으면 희망이 족할까
우연히 한 방송에서 만난 이 노래가 무척이나 와 닿았다.
특히, 첫 소절이.
슬픔과 한 그리고 진솔함과 공감이 배어 있었다.
민중가요로 1930년대 유행했던 노래라고 한다.
일제 시대 핍박 받았던 우리 민족이 얼마나 고통스러웠겠나.
못 먹고 못 살고, 빼앗기고,
눈치 보고 끌려가고,
군대나 공장 등지에서 고초를 겪고.
이루 헤아릴 수 없는 고통과 걱정, 두려움 속에서 많은 사람들이 살았을거다.
혼란의 시기에는 온갖 인간 군상들이 나타난다.
평온하고 다들 먹고 살만할 때는 비교적 조용하다가도 궁지에 몰리면 본성이 드러난다. 그래서 평화가 필요할지도.
사기를 쳐서 다른 사람은 곤란에 빠지게 하고 자신은 호의호식하고. 더러운 돈을 받아 주색잡기에 빠지기도 하고. 내가 뭘 잘못했느냐 그렇게 못하고 그 따위로 사는 너희들을 탓하라고 되려 큰 소리치고.
인간은 욕구를 추구하는 존재이지만, 그것도 정도껏하고 만족을 알아야지. 남에게 피해까지 주면서, 적극적으로는 빼앗아 가며 과욕을 부리면 언젠가는 자신에게 (혹은 자손에게) 화가 돌아오는 것을 많이 본다.
이 노래에는 그런 아픔과 혼란이 담겨 있어, 굳이 그 풍진 세상을 자세히 묘사하지 않아도 절망감과 그래도 한줄기 희망이라는 것이 느껴진다.
내가 저 시대에 태어났으면 어땠을까?
험난한 시대에, 고난과 힘든 삶을 살 것이 뻔히 보이는데도 민족을 위해 뜨거운 가슴으로 독립 운동가의 삶을 살았을까? 양심의 가책을 느끼면서도 모른 척 일제에 부역하며 호의호식하는 삶을 도모했을까?
아니면 여기저기 끌려다니며 한 목숨 부지하고자 일하고 매 맞으며, 허기진 배를 주먹밥으로 달래고 비좁은 침상에서 고난이 끝나기만을 기다렸을까?
현재의 시대는 과거의 시대와 정말 많이 다른 것일까?
춘몽에 빠져, 좋은 대학에 들어가려고, 좋은 직장에 입사하려고, 부자 되세요라는 광고에 현혹되어 큰 돈을 벌어 부귀 영화를 누리는 삶을 쫓으며 이렇게 평생을 쫓기며 살고 있는 건 아닐까?
어두운 세상만사를 잊고 홀연히 떠나 산 속에서 자연인이 되어 혼자 살면 진정 행복할까?
나도 이 풍진 시대를 살아가는 민중의 한 사람이라서 이 노래가 와 닿았던 건 아닌가 싶다.
모두들 오늘도 이 험한 세상 살아가시느라 수고하셨습니다. 식사 잘 챙기시고 하루를 마치고선 두 다리 쭉 펴고 푸욱 쉬셨으면 합니다. 늘 건강하고 행복하세요.
https://youtu.be/zs19c3p9q9o
(풍진 : 바람에 날리는 티끌이라는 뜻으로, 세상에서 일어나는 어지러운 일이나 시련을 의미한다.)
출처 : 나무위키 글을 참고하였고 가사와 풍진 설명을 인용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