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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릉 Mar 31. 2024

가제 : 뫼비우스의 띠

5

"아파" 미쳐 완벽하게 두 손으로 바닥을 짚지 못하고 착지했다. 나는 양손으로 바닥을 밀고 바지에 잔뜩 뭍은 흙을 털고 일어났다. 그리고 턱 아래가 심하게 쓰라렸다. 손을 털고 쓰라린 턱을 조심스럽게 만졌다.

"으악..!" 참지 못한 고통은 나의 입을 저절로 열게 만들었다.

손등에는 턱에 생긴 상처 위로 붉게 새어 나온 피가 모래와 섞여 묻어 나왔다.

쓰라린 고통을 참고 반대편 손등으로 턱을 조심히 닦고 바닥에 굴러다니고 있는 캔을 살폈다.


무엇에 그렇게 몰두를 하고 있었을까, 

이미 집은 한참 지나온 것 같다. 다시 돌아가기로 마음먹고 뒤를 돌려는 찰나, 조금 멀리 터널이 보였다. 터널 안은 캄캄하여 마치 큰 거북이가 입을 벌려 기찻길을 삼키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나는 시계를 보았다.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아있었다.


"처음 보는 곳인데... 잠깐만 다녀와보자" 볼 위로 타고 흐르는 땀이 턱 끝까지 내려와 상처 위로 흘렀다. 턱을 타고 흐르는 땀방울은 교복 셔츠를 적셔 선홍색으로 물들였다.  

나는 쓰라림을 참으며 그곳으로 걸어갔다. 그곳까지 가는 길은 분위기가 한껏 달랐다. 관리되지 않은 나무들이 무성하게 자라있었고, 나무 아래 기찻길에는 햇빛이 거의 들어오지 못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터널 입구까지 왔다. 생각보다 입구의 크기는 컸으며 그 안을 바라보니 반대편 입구가 작은 점으로 보였다.

"뭐야 여긴, 다시 돌아갈까...?"

갑자기 강한 바람이 등 뒤에서 세게 불었다. 손에 들고 있던 습식캔이 담긴 봉투가 터널 안으로 바람을 타고 들어가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툭.. 투툭"

"아 하필 또 저기로" 나는 괜한 두려움에 한숨을 내쉬었다.

그냥 두고 돌아갈까 생각을 했지만, 집에 있는 히마가 생각나 차마 빈손으로 갈 수 없었다. 나는 핸드폰을 꺼내 바닥을 향해 후레시를 켜고 조심스럽게 한 발을 넣었다. 작은 불빛에 비춰 보인 바닥은 지금까지 걸어온 기찻길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리고 그 앞에 떨어진 습식캔들이 보였다.

"하나, 둘, 셋..." 떨어진 습식캔을 주워 개수를 세었지만 하나가 없었다. 핸드폰을 돌려 다른 하나를 찾았다. 주위에는 보이지 않았다. 아마 떨어지면서 하나가 굴러가 버린 것 같았다. 나는 다시 후레시로 바닥을 비추며 걸었다. 다시 강한 바람이 불어 들어왔다. 터널 안으로 빨려 들어온 바람은 기괴한 소리를 내며 반대편으로 빠르게 나갔다.

이번엔 손에 든 봉투를 놓치지 않으며 품에 안았다. 

"트르르륵"

무언가 철길에 맞닿아 굴러가는 소리가 들렸다. 분명 나머지 캔이 굴러가는 소리였다. 나는 다시 그것을 주우려 앞으로 걸었다.

"아! 저기!"

역시나 나머지 하나는 굴러간 모양새로 낡은 철도에 몸을 기대에 서있었다. 마지막 하나까지 주워 들어 다시 봉투에 담았다. 그리고 뒤를 돌아보았지만, 뒤로 보이는 들어왔던 입구는 보이지 않았다. 

"뭐지? 분명 앞으로 걸어왔을 텐데" 나는 분명 직전으로 걸어왔다고 생각했는데 그렇다면 들어온 입구는 보여야 한다.

나는 다시 몸을 돌려 반대편 출구를 바라보았다. 반대편에는 늦은 오후의 햇빛이 온화하게 그 빛을 발산하며 출구의 길을 알려주고 있었다.

머리는 반대편으로 다시 걸어가라고 하지만 몸은 빛이 보이는 출구를 향해 서서 움직이지 못했다. 인간은 어두운 곳에서 본능적으로 불빛을 따라간다고 하는데, 직접 경험해 보니 본능을 거스를 수 없음을 느꼈다.

"꿀꺽" 나는 침을 삼키고 빛을 향해 걸어갔다.

긴장을 해서인지 이제 턱의 쓰라림은 느껴지지 않았다. 한 발씩 걸어가면서 눈앞의 출구는 점점 크게 보이기 시작했다. 코앞까지 왔다. 이제 출구 밖으로 나간다. 쏟아지는 햇빛을 넘어 찡그렸던 눈을 떠 주위를 보았다. 지금까지 함께 걸오온 녹슨 철길은 사라져 보이지 않았으며 발아래는 무성하게 자란 풀들은 살짝살짝 발목을 간질이고 있었다. 그리고 시선 너머에는 햇빛을 받아 아름답게 반짝이는 물이 너도나도 엉켜 한 방향으로 흐르고 있었다.


"마을에 이런 곳이 있었어..?" 나는 낯설지만 무척 아름다운 광경에 넋을 놓고 바라보고 말했다.

그리고 곧바로 햇빛을 머금고 흐르고 있는 물가로 내려갔다. 그 오른쪽엔 수많은 금잔화가 산책로를 따라 피어있었고 흐르는 물소리에 맞춰 살랑살랑 흔들리며 나를 맞이해 주었다. 이곳은 분명 마을에 있는 큰 천과 이어져 내려갈 것 같았지만 그 분위기는 너무나 달랐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잔뜩 긴장을 했었지만, 어느새 이 공간에 심취하여 그 어떤 것도 머릿속에 들어오지 않았다.

"챙캉" 캔이 부딪히는 소리가 귀에 들어왔다.

서서히 이 공간에 적응을 하면서 긴장했던 몸이 풀리는 신호였을까, 산책로에 누군가가 걷고 있는 게 눈에 들어왔다. 긴 머리가 날리는 것을 보아 여자로 보인다. 나는 걸음이 점차 빨라졌다. 흰색 반팔 블라우스에 무릎까지 내려오는 검은 치마를 입었다. 조금 더 빨리 걸었다. 자세히 보니 분명 우리 학교 교복을 입은 여자 아이였다. 나의 심장은 점차 빨리 뛰었고 걷는 게 아닌 이젠 뛰는 정도로 발이 빨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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