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mo estas? 2-5. 지진 그리고 아시아 친구

Chapter 2-5. 지진 그리고 아시아 친구

by 이상

결국 진짜 지진을 경험했다.


진도 7.5


진도 5 정도에서도 난리가 나는 한국에서 이 정도의 수준의 지진을 겪게 되면 어떨까.


다행히 내가 근무하는 지역에서 꽤 떨어진 곳이어서 직접적인 피해는 입지 않았다.

그런데 그 지역은 우리가 다음 사업 후보지로 추진 중인 곳이었는데 지연되지 않고 제 때 추진되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조금 시간이 지난 후 그쪽을 지나면서 산들이 대규모 공사를 한 것도 아닌데 깎이고 단층들이 드러난 듯한 모습을 눈으로 확인하고 우와 이 정도의 힘과 자연을 변형시킨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본사에서는 난리가 나서 연락이 왔다. 다친 사람은 없는지 공장에 문제는 없는지. 이럴 줄 알고 지사장님이 대표로 현재 상황에 대해서 공식 보고를 메일로 보냈는데도 우리 한국 사람들은 정도 많고, 직접 이야기를 들어야 속이 시원한지 여러 사람들로부터 연락이 왔다.


좋게 생각하면 걱정해줘서 고맙기도 하고 안 죽고 연락받아서 다행이다 싶어 같은 말을 여러 차례 반복해도 좋은 마음으로 결국 괜찮다는 말을 하며 전화한 김에 잘 지내냐, 본사는 어떻냐는 안부를 되려 묻기도 했다.


현지 공무원들은 난리가 나 있었다. 아무리 환 태평양 지진대에 사는 사람들이라도 사람이 죽고 다치고 건물이 무너지는 등 피해가 발생하고 수습해야 하니 그렇게 된다.


갱신된 보험 증서와 보증서를 전달하고 추가 협의를 하러 카운트 파트 본사 담당자를 만나러 갔을 때 이 사람도 정신이 없어 보였다.

그래서 긴 이야기는 하지 못하고 전달해야 할 서류만 전달하고 나오는데 정전이 되었다.


우리로 치면 한전에서 회의하고 있는데 정전이 된 상황.

남미에선 한 번씩 있는 일이긴 한데, 그날따라 더 심각하게 받아들여졌다. 여기에서 문제 될 정도의 센 지진이 나진 않겠지.


혹시 몰라 본사에서 안부 차 연락 온 친한 후배에게 아버지 전화번호를 남겼다. 나에게 무슨 일 있으면 여기로 연락해서 알려주라고.


지금 생각해보면 추억인데, 그땐 자못 비장했던 것 같다.




“Cino!"


중국인! 현지인 불량배가 점심 먹고 지나가는 우리에게 뭔가 욕처럼 내뱉고 지나갔다.


스페인어 잘하는 우리 열혈 영업 담당이 참지 않고, 우린 Coreano (한국인)이고 너한테 뭘 잘못했냐고 따져 물었다. 기분은 나빴지만 외국에서 현지인과 싸우는 건 당연히 안 좋고 불리할 수 있어 말리고 정리했다.


지진 같은 자연재해가 발생해서 안 좋은 일이 생겼을 때 외국인이나 소수민족 같은 약자에게 분풀이를 하는 좋지 않은 일이 역사상 있어 왔는데 그런 것이 여기서 벌어지나 싶었다.


그런데, 유독 중국인들에 대한 반감을 드러내는 현지인들을 종종 보게 된다.


한국인에 대해서는 그리 나쁘지 않은 감정을 갖고 있다. 가끔 사고를 친 것이 뉴스 등에 보도되어 이슈가 되는 안 좋은 이미지가 생기기도 하지만.


삼성 휴대폰부터 해서 현대 기아차 그리고 K pop까지. 상당한 긍정 정서를 갖고 있다.


하루는 자주 가는 한식당에 갔는데 현지인 친구들이 20명 가까이 모여서 파티를 하고 있길래, 이 친구들 뭐냐고 사장님께 물으니, K pop 팬클럽 같은 건데 무슨 이벤트가 있어서 이렇게 모였다고 한다.


기특해서 내가 아이돌 노래 한번 불러주려다 내 노래 듣고 탈덕(아이돌 팬클럽에서 탈퇴) 할까 봐 참았다.

잘 참았다.


그런데, 중국 친구들에게는 “cino!" (치노)라고 부르며 노골적으로 싫은 티를 팍팍 낸다.


