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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릉 Mar 03. 2024

가제 : 뫼비우스의 띠

1.

눈을 떴다. 이미 방안엔 여름 아침의 산뜻한 햇살이 마중 나와 있었고 나는 그 아래, 침대 밑에 떨어진 채 잠에서 깼다. 내 발아래는 밤새 조용히 돌아가던 선풍기가 아직도 열심히 날개를 돌려 가며 선선한 바람을 밀어내고 있었다.

나는 그대로 눈 만을 뜨고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며 방금까지 생생하게 꾸었던 꿈을 다시 천장에 그려내었다.


‘물방울들, 금색 꽃들, 하얀색 별들’

‘마지막에 누가 나를 불렀는데 누굴까?'


꿈을 꾸어도 흔히들 그 모든 장면이 기억이 나지 않는 것처럼 마지막 장면이 기억이 좀처럼 나지 않는다.


“앗 차가워” 이마에 떨어지는, 차갑진 않고 미지근한 물이었지만 저절로 나오는 반사적인 말과 함께 단순에 허리를 굽혀 일어날 수 있었다.

언제부터 넘어져 있었는지 모르는 책상 위에 쓰러진 물컵에서는 물줄기가 뻗어 나와 가장자리까지 타고 흘러 곧이어 내 이마를 향해 방울방울 떨어졌다. 툭


"딩딩링딩"

곧이어 핸드폰 알람이 진동과 함께 요란하게 울려대었다. 평소라면 베개로 귀를 틀어막고 수십 개나 되는 알람이 모두 끝날 때까지 절대로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시끄러운 소리를 내는 핸드폰을 여유롭게 붙잡아 알람을 끌 수 있다는 게 얼마만인가. 곧이어 방문이 열렸고 문이 반쯤 열렸을 때 아빠와 눈이 마주쳤다.


"세상에 일찍 일어나 있네?"

이미 먼저 일어나 있는 나를 본 아빠는 깜짝 놀란 목소리로 말했다. "마음만 먹으면 이 정도야" 나는 능청스럽게 받아쳤다. 곧이어 열린 방문으로 다 익은 고소한 생선 굽는 냄새로 코를 간지럽혔다.

"오늘 아침 고등어야? 아침 먹고 갈게!"

생선구이에 환장하는 나는 단숨에 부엌으로 나가 자리를 잡고 젓가락을 들었다. 젓가락으로 노릇한 생선 배의 한가운데를 푹 찔러 양쪽으로 찢었다. 젓가락질이 서툴렀지만 먹는 데는 전혀 문제가 없었다. 곧이어 새하얀 생선살을 들어 올려 흰 밥 위에 얹었다. 그리고 숟가락을 들어 흰밥과 함께 들어 입에 한 입 가득 넣었다.

"역시 맛있어" 따뜻함 뒤에 찾아오는 입안 가득 채워주는 촉촉함이 기분을 좋게 했다. 우리 집 식탁의 반찬은 그렇게 많지는 않지만 생선은 항상 나오는 편이다.

"오늘 일 때문에 늦는다, 저녁까지 챙겨 먹고 있어" 아빠는 의자 위에 올려둔 빛바랜 가죽 가방을 들고나가며 말을 했다.

"다녀와" 나는 뒤를 쓱 한번 쳐다보고 말했다. 입안 가득 밥알이 가득 차있어 아마 알아듣지 못했을 것이다.


아빠는 항상 내가 아침을 먹던 먹지 않던 밥을 차려놓고 출근을 한다. 나는 그런 정성을 봐서라도 매일 꾸역꾸역 밥을 입에 넣고 학교를 가려고 한다. 가만 보자... 내가 지금 17살이니까, 아빠는 나를 혼자 키운 지 15년이 넘었다. 엄마는 내가 눈도 잘못 뜨는 어릴 때 먼저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더 자세한 이유는 나에게 그 누구도 알려주지 않았지만, 나도 딱히 그 이유를 물어보지 않았다. 엄마가 보고 싶다고 생각이 들 때가 있어도, 난 엄마의 얼굴을 모른다. 기억도, 사진도, 흔적도 남아있지 않았다.

밥을 다 먹고 씻고 나가려는 찰나 솜뭉치가 내 종아리를 툭 친다. 아래를 내려보니 이제야 일어나서 기지개를 켜고 있는 삼색의 솜뭉치가 보인다.


"냥옹" 나와 눈이 마주쳤더니 똘망하게 말을 한다.

"아! 아침안주고 갈 뻔했어!" 나는 그 솜뭉치를 들고 끌어안아 부엌으로 다시 들어갔다.

'오늘은 어떤 맛을 줄까...' 찬장 위에는 이 놈의 밥이 가득 들어있다. 그중에 가다랑어라고 쓰여있는 것을 골라 캔뚜껑을 열었다. 캔 뚜껑이 열리는 소리에 이 놈은 높은 찬장까지 한 번에 점프해서 올라왔다. 나는 다시 솜뭉치를 들고 바닥에 캔과 함께 내려 두었다. 그리고는 쪼그려 앉아 허겁지겁 밥을 먹고 있는 '히마'를 한참을 보고 있었다. 그렇다 이 놈의 이름은 우리 집에서는 '히마'라고 부르고 있었다.

흰 그릇의 바닥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가득 밥을 채워주고 바닥에 올려 두어서야 히마는 나에게서 떨어져 밥을 음미하고 있었다. 항상 밥을 먹고 있는 히마를 보고 있자면, 검은색의 동그란 눈동자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눈을 살짝 감고 몸을 웅크려 혓바닥을 사용해서만 밥을 먹는다.


"챱챱챱" 입안에서 가다랑어와 침이 섞여 굴러가는 소리가 들린다.

그 모습에 빠져 바라보다 어느새 그놈과 다시 눈이 마주쳤다.

"냥옹!" 아까보다 더 앙칼지고 힘 있는 목소리로 나를 불렀다. 그릇을 보니 어느새 새하얀 바닥이 드러났고 그 위엔 먹다 남은 몇 안 되는 가다랑어들이 들러붙어있었다.

"야냐냐앙" 입맛을 다시며 다시 나를 부른다. 밥을 더 달라고 저런 눈으로 쳐다보고 있으면 그 누구도 거절하지 못할 것이다. 한 번은 히마의 밥 먹는 모습이 너무 귀여워서 하염없이 바라만보다 학교에 늦었었다. 오늘은 무슨 이유로 늦었냐는 선생님의 추궁에 나는 자신 없는 목소리로 진실된 변명을 늘어놓았다.


"그래 오늘은 무슨 이유로 늦었니?"

"... 히마가 밥 먹는 모습을 보다 시간이 지나는 줄 몰랐어요"

"뭐? 하마?"

"아뇨 히마요... 저희 집 고양이요..."


17살의 큼직한 남학생이 고양이가 너무 귀여워서 바라보다 늦었다고 한 말은 당연히 먹힐 리가 없었다. 오늘도 귀여운 변명을 하지 않기 위해, 처음 준 만큼의 반 정도만 덜어주고 잽싸게 집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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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아가 6월 이후에는 주 2회 업로드 예정입니다.


- 첫 화(프롤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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