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바난다 요가

(물구나무 자세, 까마귀 자세, 전갈 자세 등을 취하는 요가의 한 종류)

by 미아

요가를 시작했다. 나이가 들수록 기초대사량도 떨어지고 쉽게 피로해지며 몸 곳곳이 아팠다. 단지 내 피트니스 센터에서 러닝은 종종 했지만 40분의 러닝은 무용한 운동처럼 느껴졌다. 변화가 필요했다. 20대 중후반 핫요가를 나름 열심히 했고 둘째 낳고서는 굳은 몸을 풀기 위해 필라테스도 잠시 했었다. 요가와 필라테스 둘 다 좋았지만 개인적으로 명상도 함께 하는 요가에 더 마음이 갔다. 집과 운동하는 곳이 가까워야 가기 싫은 몸을 억지로라도 끌고 가는 법. 집 앞에 생긴 지 얼마 안 된 요가원을 찾아가 등록을 했다.


등록을 하고 나니 뼛속부터 요기니(yogini)였던 것처럼 의지가 활활 불타올랐다. 마침 지인과 약속이 있던 어느 날, 먼저 도착한 나는 슬렁슬렁 백화점 매장을 거닐고 있었다. 그런데 이게 웬일. 눈앞에 룰루레몬 매장이 떡 하니 있는 것이다. 운동복이 있는데도 괜히 새로운 옷을 사야 할 거 같은 마음이 일렁였다. 룰루레몬을 사서 입어본 적은 없지만 운동 복계의 샤넬이라는 말을 신문 기사나 친구를 통해 워낙 많이 들은지라 궁금하기도 했다. 결국 홀린 듯 매장에 들어가 몇 개의 맘에 드는 운동복을 골라 피팅을 해보았다. 왜 하필 그때 매장에 브루노마스 음악이 나오고 있었는지, 혼자 피팅룸에서 그루브를 타며 기분 좋게 운동복을 입어보고 미끄러지듯 결재를 하고 나왔다.


드디어 며칠 후 십 년 만에 요가를 다시 시작하는 날이었다. 산호빛 룰루레몬 얼라인 탱크톱을 입고 상콤한 기분으로 요가원에 입장했다. 커다란 사슴 같은 눈동자에 인자해 보이는 요가 선생님은 나를 더 편하게 해 주었다.


"요가 수련을 시작합니다. 나마스떼이"


싱잉 볼 소리와 함께 가부좌 자세를 하고 명상에 들어갔다. 잔잔한 요가 음악은 자연스럽게 내 어깨를 내려가게 하고 허리를 펴지게 해 주었다. 5분 정도의 명상이 끝나고 스트레칭 위주로 시작한 요가는 굳어 있던 내 몸속 근육들에 기분 좋은 통증을 주고 있었다. 몇 년 동안 거기에 있는지도 몰랐던 근육들은 호흡과 함께 팽팽하게 당겨지기도 하고 풀어지기도 했다. 그렇게 한 30여분이 지났을까.


"자 이제 물구나무를 서보겠습니다. 모두 벽 쪽으로 가주세요"


'오늘 나는 첫날이니까. 다른 자세를 취하고 있으면 될 거야' 속으로 생각하며 선생님을 힐끗 쳐다보았다.


"현주님, 오늘 하시는 거 보니까 물구나무 충분히 설 수 있는 몸 상태세요. 벽 쪽으로 가주세요"


"아.. 선생님. 저 물구나무를 평생 한 번도 서본 적이 없어요. 다른 자세하고 있으면 안 될까요?"


"아뇨. 할 수 있어요. 벽 쪽으로 가서 따라 해 주세요"


스파르타였다. 인자해 보이는 첫인상은 온데간데없었다. 무서운 나머지 아기새 같은 동정의 눈빛을 마구 발사했는데 돌아오는 건 매서운 어미새의 눈이었다. '어쩔 수 없지. 될 대로 돼라. 설마 완벽한 물구나무를 서라 하겠어?' 반신반의하며 벽 쪽으로 갔다. 깍지를 낀 상태로 양팔을 살짝 벌려 정수리를 감싸고 허리를 하늘로 추켜올리고 뒤꿈치를 들으라 했다. 선생님은 처음이니까 한쪽 다리를 잡아준다고 하였다.


"현주님, 자, 두 발을 앞으로 더 가져오세요. 그리고 왼발을 하늘 높이 뻥 차세요. 뻥!! 뻥!!"


이 순간이 뻥이길 바랬다. 물구나무라니, 고등학교 때 뜀틀 넘는 것도 무서워서 한 번도 뜀틀을 제대로 넘은 적도 없는 내가.


"선생님 못하겠어요. 저 안 할래요. 이거 하다가 목 꺾이면 어떡해요! 너무 무서워요"

"아뇨, 할 수 있어요. 제가 한쪽 다리를 잡아줄 테니까 다리를 뻥 차서 올라와 보세요! 자 해보세요! 뻥!!"


휘익 바람을 가르는 작은 소리와 함께 내 다리는 천장을 향해 올라갔고 나머지 다리도 자연스럽게 따라 올라와 물구나무 포즈가 완성되었다. 앞에 있는 전신 거울을 통해 보이는 내 모습은 황홀경 그 자체였다. 내가 이효리처럼 이렇게 물구나무를 서다니! 땀방울이 이마를 타고 바닥에 뚝뚝 떨어졌다. 그 순간도 잠시


"선생님, 저 어떻게 내려가요. 으악 힘이 빠져요!!"


아악 비명소리와 함께 다리를 간신히 착지시켰다. 숨이 제대로 안 쉬어졌다. 요가가 아니라 고강도 인터벌 트레이닝을 한 거 같았다. '내가 생각한 요가는 이게 아닌데, 첫날부터 무슨 물구나무 자세야' 아기 자세를 취하며 안정을 찾으려 하는데 선생님이 내 뒤통수에 대고 소리쳤다.



"자 여러분, 이제 까마귀 자세 갈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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