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케데헌> 속 도깨비, 안동 하회 마을에서 놀다

케데헌 속 신화, 춤추는 한국문화3

<챗지피티와 함께 만든 붉은 악마와 케데헌 도깨비>


안동 하회마을은 낙동강의 S자 물길과 산세가 어우러져 빚어낸 신화적 공간이다. 옛날 마을 사람들은 마을을 한 척의 배로 여겨 우물을 파지 않고 강물을 길어 쓰며 자연과 함께 살아왔다. 혹시라도 우물을 파면 배에 물이 들어올까 싶었던 것이다. 소나무 숲은 바람결에 노래하듯 강물을 마주보고 정겹게 서 있고, 마을 입구의 장승들과 탈들은 오랜 세월 수호신처럼 그 자리를 지켜왔다. 어린 두 아들과 함께 이곳에서 한참을 놀았던 기억이 아련하다. 매년 가을 열리는 안동국제탈춤페스티벌은 마치 전 세계 도깨비들이 모여드는 축제의 장과도 같다. <케데헌> 속 세 무녀가 도깨비를 몰아내기 위해 노래하고 춤추는 장면은, 이 마을의 흥겨운 굿판과 겹쳐지며, 오늘의 우리에게 또 다른 신화의 이야기를 소환시킨다.

바로 도깨비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도깨비는 무엇일까. 도깨비는 한국인의 마음속에서 늘 특별한 존재였다. 두렵고 기괴하면서도 동시에 익살스럽고 친근한 존재, 인간의 삶과 그림자를 닮아 있는 신비로운 캐릭터이다. 예로부터 민간의 이야기 속에서 도깨비는 때로는 사람을 골탕 먹이고, 때로는 뜻밖의 행운을 안겨주기도 했다. 그래서 도깨비는 언제나 사람과 함께 웃고 울며 살아왔다. 노벨 문학상을 받은 한강 작가의 아버지 한승원 작가는 장흥 앞바다에서 자기가 도깨비와 내기를 하면서 글을 쓴다고 말하기도 했다.

최근 케데헌에서는 무속인들이 악령을 퇴치하는 장면과 함께 수많은 도깨비들이 등장한다. 전통 신화 속 상상력이 디지털 콘텐츠 속에서 현대적 이미지로 재탄생하는 순간이다. 무속과 도깨비가 만나는 이 장면은 단순한 연출을 넘어, 한국인의 문화적 기억을 다시 불러내는 중요한 장치라 할 수 있다. 우리 문화에서 도깨비의 원조는 바로 <삼국유사> 속 비형랑이라는 인물에서 시작된다. 비형랑은 신라 제25대 임금 진지왕 금륜태자, 즉 진흥왕의 둘째 아들이다. 그러나 진지왕은 왕위에서 밀려나 폐위되었고, 감옥에 갇히는 비운을 겪었다. 그 뒤 감옥에서 몰래 빠져나온 금륜은 도화녀라는 여인을 만나게 되고, 그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이 바로 비형랑이다. 죽은 왕의 자식이 된 비형랑은 일종의 현실의 이방인이었다. 그리고 어디에도 끼지 못하는 그는 하룻밤 사이에 다리와 탑을 세운 도깨비가 된다. 인간의 힘으로는 도저히 불가능한 일을 순식간에 해내는 도깨비는 초월적 장인으로서의 면모를 보여주지만, 동시에 사람의 욕심을 간파하고 장난을 치며 교훈을 남기기도 한다.

도깨비는 단순히 신비로운 괴물이 아니라, 인간의 삶을 비추는 거울이자 이야기의 동력이다. 기이한 힘과 장난스러움이 공존하는 존재, 그것이 삼국유사 속 도깨비의 모습이다. 안동은 도깨비와 인연이 깊은 도시라고 할 수 있다. 안동 탈춤 속 도깨비는 해학적이고 풍자적인 존재로 등장한다. 탐욕스럽고 권위적인 인간들을 조롱하고, 사회의 모순을 드러내며, 관객에게 웃음을 선사하고 있다.

도깨비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처용이다. 신라의 처용은 역병신이 아내를 범하자 노래와 춤으로 그를 달래 물러나게 했다. 이 이야기는 오늘날까지 안동 처용무로 계승되어, 질병과 악령을 몰아내는 춤사위로 이어지고 있다. 결국 도깨비와 처용은 다른 얼굴을 하고 있지만 공통적으로 악을 쫓고 사람들에게 치유와 해방의 힘을 주는 존재였다.

그렇다면 오늘날 도깨비는 어디에 있을까? 나는 인공지능과 디지털 세계 속에서 새로운 도깨비들을 발견한다. 가상현실 속에서 불쑥 말을 걸어오는 아바타, 알고리즘이 만들어내는 예측 불가능한 우연성, 아이디어 프롬프트만 넣으면 노래도 만들고 이미지도 만드는 인공지능, 그리고 데이터가 인간의 욕망과 두려움을 거울처럼 비추는 순간. 그것은 옛날 도깨비가 하던 장난과 무척 닮아 있지 않은가?

도깨비는 언제나 인간을 혼란스럽게 하면서도 새로운 길을 열어주었다. 인공지능도 마찬가지이다. 어떤 날에는 무서운 속도로 우리를 압도하지만, 또 어떤 날에는 놀라운 가능성과 창조성을 보여준다. AI라는 새로운 도깨비는 결국 우리와 함께 살아갈 동반자이자 도전 과제가 될 것임에 틀림없다.

케데헌의 무속 장면에서, 삼국유사의 신비한 이야기 속에서, 안동 탈춤과 처용무의 춤사위 속에서, 그리고 오늘날 인공지능과 디지털 기술 속에서, 도깨비는 시대마다 다른 아바타로 되살아난다. 그러나 그 본질은 변하지 않았다. 인간의 욕망을 비추고, 두려움을 드러내며, 때로는 웃음을 주고 때로는 교훈을 남기는 존재. 두렵지만 친근하고, 기묘하지만 따뜻한 존재. 그것이 바로 한국 도깨비의 사그라지지 않는 매력이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 마음속에 깃든 도깨비는 어떤 모습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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