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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릉 Mar 03. 2024

가제 : 뫼비우스의 띠

Prologue

유난하게 더웠고 아플 만큼 따가웠던, 뜨거운 공기가 가득했던 여름이 지나서야, 그제야 메말랐던 폐 깊숙한 구석까지 시원한 공기를 한 움큼 넣을 수 있었다. 입천장부터 시작해서 목젖을 타고 서서히 내려오는 차가운 덩어리는 양갈래로 갈라지고 곧이어 수만 갈래로 갈라져 들어갔다 나왔다를 반복했다. 기분 좋은 호흡을 즐길 때쯤 주위의 무언가가 나의 시선을 이끌었다.

시선이 닿는 곳엔 달빛을 받아 아름답게 반짝이는 물이 너도나도 엉켜 항상 그렇듯 한 방향으로 흐르고 있었으며, 고개를 돌린 곳엔 산책로를 따라 적갈색의 금송화가 피어 있었다. 가로등 불빛 없는 깜깜한 밤이었지만, 산책로는 달빛을 머금은 금송화와 아름답게 반짝이는 물결로 너무나도 눈이 부시고 있었다.

눈이 부셔 고개를 들어 하늘을 올려다보니, 찰나의 순간에 검은 눈동자엔 수많은 보석들이 날아들어와 박혔으며 눈이 시릴 만큼 아파왔다.


눈앞에 펼쳐진, 너무나도 아름다운 모습에 넋이 나간 정신을 바로 차리고 다시 주위를 둘러보았다.


'집 앞에 이런 곳이 있었나..?'

'대체 난 여기에 왜 있지..?'


끝없는 질문들이 머릿속에서 쏟아졌지만 곧이 내 사라질 수 있었다.


손가락 사이로 따뜻하게 흐르며 빠져나갔던 공기들은 점점 내 손등을 따갑게 찢으며 흘렀고, 나의 호흡거리에 맞춰 입김이 나왔다. 무성하게 푸르렀던 나무들의 가지는 어느 하나 남질 않았고, 잔잔하게 흐르던 물든 단단하게 얼어붙어있었다.


'추워... 왜?' 나는 연속되지 않은 어색한 시간의 흐름이 낯설었다.

다시 올려다본 밤하늘엔 알 수 없는 빛들이 발산하며 그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하지만 어느새 한기로 얼어붙었던 몸이 녹아 온기가 돌았고, 찬란하게 일렁이던 빛은 사라지고 없었다.

도저히 설명할 수 없는 현상에 나는 깊은 큰 숨을 들이마셨다. 이번엔 무겁고 습한 공기가 숨을 턱 막히게 했다.

나는 다시 크게 숨을 들이마셨다. 아니다, 무겁고 습한 공기가 아니라 처음에 마셨던 기분 좋은 공기가 느껴진다. 물에 비친 거꾸로 된 세상의 하늘에선 무수한 별들이 그대로 물속으로 쏟아지고 있었다. 쏟아지는 별들을 담은 물은 단 하나의 파동도 형성되지 않았으며, 그것들은 제자리에서 가만히 새로운 세상들을 비추고 있었다. 마치 거대한 유리처럼.

평화로움도 잠시 시간이 멈춘듯한 물의 표면에는 깨진 듯 금이 가기 시작했고 순식간에 모든 표면이 깨지듯 갈라졌다. 깨진 물의 조각들은 그대로 밤하늘을 향해 솟구쳐 빠르게 올라갔고, 아래서 그 광경을 보고 있던 나는 뭐에 홀린 듯 서서히 걸음을 옮겼다. 한발 한발 땅에 지지했던 발을 떼었고 다시 내디딘 발은 자연스럽게 떠다니던 물의 조각을 딛게 되었다. 그렇게 나의 걸음은 그것들에 의해 아득하고 아스라한 곳으로 향하고 있었다.


"...." 멀리서 웅얼거리는 목소리가 들린다.

"...." ".... 제발" 귓바퀴를 타고 돌던 소리들이 조금씩 들린다.

"가지마 제발...!" 또렷하게 들린 익숙한 목소리에 나는 뒤를 돌아보았다.

동시에 나는 균형을 잃고 쓰러졌으며, 쓰러지지 않으려 발버둥 쳤지만 그 어떤 것도 나를 감싸주지 못했다.

떨어진다. 물방울들과 함께 떨어진다.


나의 몸이 지면과 닿는 동시에 나의 눈은 번뜩 떠졌다.



안녕하세요.

바쁜 현생에 치여 살며 드디어  머릿속으로 구상만 해 두었던 소설이 어느정도 완성이 되었습니다. 아직 인생에 있어 커다란 이벤트가 남았기에, 업로드 일정은 일정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올해 12월까지 업로드 완료 예정이며 나아가 서점에서 더 완벽한 작품으로 만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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