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타그램 언팔로우(삭제)

by 미아

맹자는 마음은 잡으면 보존되고 놓으면 없어지며 드나드는 때가 없고 어디로 가는지 알지 못하는 것이라고 했다. 맹자가 말하는 이 마음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에서도 충분히 적용된다.


서울에서 지금 살고 있는 동네로 이사 후 어린이집 엄마들과 친해지게 되었다. 나 포함 총 네 명이 비슷한 또래에다 아이들끼리도 친해 자연스레 거의 매일 보는 사이가 되었다. 그중 A는 나와 동갑이어서 왠지 모르게 더 친근했다.


A는 무척 말이 많았다. 단 둘이 만날 때면 나는 주로 리스너였다. 네 명의 엄마들과 함께 만날 때면 다른 사람 얘기를 중간에 가로막고 본인 얘기를 하기 바빴다. 그래도 그때는 그게 불편하지 않았고 그러려니 했다. 문제는 1년 정도 지나면서 A의 민낯을 알게 되면서였다.


A와 나는 SNS 계정까지 공유하게 되었다. 나는 팔로워도 적었고 여행 가서 찍은 사진과 아이들 모습, 내 근황 사진 등을 친한 친구들과 공유하는 게 다였다. A는 몇백 명이 되는 팔로워와 2000개가 넘는 게시물이 있었다. 처음 A의 SNS에 들어갔을 때는 놀란 나머지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본인의 요리 사진, 수집하는 물건들, 아이가 공부하는 모습 등등 너무나 방대한 양의 게시물이 있었다. 하나하나 보기에 버거워 최근 몇십 개의 피드만 골라서 보았다. SNS를 공유한 후 A의 피드는 매일 기본적으로 3~4개씩 올라왔다. 무슨 음식을 어떤 접시에다 먹었는지, 아이가 어떤 공부를 했는지, 오늘 아이와 무슨 대화를 했는지 등등 상세한 내용이 기록되어 있었다. 처음에는 '이런 걸 좋아하는 사람이구나' 했다. 하지만 매일 3~4개씩 올라오는 피드에 지쳐갔고, 무엇보다 이미지만 보게 되는 인스타에서 구구절절 쓰여있는 글은 너무 억지스럽게 느껴졌다. 결국 A의 피드를 점점 스킵해서 보는 경우가 잦아졌다.



A의 피드 내용은 이런 식이었다. 수십 개의 책이 식탁에 젠가처럼 쌓여있고 책을 읽는 이런 시간이 좋다 라는 글 또는 음식을 차려놓고 '오늘도 맛있게 배뻥' 또는 친정 엄마와 시어머니에게 보내는 애정이 듬뿍 담긴 편지글 등 대부분 장문의 글과 함께 사진을 올렸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의 진짜 모습을 알게 되고 난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A , 집에서 요리한 사진 진짜 많이 올려. 남편 분이 좋아하시겠네"

"우리 남편은 내가 인스타 하는 거 전혀 몰라"

그런데 A의 인스타 피드 내용은 항상 남편과 시시콜콜한 대화 내용까지 올렸는데 남편이 모른다고. 응?


하루는 또

"A , 그 책은 나도 읽고 싶었던 건데 그거 재밌어? 무슨 내용이야?"

"응? 나 그 책 모르겠는데. 그게 뭐지?"

피드에는 맘에 드는 페이지를 발췌한 사진까지 올리는 A였는데 그 책을 모른다니. 응?


또 다른 날은

"A , 피드 보면 친정 엄마 엄청 생각해. 효녀야 효녀"

"난 엄마한테 무뚝뚝한 딸이야. 먼저 전화도 잘 안 해. 너는 엄마랑 통화 자주해?"

피드에는 늘 뭐 먹을 때마다 친정 엄마 생각이 나고 키워주셔서 감사하고 엄마를 생각하면 눈물이 난다며 애틋해 죽겠는데 전화 한 통화 먼저 안 하는 무뚝뚝한 딸이라고. 응?


