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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야기봄 Oct 11. 2023

그리움을 먹는 거였어

프롤로그


아버지의 죽음은 갑작스러웠다. 여든이 넘은 연세로 보나 전이암이 있었던 여러 정황으로 보나 그럴 수 있다고 할 수 있겠지만 마음의 준비가 하나도 되지 않을 때 일은 벌어졌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나서 혼자되신 엄마를 보러 친정에 날마다 갔다. 엄마는 치매로 진행될지도 모를 경도인지장애가 있었는데 아버지가 돌아가신 충격으로 갑자기 증상이 심해지셨다. 형제들은 돌아가며 엄마와 밥을 먹었다. 낮에는 언니와 내가 번갈아 갔고 저녁에는 오빠와 남동생이 퇴근 후에 집에 와서 저녁을 먹었다. 아버지가 안 계신 집은 어딘지 쓸쓸했고 혼자된 엄마는 더 외로워 보였다. 그걸 어떻게라도 메꾸고 싶은 마음은 그저 밥 한 끼 같이 먹는 일이 전부였고 달리 뭘 해 볼 생각도 하지 못했다.      


엄마와 밥을 먹기 위해 음식을 했다. 음식을 함께 먹는다는 것은 허기만을 달래는 일은 아니어서 엄마와 함께한 음식은 아버지를 잃은 슬픔을 달랬고 엄마와 많은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값진 시간이 됐다. 대부분 간단하고 평범한 반찬이었지만 그걸 손질하고 만들고 맛을 보는 과정에서 미처 몰랐던 엄마를 알게 됐고 엄마와 함께했던 어린 나를 불러 내는 일이 되기도 했다. 생각해 보면 그건 음식을 먹는 것과 함께 그리움을 먹는 거였다. 함께 만든 음식뿐만이 아니라 어릴 적 먹었던 음식과 함께 떠오르는 기억은 어제 일처럼 생생하기도 어렴풋하기도 하지만 꼭 붙들고 싶을 만큼 소중했다. 돌아가신 아버지와 지금은 요양병원에 누워만 계신 아픈 엄마에 대한 기억은 음식과 함께일 때가 많다. 거기에는 성실한 가장이었던 아버지와 가족을 위해 헌신하던 엄마가 있었다. 그 기억을 하나하나 꺼내 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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