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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릉 Apr 15. 2024

가제 : 뫼비우스의 띠

6

"어? 너는?" 나보다 조금 언덕 위에 있는 그 아이를 올려다 보고 나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내 기척을 느꼈는지 그 아이도 몸을 돌려 나를 바라보았다.

"아!" 그 아이의 붉은 입술 사이로 짧은 탄식이 터져 나왔다. 그리고 두 눈이 커다랗게 바뀌어 나를 내려다보았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내겐 지금의 시간이 멈추었다. 흐르던 물소리도, 따뜻한 햇살도, 흔들리던 금잔화도 모든 것이 멈추어 나의 감각을 자극할 수 없었다.

"너 여기는 어떻게 왔어?" 아이의 한마디에 다시 나의 감각은 원래 자리로 돌아왔다.

"... 그게..."

"너 내 짝꿍 맞지? 여긴 어떻게 왔냐니깐?" 아이의 다소 거친 말투에 나는 완전히 주눅이 들었다. 아이는 내게 성큼성큼 다가와 다시 물었다.

"여기는 어떻게 왔냐니깐?"

"아니 그게... 원래는 집으로 가려했는데 캔이 여기로 굴러들어 와서..." 나는 아이의 추궁에 마치 잘못한 사람처럼 변명을 늘어두었다.

"어..." "아니 근데 내가 여기 온 게 잘못된 거야?!" 나는 손에 든 봉투를 꽉 쥐며 힘 있게 말했다.

"응 당연히 잘못되었지! 여긴..."

"여긴?"

"여긴... 절대로 누가..." 아이는 무엇을 말하려다 뒷말을 흐렸다. 그리고는 조금 물러나 혼자 중얼거렸다. 입술을 살짝 깨물고 조금의 인상을 쓰고 있는 그 아이의 얼굴에서 시선을 뗄 수가 없었다.

"나는 저기 입구로 들어왔어" 나는 지금의 불편한 침묵을 깨고자, 봉투를 든 손을 올려 들어온 터널 방향을 가리킨 뒤 말했다.

"세상에 저기로 들어왔다고?"

"응"

아이는 무언가 곤란스럽다는 듯 온몸으로 그 기운을 뿜어내고 있었다.

"그런데 너는 여기에 사는 거야?" 나는 또다시 그런 침묵을 깨려 말을 했다.

"응 우리 집은 여기서 조금만 더 올라가면 돼. 너는 이 근처에 살 리가 없을 테고... 도대체 여기에 어떻게 온 거냐니깐?!"

"방금 말했잖아 저기, 저기로 들어왔어!" 나는 조금 짜증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는 것을 깨닫고 여자아이의 눈치를 봤다. 여자아이는 아랑곳하지 않고 다시 내가 가리킨 터널을 물끄러미 바라만 보고 있었다.

"하윤슬..." 나는 그 아이의 왼쪽 가슴에 새겨진 명찰을 읽었다.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낯선 아이의 목소리에 윤슬은 몸을 돌려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한별이야. 윤한별."

"윤.. 한별..." 아이는 들릴 듯 말 듯 나의 아름을 소리 내어 말했다.

"안녕 나는 하윤슬이야. 오늘 학교에서 내 짝꿍 맞지?"

"응 맞아 아까 인사는 잘 못했지만..." 나는 그 아이의 물음에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나를 바라보던 그 눈망울을 잊을 수 없었는 걸.

"너를 만난 건 처음이라, 잘 부탁해!" 윤슬은 살짝 눈웃음을 보이며 내게 손을 내밀었다. 한 껏 나를 경계를 하던 그 아이의 풀어진 얼굴을 보니 나의 가슴은 뛰었다.

"나야 말로 잘.."

"잠깐만! 너 턱에서 피나는데 어디 보자" 윤슬의 내민 손을 잡을 찰나, 아이는 상처가 난 난의 얼굴로 손을 올려 가져왔다. 작고 따듯한 손이 나의 볼을 타고 내려와 상처 근처로 자리하였다. 그리고 그 손끝에 조금 힘이 들어가는 느끼는 동시에 나의 시야의 절반은 연한 파란색의 하늘이 담겼다.


곧이어 달짝지근한 향기가 코를 타고 들어왔다.

윤슬은 나의 다친 상처를 살피기 위해 나에게 가까이 왔다.

그리고 더욱 자세히 살피는지 아이의 얼굴이 내게 바짝 붙었다.

내가 내뱉는 숨이 아이를 불쾌하게 할까, 숨을 꾹 참았다.

코를 타고 들어온 기분 좋은 향기는 이내 나의 뇌까지 가득 채웠고, 이것들은 이내 나의 발끝까지 타고 내려와 모든 신경 감각들을 집어삼켰다.


"꿀꺽" 마른침 삼키는 소리가 어찌나 크던지 아이에게 까지 들릴까 봐 조마조마했다.

아이의 손끝에 기대 이리저리 움직이던 나의 머리는 곧이어 제자리를 찾아가는 동시에 나의 마비된 신경 감각들도 이에 맞춰 돌아왔다.

"으앗..!" 감각이 돌아온 탓일까, 턱에서 올라오는 쓰라림을 못 참고 내 비명이 터져 나왔다.

"학교에서부터 말썽을 피우는 것 같더라니, 여긴 어쩌다 이렇게 된 거니?"

"넘어졌어, 여기 오다가..."

"그냥 걸어오다 넘어져?"

"그냥 걸었는데..." 나는 차마 말을 덧붙일 수 없었다. 지금은 또렷하게 너의 오른쪽 가슴 위에 붙어 있는 이름표를 생각해 내느라 그랬다는 말을.


"크쾅!" 어깨 뒤로 굉장한 소리와 함께 발바닥 아래로 진동이 느껴졌다.

나는 소리에 놀라 재빠르게 허리를 낮춰 뒤를 돌아보았다.

눈앞에는 거다란 흙먼지가 날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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