그렇다. 그녀는 SNS에서 그렇게 보이고 싶어 했던 거다. 실상은 그렇지 않은데 자꾸 피드에는 "그런 사람인 척, 이미 아는 척" 올리니 실제 만났을 때와 SNS에서의 모습은 괴리가 있었다. 뭔가 마음이 자꾸 찌뿌드드하고 불편했다. 보기 싫은 나머지 A의 피드만 안 보이게 감추는 기능을 썼다. 한편으로는 아예 언팔을 하고 싶기도 했지만 다 같이 친한 엄마들이 있으니 그 엄마만 언팔할 수 없는 노릇이었다. 눈에 안 보이니 세상 편하고 좋았다. 그러다 남편 발령에 따라 멀리 이사를 가게 됐고 한동안 잊고 살다가 다시 예전 동네로 이사를 오게 되면서 문제가 터졌다.


다시 A를 오랜만에 만났는데 무슨 얘기 끝에 '내 인스타 못 봤어? 내가 피드 다 올렸잖아. 거기 나오잖아' 하는데 순간 표정관리가 안됐다. 피드를 숨겨놓기 기능을 했으니 난 A의 근황을 몰랐다. 순간 얼버무렸지만 집에 와서 다시 그 기능을 풀기는 싫었다. 그즈음 나머지 친했던 2명 엄마가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갔고 그 이후 A와 나는 단 둘이 만난 적이 없다. 얼굴 보자며 말을 건네 왔지만 굳이 만나서 듣고 싶지 않은 이야기를 계속 들으며 시간 낭비하고 싶지 않았다.



그러다 며칠 전 A가 SNS에서 날 언팔한 것을 우연히 알게 됐다. 내가 본인 피드를 감춘 것을 알았나 싶기도 하고 당연히 피드를 감췄으니 그동안 좋아요 버튼은 안 눌렸을 테고 아마 내가 본인을 싫어한다 생각하고 거리를 둔 다는 것을 바보 아닌 이상 알았을 거다. 추측하건대 A는 내게 서운했을 테고 내가 너밖에 친구가 없냐 하며 삭제(언팔로우) 버튼을 눌렀을 거다. 그런데 불혹을 앞둔 나이에 언팔을 당해 약 오른 꼴이라니. 나도 유치하기 짝이 없지만 이게 현실인걸.


새로운 동네로 이사 후 육아 고민도 털어놓으며 서로에게 분명 힘이 돼준 시기가 있었다.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 서로에 대한 감정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앞뒤가 무언가 맞지 않는 언행과 피드를 보면서 나는 점점 A가 가식적이게 느껴졌고 옆에서 그걸 바라보는 게 버거웠다. 다른 사람 얘기는 귀 기울여 듣지 않고 본인 얘기만 계속 들어달라는 듯 쉴 새 없이 이야기하는 것에 한숨이 나왔다.


따지고 보면 A가 잘못한 것은 하나도 없다. SNS에 그렇게 올리는 것 또한 그 사람의 자유요 의지니. 내가 가타부타 말할게 못된다. 그렇기에 혼자 티 안 나게 조심조심 뒤로 내빼고 있었는데 A가 언팔을 했다는 걸 안 순간 몸이 얼어붙었다. 내 감정을 들킨 것 같아서. 남녀 사이에는 "이제 네가 싫어졌어. 우리 그만 헤어져" 할 수 있지만 동성 간에는 그런 말이 쉽던가.(하는 사람 있으면 팁 좀) 그냥 혼자 거리를 두는 수밖에.


마음은 놓으면 없어져 버린다고 했다. A가 날 먼저 언팔하며 놓아버렸으니 그 사람 마음에는 내가 없고 내 마음에도 이제 A가 없다. 먼저 언팔해줘서 내 마음의 짐을 덜어준 A에게 고맙기도 하다. 처음 만났을 때의 정겨웠던 기억만 남기고 이제는 A에 대한 내 마음도 놓아버린다. 이제 제법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는 계절이 되었다.


"여기까지가 끝인가 보오. 이제 나는 돌아서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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