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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내가 이 길을 어떻게 알게 되었냐고?
한 번은 비가 많이 끊임없이 내리던 기록적인 장마철에 히마가 집을 나와 며칠 동안 들어오지 않았는데 온 동네를 뒤져도 도무지 찾을 수가 없었다.
'고양이는 죽을 때 아무도 찾을 수 없는 곳에 몸을 숨겨서 마지막을 맞이한대.'
인터넷에서 누군가 했던 말이 머릿속을 스쳐 가며, 히마가 아무도 찾지 않은 곳에 혼자 들어가 불쌍하게 죽어 있는 모습이 눈앞에 그려졌다. 그리고 터져 나오는 눈물을 두 손으로 막을 수 없었다. 그렇게 더 이상 찾는 걸 포기하며 3일 동안 잠을 자지 못한 피로가 나를 침대 위로 짓눌렀다.
"냥옹"
적막했던 방 안으로 또렷하게 히마의 울음소리가 울렸다. 눈을 번쩍 뜨고 뜨고 자리에서 잽싸게 일어나 거실로 달려갔다. 혹시 집에 들어왔을까 집안을 모두 찾아봤지만 아무것도 없었다.
"냥옹"
하지만 그 목소리는 다시 또렷하게 집 밖에서 들려왔다.
장마철이라 지금도 밖에는 비가 내리고 있었지만, 그건 지금 나에게 있어 신경 쓸 문제가 아니었다. 습한 공기를 넣었다가 뱉으며 미지근한 물방울을 온몸으로 뚫고 울음소리가 들려온 곳을 한참을 달려갔다. 한참을 달려 더 이상 길이 이어져 있지 않는 곳까지 왔을 때 다시 고개를 돌려 주변을 살폈다. 주변은 큰 나무들과 풀들이 무성하게 엉켜 떨어지는 빗방울들을 춤을 추며 받아낼 뿐이었다.
"냥옹"
하지만 다시 더 또렷하게 들려오는 히마의 울음소리가 발 밑에서 들려왔다. 울음소리가 난 방향의 수풀을 헤쳐 들어가 보니 그 아래 움푹 들어간 큰 도로가 있었다. 일주일 내내 내린 비 덕분에 빗물로 가득 채운 물줄기가 빠르게 길을 따라 흐르고 있었다. 그리고 그 반대편 길 끝에는 빗물 때문에 이도저도 못하고 있는 히마가 작은 몸을 웅크리고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나는 단 하나의 망설임 없이 그 물속에 뛰어들었고 온 힘을 다해 히마를 데리고 나왔다. 그 작은 덩어리는 어찌나 뜨거웠던지, 히마를 끌어안았던 양팔이 한동안 식을 줄 몰랐다. 그날 이후 감기 몸살로 지독하게 앓아누워 있어야 했다. 한동안 나와 히마는 병원생활을 지내고 나서야 다시 정상적인 생활로 돌아올 수 있었다.
그렇게 한바탕 소동이 있고 그제야 히마를 찾았던 그날을 떠올릴 여유가 생겼다.
'근데 히마의 울음소리가 어떻게 내 방까지 들렸지?'
나는 분명 히마의 소리를 따라 한참을 달렸다. 나는 다시 침대에서 일어나 어제 갔던 길을 다시 돌아가봤다. 똑같은 장소에서 풀숲을 헤쳐 들어가 보니 그곳엔 조금 오래된 철도길이 있었다. 그땐 빗물로 가득 차있어 이곳이 어떤 곳인지 가늠이 되지 않았지만 지금 보니 길 끝까지 철도가 이어져 있었고 곧 부서실 것처럼 녹이 슬었다. 이곳은 꽤나 오랫동안 사람이 발길이 끊겼던 것 같다.
나는 한쪽 방향을 정해서 그 길을 따라갔다. 계속해서 걸어갔다. 한참을 가니 울창하게 자라났던 수풀들과 나무들이 사라지고 그 옆으로 마을 아래 모습이 펼쳐졌다. 높지 않은 산중턱이라 마을 끝까지는 보이지 않았지만 적어도 학교까지의 거리는 모두 보였다. 그리고 곧이어 낡은 플랫폼이 보였다.
역 이름이 쓰인 간판은 전부 녹이 슬어 쓰인 글자는 알아보기 힘들었다. 역 구석구석까지 녹색의 식물들이 자라나 그곳을 덮어버렸고, 나는 그 주위를 둘러보며 길을 따라 나왔다. 지금은 힘없는 개찰구를 밀고 플랫폼을 빠져나오니 탁 트인 장소가 보였고 시선 끝에는 예쁘게 잘 꾸며진 계단들이 보였다. 계단 양 옆으로는 돌로 다듬어서 만든 꽃 모양의 장식들이 계단 아래 끝까지 서 있었는데, 지금은 그 모양이 조금은 닳아 있어 정확히 무슨 형체인지는 한눈에 알지 못했지만, 아마도 식물이나 꽃을 만든 것 같다.
오래된 계단을 따라 내려갔다. 작은 바람이 계단을 따라 같이 내려왔다. 목덜미를 따라 흐르던 땀은 그 시원한 공기를 머금고 내 등을 따라 내려오며 식혀주었다.
계단 끝에는 더 이상 길은 이어져 있지 않았고 발목까지 자란 잔디와 그 위를 여유롭게 날아다니고 있는 나비들과 벌레들 뿐이었다. 잔디를 밟고 앞으로 걸어갔다. 기분 좋은 푹신한 느낌이 발바닥을 타고 머리끝까지 전해졌다. 나비들은 생전 처음 보는 생명체를 궁금해하던지, 나의 주위를 계속 맴돌며 날갯짓을 해주었다. 얼마가지 못해 진입금지라는 오래된 나무 표지판이 힘없이 양쪽의 나무 기둥에 묶여 있었고, 나는 쉽게 그걸 넘어 지나갈 수 있었다.
그리고 내 귓가로 익숙한 일상의 소리가 들려왔다. 자동차 소리, 상가의 소음, 사람들의 대화 소리, 그리고 뒤를 돌아서 그 장소를 눈에 담았다. 알고 보니 이곳은 학교 뒷문과 정말 가깝게 연결되어 있었다.
그리고 아직까지 아무에게 나의 비밀 장소를 말하지 않았다. 이곳은 아직까지는 나만 알고 싶은 장소이다.
툭, 누가 가볍게 내 어깨를 쳤다.
매주 주말 업로드 목표를 하고 있습니다.
나아가 6월 이후에는 주 2회 업로드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