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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성 Jul 22. 2024

쉬어도 된다고 말해주세요

소설을 쓰고 싶다는 꿈이 있다.

단편이든 장편이든,

밤마다 망상으로 스트레스를 푸는 나이기에 그 망상의 세계를 잘 다듬어 사람들 앞에 내어놓고 싶다.


그런데 또 같잖은 완벽주의 성향이 있어 문단 하나를 쓰는 데 서너시간이 걸리고

그 조차 마음에 들지 않아 다음 날이 되면 다듬고 다다음날이 되면 또 다듬다가 다다다음날 삭제해버리곤 한다. 한마디로 글솜씨가 없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이제 인정해야 한다.

이 나이에 작가가 되지 못한 건 한 가지 이유 때문이다.


부족한 필력, 딱 그거.


사실 이런 일기 같은 글을 써서 올리는 건

그럼에도 꿈을 놓지 못해서다.

일기를 쓰는 건 그리 어렵지 않으니까,

일기라도 읽어주는 사람이 하루 한두명은 있으니까.


그래서 글 쓰는 시간을 쉰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쉬어도 되겠지.

뚜렷한 목표의식 없이,

언제 소설가가 되어야지 하는 굳건한 결심 없이

그냥 가볍게 써도 되겠지.


좋은 대학에 입학하기 위해 열심히 공부했고,

좋은 회사에 입사하기 위해 쉬지 않고 달렸고,

퇴사 후 육아에 몰두하며 또 행복한 지옥같은 시기를,

다시 일을 하기 위해 또 다시 공부를,

재취업 후엔 육아와 일을 병행하며 정말 온전한 휴식이라고는 없이 지내왔다.

지금도 물론 그렇다.


아침에 눈을 뜨면 회사로 가고 퇴근하면 집으로 출근한다. 물론 일은 즐겁고 성취감을 안겨주고 육아는 행복하다. 하지만 고되다. 여기에 체력을 지키기 위해 운동까지 더하니 일주일 스케줄이 정말 꽉 찬다.

그나마 최근 인간관계를 다수 정리하며

조금 여유가 생기긴 했지만......

장시간 몰두하여 글을 쓰고 다듬고 소설을 완성시킬 힘은 없다. 쥐어짜내면 되겠지만 행복하지 않을 것 같다.


그러니 쉬어도 되겠지.

쉰다는 마음으로 글을 써도 괜찮겠지.

가족들과 충분한 시간을 보내고 일도 하고 맛있는 음식도 찾아 먹고 좋은 풍경들도 보러 다니고

그러다가 틈이 나면 끄적끄적 딱 머리가 맑아질 정도로만 글을 써도 괜찮겠지?


결연한 의지만 버려도 행복감이 증폭된다.

실상은 포기지만 선택이라 포장해본다.

억대 작가가 되어

대저택 작업실에서 창밖 호수를 보며 글을 쓰는

허황된 로망은 마음에서 지운다.


소소한 일상에서

차를 마시듯 맛있는 음식을 먹듯 재미난 소설을 읽듯

가볍게 글을 써서 내어본다.


누군가에게 맛있게 읽혀지기를 바라는 과시욕도 내려놓는다.


목표는 행복이다.

더 바라지 않으려 노력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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