다른 나라에 출장을 다니면서 이런 부분을 직접적으로 느껴본 적은 크게 없었다. 런던 중심가의 차이나 타운, 토론토의 차이나 타운을 보며 사실 내심 부러웠다. 남의 나라 땅에 어떻게 중심부에 저렇게 대문짝만 하게 자기네 땅처럼 타운을 조성했을까. 역시 사람 수도 많고, 땅도 넓고, 돈도 많아야 하나 보다. 즉, 나라에 힘이 있어야 하나 보다 하고 생각했다.


더군다나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유명한 금문교는 공사 당시 중국 사람들이 많이 죽어서 이를 기리는 비석이 있다고 하지 않나. 미국 땅에 중국 비석이라니 세상은 참 재밌다.


제일 중요한 것이 자기네들 일자리를 빼앗는 것이라고 한다. 외국인이 들어와서 자기들 일자리를 뺏으면 당연히 싫겠지. 그래서 이웃 나라 친구들이 와서 일하는 것도 싫어할 때가 있다. 그런데, 중국 친구들은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어떤 사업을 벌이면 정말 어마어마하게 들어온다.


인구가 많아서 그런지 몰라도 맨 위의 관리자에서부터 중간 관리자, 말단 직원뿐만 아니라 청소하고 운전하고 노무자까지 다 들어온다.


남미 작은 한 나라에만 무비자로 10만 명이 넘게 있다고 하니 말 다했지. 한국인은 교민 다 포함해서 몇백 명이다.


그러니 대사관 크기도 큰 차이를 보인다. 한국 대사관은 신도심 빌딩의 한 층 어딘가에 사무실 형태로 대사관을 내놓았는데 (남미의 작은 나라들이 한국 종로에 있는 건물 한 층 일부에 사무실을 둔 형태와 유사하다.) 중국 대사관은 가보면 무슨 성 같다.


더군다나 중국이 빌려준 외채를 못 갚겠으면 돈을 더 얹어서 주고 빚을 탕감해줄 테니 갈라파고스를 달라고 요구해서 현지인들의 대규모 시위가 일어난 적도 있었다.


그럼에도 중국 식당은 엄청 많고, 현지인 요리사와 직원들이 현지인 손님을 받아 주문받고 대접하는 걸 보면 신기하기도 하다. 고급 식당도 괜찮긴 한데, 서민 식당도 싸고 양 많이 줘서 좋다고 한다.


그리고 중국 친구들은 현지인들과 결혼해서 애 낳고 가정을 꾸리는 것에 대한 거부감도 별로 없어서 그런 면에서는 현지인들과 또 잘 섞이는 면도 있다. 인간사는 이래서 재밌다.




중국 친구들은 우리 한국인을 보면 이상한 친근감을 느낀다. 런던이나 토론토 같은 곳은 그런 것이 조금 덜한데, 이런 남미의 작은 나라 같은 곳에 동양인이 같이 있다는 것에 대한 동질감 같은 것이 있다.


주말 한가롭게 식당가를 걷고 있었는데 화웨이가 있는 건물에서 중국 친구들 열명 정도가 우르르 몰려나왔다. 그러면서 나에게 중국말로 말을 걸었다.


그래서 고등학교 때 제2외국어로 배운 중국어를 이때다 싶어 써먹었다.

그땐 이렇게 써먹을 줄 모르고 읽으라면 읽고 시험 볼 땐 죽어라 외웠었는데 재밌는 인생이다.


“니 하오. 워 스 한구어런.”

안녕하세요. 전 한국사람입니다.


중국인인 줄 알고 말을 걸었는데 한국인인데 중국말을 하니 신기한지 계속 말을 건다. 중국어는 더 이상 기억이 나지 않아, 스페인어로 하다가 결국 영어로 간다.

여긴 왜 왔냐, 온지는 얼마나 되었냐, 자기들 밥 먹으러 가는데 같이 가지 않겠냐.


심심하던 차에 그러자 하고 같이 갔더니 어마 무시하게 주문을 한다. 이걸 다 먹겠다고. 식사를 마칠 때쯤 깨달았다. 아, 이 친구들은 음식 먹을 때 부족한 것보다 남는 게 낫다고 생각하는 특징이 있지.


자기들 집에서 훠궈 해 먹는데 (중국식 샤브샤브) 담에 놀라 오라고 한다.


쉐쉐 (고맙다)

짜이지엔 (또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